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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트럼프 압박 시작됐다, 대만 국방비 110조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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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GDP의 10%는 써야”

“미국과의 관계에 의존해 중국에 대항하는 라이칭더 정부는 트럼프가 달라는 대로 ‘보호비’를 낼 수밖에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만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10% 수준으로 국방비 증액을 요구한 가운데 대만 연합보는 최근 칼럼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칼럼은 “트럼프 당선으로 가장 당황하고 있을 사람은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라며 “대만은 당장 내년부터 국방 예산을 매년 수십조 원씩 늘려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강력한 ‘미국 우선주의’ 대외 정책을 공언해온 트럼프 당선으로 대만에서 안보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이 13일 보도했다. 트럼프는 당선되기 직전인 지난 9월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대만의 국방 지출이 크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만은 (GDP의) 10분의 1은 써야 한다”고 응수했다. ‘GDP의 10%’는 미국이 냉전 시기에 책정했던 최대 국방비 지출 비율로, 사실상 대만이 전시 상황에 준하여 미국 무기 구매 등을 대폭 늘리는 방식으로 보은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트럼프의 귀환으로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 증액(연간 100억달러 요구)과 주한 미군 감축 등의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대만 또한 외교·안보 전략을 조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조선일보

그래픽=김하경


그러나 대만에서는 트럼프의 급격한 국방비 증액 요구가 무리하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대만의 2025년 국방 예산은 내년 예상 GDP(26조4493억대만달러)의 2.5%를 차지하는 6470억대만달러(약 28조원)다. 금액 기준으로는 전년보다 7.7% 늘어나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휴전국인 한국(2.5%)과 비슷하고, 차이잉원 전 대만 총통 취임(2016년) 당시 2.1%에 비해 9년 새 크게 올랐다. 대만 전체 예산(3조 대만달러)에서 사회복지(26.5%), 과학·교육(19.3%), 경제발전(17.2%) 다음으로 큰 비중(14.9%)을 차지한다.

대만 중화미래전략협회의 제중 연구원은 “트럼프의 요구대로 대만 GDP의 10%를 국방비로 할당하면 정부 전체 예산의 84%를 국방에 몰아주는 꼴”이라면서 “정부 지출이 마비될 것”이라고 했다. 대만 국방부 출신 군사평론가 루더윈 또한 “(미국으로부터) 대만의 무기 도입이 급격히 늘어난다고 해도 운용할 병력이 부족하다”고 했다. 현재 대만군은 최근 6년 이래 가장 적은 15만3000명이다.

문제는 대만이 그 어느 때보다 미국의 보호막이 필요한 약자라 협상에 불리하다는 점이다. 반중(反中) 인사들로 채워질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으로 대만해협에서 미·중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며 대만은 더욱 위태로워질 전망이다. 트럼프는 외교안보 투톱인 국무장관에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을 지명할 것으로 알려졌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을 발탁했다. 이들은 중국·러시아·북한 등 미국의 적성 국가들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고수해온 매파다. 특히 루비오는 과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 때 “레드 카펫을 깔아줘서는 안 된다”고 발언했고,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신장 위구르 인권 문제를 수차례 공개 제기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느슨한 대(對)대만 정책을 틈타 중국이 대만 장악에 속도를 낼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당선 이후 중국은 ‘미국은 언제든 대만을 버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대만에 퍼트리며 강력한 심리전을 펼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쟁 없는 통일’을 선호하는 중국이 대만을 향해 공식 입장문을 통한 문공(文攻·말로 공격), 대만 여론 조작 등 수단을 총동원할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군(軍)의 대만해협 활동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은 최근 3년 동안 대만해협 인근에서 ‘대만섬 포위 훈련’을 펼치고, 양안(중국과 대만)의 사실상 경계선인 대만해협 중간선을 일상적으로 넘나들며 ‘내해(內海)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대만 총통부 대변인 궈야후이는 “중국의 군사적 위협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대만과 인근 국가들은 방위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1위인 TSMC를 필두로 하는 대만 반도체 업계도 트럼프의 재등판으로 인한 한파에 떨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7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중국을 상대로 한 대만 방어 전략에 대한 질문을 받고 “대만은 우리 반도체 사업의 거의 100%를 가져갔다”고 불평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당선 직후인 8일 TSMC는 “중국에 7나노미터 이하의 첨단 인공지능(AI) 칩 출하를 중단한다”고 발표하며 미국에 대한 충성심 ‘인증’에 나섰다. TSMC의 중국 수출 비중(3분기 기준)은 11%로 북미(약 70%)에 이어 2위인데도 살을 내주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대만은 트럼프가 중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TSMC를 카드로 쓸 수 있다고 걱정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대만에게 유리하게 흘러갈 수 있는 시나리오도 존재한다. 선딩리 상하이 푸단대 교수는 SCMP에 “트럼프는 (충돌을 일으키기보다) ‘거래’를 하려는 지도자이기에, 대만해협에서 미국과 중국 간 군사적 충돌이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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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벌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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