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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프로야구와 KBO

"4년간 준비" 류현진으로 베일 벗었다, KBO가 'MLB보다 빠른' ABS 밀어붙인 이유 알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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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양재동, 신원철 기자] "4년 동안 운영하면서 신속성, 안정성에서 상당 부분 개선했습니다."

KBO가 메이저리그보다 앞서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를 전면 도입한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2019년부터 제휴 독립리그, 마이너리그를 통해 실험을 이어오고 있는 가운데, KBO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동안 퓨처스리그를 통해 쌓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올해부터는 1군 경기에서 ABS를 사용하기로 했다.

올해 도입되거나,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피치클락이나 시프트 제한 등과 달리 ABS는 메이저리그라는 전례가 없어 더욱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또 우려의 시선을 받기도 한다. KBO는 "애정 어린 시선을 부탁드린다"며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지난 4년의 경험을 토대로 고도화한 '한국판 ABS'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KBO는 7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 양재동 소재 더케이호텔에서 미디어를 대상으로 한 2024년도 주요 규칙 규정 변경 사항 설명회를 개최했다. 한 시간 조금 넘게 이어진 설명회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역시 ABS였다. 피치클락이나 수비 시프트 제한 등은 이미 지난해부터 메이저리그에서 시행 중인 규칙이라 크게 새로운 면은 없었다. 피치클락의 경우 한국에서만 야구한 선수들의 저항감을 고려해 후퇴한 점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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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ABS는 다르다. 한국을 제외하면 본격적인 프로야구 리그를 가진 그 어느 나라에서도 자동 투구 판정을 도입하지 않고 있고, 추진하더라도 구체적인 도입 시기를 못박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KBO도 ABS 소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스프링캠프 기간에는 10개 구단 캠프를 순회하면서 설명회를 개최했다. 시범경기 개막을 앞두고는 미디어 대상 설명회도 열었다.

KBO가 고안한 ABS는 '우리가 아는 스트라이크존을', '일관적이고 공정하게'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메이저리그에서 처음 실험했던 ABS가 '규칙상 스트라이크존'에 얽매여 현장과 팬들에게 위화감을 느끼게 했다면, KBO는 한국형 ABS에 기존 심판들의 스트라이크존 판정 기준에 최대한 부합하는 기준을 설정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나온 기준이 ①앞뒤 ②상하 ③좌우다.

①앞뒤 - 홈플레이트 중간면과 끝면 두 곳에서 공이 상하로 라인을 통과해야 스트라이크다. 중간면은 ②의 상하기준이 적용되고, 끝면은 중력을 고려해 이보다 1.5㎝ 낮은 쪽을 기준으로 한다. 규칙상의 스트라이크존은 홈플레이트 위 가상의 오각 기둥 일부만 스쳐도 스트라이크 판정을 내리도록 돼 있다. 그러나 KBO ABS는 홈플레이트 끝면에 또 하나의 기준을 설정해 '원바운드 아리랑 볼'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는 일을 막았다. "커브가 유리할 것"이라는 예상은 실제와 거리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②상하 - 선수들의 신장을 전수조사해 상단은 지면으로부터 신장의 56.35%, 하단은 지면으로부터 신장의 27.64% 지점을 '보더라인'으로 정했다. 만약 키가 180㎝인 타자라면 지면으로부터 101.43㎝ 높이부터 49.75㎝ 높이가 스트라이크존 상하단선이 된다. 타격 자세나 스파이크 높이는 고려하지 않는 이유는 이를 악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높이 기준은 메이저리그의 사례를 참고했다.

③좌우 - 홈플레이트는 좌우 43.18㎝지만 KBO ABS는 이보다 좌우 2㎝ 넓은 47.18㎝를 스트라이크존으로 본다. 홈플레이트 상공을 지나는 공만 스트라이크존으로 판정하면 투수들이 너무 힘들어진다는 우려가 있었다. 홈플레이트 중간면이 판정 기준이며, 공 일부분이 스치기만 해도 스트라이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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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인데 적중률 96%가 목표라고? 사실은
KBO는 7일 설명회에서 "2023년 KBO 심판 판정 정확성은 91.3%이고, 2024년 ABS는 95~96%의 적확성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인데 왜 목표는 100%가 아닐까.

얼핏 보기에는 ABS도 4~5%의 오류가 있다는 것처럼 읽히지만 그런 의미는 아니다. 이는 '규칙상의 스트라이크존'과 '우리가 아는 스트라이크존'의 차이 때문이다. 규칙의 스트라이크존을 그대로 적용하면 지금까지 선수들이 인식하던 것과는 상당히 다른 판정 기준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그래서 KBO는 '우리가 아는 스트라이크존'의 형태를 자동으로 판정하는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 왔다.

KBO의 설명을 종합하면, 95~96%를 목표로 한다는 것은 규칙상 스트라이크존을 100으로 봤을 때 그와 95~96% 유사한 형태의 스트라이크존을 설정하겠다는 의미다. ABS 기준에서 적중률은 늘 같다. 트래킹 누락 혹은 장비 문제가 아닌 이상 판정은 언제나 일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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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의 새 규칙 규정 설명회가 열리는 동안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는 한화 구단 청백전을 통해 ABS가 팬들에게 첫 선을 보였다. 1군 선수들도 처음 경험하는 환경이었다. 이 경기는 류현진과 문동주가 나란히 선발 등판한 경기라 팬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구단 유튜브 채널에서 중계방송을 지켜본 팬들 가운데 상당수가 ABS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선수들은 각자 느낀 점이 달랐다. 야수들은 '넓다'는 느낌을 받은 듯했다. 채은성은 "ABS가 선수들 신장에 따라 정해진다고 하는데, 높은 쪽은 확실히 높다고 생각했는데도 스트라이크 판정되는 공이 있었다. 오늘은 3구 안에 승부를 해서 옆쪽은 잘 모르겠지만 높은 쪽은 '이런 공이 스트라이크가 되는구나'하고 느낄 수 있었다"고 얘기했다.

최재훈은 유강남(롯데 자이언츠)과 함께 KBO리그 포수 가운데 최고 수준의 프레이밍 기술을 보유했던 실력자다. 그는 7일 청백전이 ABS 환경에서 치러졌는데도 기존의 방식을 고수했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기계 판정은 이를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경기 후 최재훈은 "존이 넓어진 느낌이지만 적응하면 크게 문제 없겠다는 생각이다. 볼인 것 같은데 스트라이크 콜이 되는 공이 몇 개 있었다. 일관성은 확실히 있는 것 같다. 포수 입장에서 투수들과 잘 대비해서 대처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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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들의 생각은 또 달랐다. 문동주는 오히려 "스트라이크존이 작아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크게 다른 건 없는 것 같다. 로봇 심판이라고 해서 크게 의식되는 건 없다. 투수나 타자나 공정해졌다는 느낌이 든다"고 얘기했다.

류현진은 "그렇게 넓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받을만한 공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던 것 같다"며 "어떻게 보면 스트라이크 판정 받을 수 있을 만한 공이었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그 한 개 빼고는 거의 다 내가 스트라이크라고 생각한 것에 콜이 나왔다"고 얘기했다. 이 유일한 1구는 하주석 상대 체인지업인데, 화면상으는 홈플레이트 기준 중간면은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했으나 끝면에서 아래로 떨어진 것처럼 보였다.

최원호 감독은 퓨처스리그부터 ABS를 경험해 '비포 앤드 애프터'를 확실히 느꼈다고. 그는 "생각보다 좁다는 느낌은 못 받았다. 양쪽 2㎝를 늘렸다고 하니까. 사람이 하는 것과 큰 차이 없는 느낌이었다. 모서리에서 스트라이크 콜 받는 게 조금 다른 것 같았다. 전체적으로 처음에는 타자가 유리할 것 같았는데 보니까 투수가 유리할 것도 같다. 2㎝ 늘린 게 크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판정 시간에 대해서는 "퓨처스 감독할 때 진화 과정을 지켜봤다. 처음에는 느렸다. 지금은 별로 사람이 콜하는 것과 별 차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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