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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이기고, 지고, 이기고, 지고...역전패 흥국생명의 절묘한 '꽃점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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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한 흥국생명이 허탈해한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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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의 이번 포스트시즌 모양새를 압축하자면, 현재까지는 '꽃점배구'에 가깝다. 흔히 꽃점을 칠 때 꽃잎을 '된다, 안된다'로 번갈아 떼는듯한 흐름이다.

선수단이 의도한 바는 아니나 포스트시즌에 진입하며 절묘한 승패 엇갈림이 이어지고 있다. 정관장에 플레이오프 1차전을 이기고, 2차전을 패하고, 다시 3차전을 이긴 후 현대건설과의 챔피언결정전 1차전을 패했다.

다만 전날과 같은 흐름이라면 다음 경기에서는 반드시 이긴다는 보장도 없다. 모마의 체력이 바닥나기만을 기다리며 버티는 수 밖에 없지만, 흥국생명은 주전선수 전원이 현재 체력 부족이다.

더불어 사령탑 아본단자 감독은 22-23시즌 3, 4, 5차전 역전패에 이어 이번 시즌 1차전까지 챔피언결정전 4연속 패배 불명예를 작성하고 있다. 또 한번의 역전패는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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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아본단자 감독이 작전지시를 내린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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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3-24시즌 도드람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현대건설이 흥국생명에 세트스코어 3-2(18-25, 14-25, 25-20, 25-20, 16-14)로 드라마틱한 역전승을 거뒀다.

오래 쉬고 코트에 오른 현대건설은 초반 헤매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3세트부터 모마의 예열이 끝나며 본격적으로 흥국생명을 압박했다.

챔피언결정전은 총 5전3선승제로 열린다. 현대건설은 이후 연달아 2, 3차전을 추가로 승리하면 4월 1일에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챔피언트로피를 들어올리고 모든 시즌 일정을 종료하게 된다. 흥국생명은 홈에서 한국도로공사에 이어 현대건설의 축포가 터지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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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양효진의 공격을 흥국생명 이주아가 블로킹한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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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전날 선보인 경기력이라면 이후는 더욱 절망스럽다. 오히려 현대건설이 잊고있던 경기 흐름을 되찾게 해준 것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흥국생명은 얼마 남지 않은 체력을 너무 많이 소모한데다 승리조차 가져오지 못했다. 자칫하면 사기가 통째로 땅에 떨어질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이다.

흥국생명은 블로킹 19개,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사상 최다 블로킹 갯수(직전 16개)를 경신하고서도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현대건설을 막지 못했다.

사실 승리한 현대건설의 배구는 아주 조화롭다고 할 수도 없었다. 위기때마다 김다인의 토스는 모마를 바라봤다. 이렇게 해서 모마가 가져간 점유율은 51%를 넘는다. 이어 양효진이 16득점을 보태고 점유율은 15.34%에 불과, 점유율 대비 높은 득점 효율로 클러치 상황에서 팀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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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모마ⓒ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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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의 결정적인 위기는 수비에서 나왔다.

현대건설은 목적타 34개를 받은 정지윤이 흔들렸지만 고예림(세트당 36%), 위파위(세트당 39%), 김연견(세트당 45%) 등 뒤를 받쳐줄 수비라인이 견고했다.

반면 흥국생명은 도수빈이 무려 43개의 목적타를 받았지만 성공은 8개에 그쳐 효율이 13.95%에 멈췄다. 그 외 김연경이 18개 시도에 7개 정확으로 세트당 33%의 효율을, 레이나가 22개를 받아 9개 정확으로 36%의 효율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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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트에서 충돌한 흥국생명 도수빈과 김연경이 앉아있다,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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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 날 5세트 14-14 동점 상황에서 김연경과 도수빈이 리시브 동선에서 충돌하며 모마의 서브득점을 허용한 것은 큰 치명타로 작용했다. 모마의 서브가 정확히 도수빈의 위치를 조준했고, 곁에 있던 김연경이 이 리시브를 커버하기 위해 끼어들며 동선 엇갈림이 일어난 것이다.

김연경은 앞전 인터뷰를 통해 "도수빈의 후위 커버 영역이 넓어 (리시브를) 도와줘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으나 이 서브는 사실 위치상 김연경이 커버를 도와줄 영역으로 보긴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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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레이나가 리시브를 시도한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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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김수지ⓒ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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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팀 내 최다 블로킹(6개)을 기록한 김수지의 활약은 좋았지만 세터의 미들블로커 활용이 크게 부족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속공시도는 김수지 8번에 1번 성공, 이주아는 2번 시도에 단 한번도 성공하지 못했으며 이동공격은 시도조차 없었다.

김연경, 레이나, 윌로우 등 윙 공격수들의 배분이 이번에도 각 30%대 언저리로 상대에 비해 비교적 고른 것은 짚어볼만한 점이다. 그러나 경기 말미에 토스가 네트에서 멀리 떨어지거나 너무 낮게 올라가는 바람에 내려오면서 쳐야하는 등 운영 자체가 흔들린 것은 크게 아쉽다.

흥국생명은 이제 바닥난 체력을 온전히 회복할만한 시간이 없다. 28일 오후 9시가 넘어 경기를 마쳤고, 30일 오후 2시에 다시 코트에 서야한다. 반면, 위기를 뛰어넘어 경기 컨디션을 어느정도 회복한 현대건설은 2차전까지 잡게 되면 크게 유리한 고지에 선다.

여자부 챔피언결정전은 만약 5차전까지 가게 되면 오는 4월 5일 모든 일정을 마친다.

사진= KOVO, MHN스포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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