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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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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것만 빼오자고" LG에도 있다, 마운드의 철학자…MLB 영상보고 코치와 토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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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잠실, 신원철 기자] LG 오른손투수 이지강은 마운드에서 내려오면 고글을 벗고 '하은테' 안경을 쓴다. 얼핏 보면 대학생 같기도 한 인상. 사실 공부한다는 점에서는 학생과 비슷한 면도 있다. 퇴근 후의 이지강은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영상을 유심히 살펴본다. "뽑아 먹을 수 있는 건 뽑아 먹으려고."

이지강은 3일 LG가 5-0으로 이긴 NC 다이노스와 잠실 홈경기에서 5회와 6회 2이닝을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시즌 첫 승을 챙겼다. 2일에는 5-7로 추격하는 흐름에서 8회 1이닝을 실점 없이 막기도 했다.

이 두 경기로 염경엽 감독의 마음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4일 경기 전에는 이지강의 보직을 또 한번 바꿀 수 있다고 얘기했다. 스프링캠프에서 선발을 준비했던 선수가, 롱릴리프를 맡기 위해 1군에 올라왔다가 이제는 필승조로 가는 문턱에 섰다.

염경엽 감독은 이지강의 향후 기용 방식을 "선발이 빨리 내려갔지만 이겨야 하는 경기, 버텨야 하는 경기에서 롱릴리프도 하고 필승조도 하게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지금같이 쓰면 필승조로 간다고 봐야 한다. 그쪽에 가까워지고 있다. (불펜 보직)세팅이 되기 전까지는 좋은 선수는 쓰고, 결과가 안 좋았던 선수는 한 경기씩 쉬게 하면서 정신적으로 회복할 시간을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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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보직이 어디라도 이지강은 행복하게 마운드에 오를 것 같다. 이지강은 첫 승을 거둔 3일 경기 후 "캠프 때도 선발로 준비했고, 퓨처스 팀 내려갔을 때도 선발을 준비했지만 선발투수로 던지고 싶다는 마음보다 1군에 계속 있고 싶은 욕심이 더 크다. 그래서 그렇게 아쉬운 점은 없었다. 불펜으로 1군에 간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도 그냥 팀 사정에 맞게 던지고 싶어서 아쉽지는 않았다. 또 선발 형들도 다들 커리어가 있으니까 나는 감독님이 내보내는 위치에서 잘 던지면 되겠다는 생각이 더 많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임찬규가 롱릴리프로 시작해 선발 로테이션을 돌았던 사례가 있지 않느냐는 말에는 "그런 희망은 있는데, 선발로 던지는 것도 좋지만 지금도 너무 행복하다. 불펜투수라도 잠실에 출근하고 야구장에서 던지는 게 너무 좋아서 지금은 굳이 선발 욕심을 내지는 않고 있다. 불펜으로도 나쁘지 않게 하고 있어서 아직 괜찮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지강은 11명 전원이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고, 10명이 1군 경기에 나선 '2019년 전설의 드래프트' 출신이다. 지명 순위는 9라운드 전체 85순위로 최하위권에 가까웠다. 그래서 더 치밀하게 자신의 커리어를 계획했다. 이지강은 첫 시즌을 마친 뒤 바로 군대에 다녀왔고, 전역하고 나서는 곧바로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받았다. 2022년 스프링캠프부터 1군 선수단에 합류할 수 있었고 1군 데뷔에 선발 등판까지 경험했다. 지난해에는 대체 선발 등으로 1군에서 22경기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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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하게 노력한 결과가 아니었다. 이지강은 고교 시절에는 많이 마르지 않았었냐는 말에 "살이 찌기도 했는데 몸이 조금 커졌다. 아마 고등학교 때처럼 계속 했으면 2년 하고 그만뒀을 것 같다. 제자리에 있기 보다는 한 발짝이라도 나가는 게 도움이 된다. 항상 발전하려고 노력하다 보니까 지금 이 상태까지 온 것 같다"며 "그런데 살은 조금 빼고 싶다"고 말했다.

그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경기를 마친 뒤 퇴근해서도 마찬가지다. 이지강은 "집에서 메이저리그 투수 영상을 많이 본다. 저런 투수들은 어떻게 던질까, 메커니즘을 어떻게 생각하고 던질까 하고 찾아본다. 보고 온 걸 김경태 코치님이나 김광삼 코치님과 여쭤보면서 많이 공부를 했다. 내 폼을 찾아가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얘기했다.

최근 참고하는 선수에 대해서는 "요즘에는 스펜서 스트라이더(애틀랜타 브레이브스)나 바비 밀러(LA 다저스) 선수 영상을 좀 봤다. 던지는 게 비슷하다고 생각해서 챙겨보는데 효과가 조금은 나오는 것 같다. 저 선수들은 왜 저렇게 좋은 공을 던지고 제구도 좋을까, 영상도 보고 코치님들과 대화하면서 공부하다 보니 어느 시점에서는 메커니즘이 적용이 됐다. 그래서 도움이 많이 됐던 것 같다"며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스트라이더다. 폼을 비슷하게 따라하기도 했다. 좋은 것만 빼오자는 느낌으로 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가까이 있는 선배들도 좋은 참고서다. 이지강은 "작년에 29년 만에 우승을 하지 않았나. 형들은 큰 경기를 뛰어봤는데 나는 경험이 없다. 그래서 형들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또 그런 상황이 왔을 때 어떻게 했을가 하는 상상을 많이 하게 된다. 형들도 10년 넘게 프로에 있으면서 커리어를 쌓았으니 그런 점들에 있어서는 내가 '뽑아 먹을 수 있으면 뽑아 먹고 싶은' 마음이다"라고 솔직하게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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