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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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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칠 때 왜 떠나나" 만류에…김연경도 "더 뛰겠다, 오직 팬들 위해" [현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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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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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양재동, 최원영 기자) 배구 여제, 이대로 보낼 순 없다.

여자프로배구 흥국생명 아웃사이드 히터 김연경(36)은 8일 더케이호텔 서울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시상식에 참석해 향후 거취에 관해 시원하게 밝혔다. 여제는 코트에 남기로 했다.

시상식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김연경은 "사실 이번 시즌 중반부터 어느 정도 결정을 내렸다. 구단 관계자분들,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님, 가족들, 지인들과 이야기를 많이 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했다"며 "많은 팬분들이 응원해 주시기도 하고, 작년에 비해 올해 개인 성적이 더 좋기도 해 현역 연장을 결심하게 됐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만류하는 분도 많았고, 조금 더 뛰었으면 좋겠다고 말해주시는 분들도 많았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팬분들의 응원이었다"며 "아직 내 배구를 보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다는 게 (현역 생활을 연장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다음 시즌 경기력이 어떨진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 최정상에 있는 모습을 한 번 더 보여드리려 한다"고 힘줘 말했다.

우선 "한 시즌 더 뛰기로 했다"고 말했으나 선수 생활이 보다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김연경은 "만약 다가오는 새 시즌이 마지막이라면, 은퇴 결정을 미리 이야기하고 시즌을 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셨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도 같이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게 내 바람이고 희망이다"며 "(언젠가) 은퇴를 결심하게 되면 리그 시작 전 미리 말씀드리겠다"고 전했다.

지인들이 방송인 이경규의 명언을 자주 보내온다고 한다. 이경규는 2022년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공로상 수상 후 "많은 분들이 이야기합니다. 박수칠 때 떠나라고. 박수칠 때 왜 떠납니까? 한 사람이라도 박수를 안 칠 때까지, 그때까지 활동하도록 하겠습니다"라는 소감을 남겨 화제가 됐다.

김연경은 "늘 정상에 있을 때 은퇴하고 싶다고 이야기하곤 했다. 그런데 이경규 씨의 말도 맞는 것 같다. (은퇴는) 개인의 선택 아닌가"라며 "나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아무도 박수 치지 않을 때까지 선수 생활을 계속할지도 모르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열린 결말 어떤가. 괜찮았나"라며 취재진에게 되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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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흥국생명은 정규리그를 2위(승점 79점·28승8패)로 끝마쳤다. 플레이오프(3전2선승제)에 직행해 3위 정관장을 시리즈 전적 2승1패로 물리쳤다. 챔피언결정전(5전3선승제)에서는 1위 현대건설과 격돌해 3연패로 아쉬움을 삼켰다. 지난 시즌에 이어 2년 연속 챔프전 준우승에 그쳤다.

우승을 놓친 아쉬움보다는 계속해서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더 크게 작용했다. 김연경은 올 시즌 정규리그 36경기에 모두 출전해 775득점, 공격성공률 44.98%, 서브 세트당 0.207개, 블로킹 세트당 0.364개, 리시브 효율 42.46%, 디그 세트당 3.829개를 뽐냈다. 리그 득점 6위(국내선수 1위), 공격종합 성공률 2위, 서브 6위, 리시브 5위, 디그 7위, 수비 8위(세트당 5.557개)에 골고루 이름을 올렸다. 2라운드, 5라운드 MVP를 차지했다.

이날 시상식에서도 가장 빛났다. 영예의 정규리그 MVP와 베스트7 아웃사이드 히터 부문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리그 MVP는 2005-2006시즌, 2006-2007시즌, 2007-2008시즌, 2020-2021시즌, 2022-2023시즌에 이어 올해 6번째다. V리그 최다 수상 기록을 보유 중이다. 올해 언론사 투표서 20표를 받아 5표의 미들블로커 양효진(현대건설)을 제쳤다. 베스트7 수상은 3번째다.

김연경은 "6번째 MVP라는 건 몰랐다. 현역 선수로 적지 않은 나이에 MVP를 받고 정상에 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며 "함께 뛴 동료들, 코칭스태프, 구단 관계자분들 등 도와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가능했다. 내년엔 7번째 MVP에 도전해 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어 "기록 면에서 괜찮았으니 경기력도 좋았다고 생각하려 한다. 솔직히 이제야 말하는데, 올 시즌 많이 힘들었다. 그래도 트레이너 선생님들이 각별히 챙겨주셔서 몸 관리를 잘할 수 있었다"며 "한 시즌 긴 여정이었지만 잘 이겨낼 수 있게끔 다들 도와주셔서 잘할 수 있었다. 다음 시즌에도 많은 분들의 도움을 통해 좋은 모습 보일 수 있도록 열심히 해보겠다"고 속마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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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를 고민하는 선수가 여전히 리그 최정상급이라는 것은, 후배들 중 대적할 만한 선수가 나오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김연경은 "내년엔 더 많은 경쟁자가 생겼으면 좋겠다. 특히 국내선수들의 기량이 올라왔으면 한다"며 "나도 뒤처지지 않게 노력하겠다. 그러다 보면 서로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상식 도중 베스트7 트로피를 받은 뒤 "지난해 자유계약(FA) 신분이 돼 다른 팀에 갈까 했는데 감독님이 한 가지를 약속하셨다. 그 약속을 안 들어주셔서 감독님에겐 감사하다는 말을 못할 것 같다"며 농담했다. 어떤 의미였을까.

김연경은 "장난으로 한 이야기다. 지난해 FA가 된 후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조금 더 편안한 배구, 우승할 수 있는 좋은 배구를 하겠다고 말씀해 주셨다"며 "잘 지켜졌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올해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편하게 해주겠다는 말을 믿었던 내가 너무 순진하지 않았나 싶다"고 웃음을 터트렸다.

이어 "이제 편한 배구라는 말 자체를 안 믿으려 한다. 다음 시즌에도 내가 먼저 솔선수범해 팀을 우승으로 이끌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불평, 불만 없이 스스로 최선을 다해 준비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올 시즌 종료 후 FA 시장에 아웃사이드 히터, 미들블로커 등 매력적인 자원이 많이 나왔다. 김연경은 "구단에서 열심히 일해주시고 있는 것으로 안다. 영입 경쟁에 뛰어든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분명 선수 보강을 해주실 것이라 믿는다. 배구에 열정을 가진, 우승 갈망이 있는 선수, 팀에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선수가 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김연경은 "2년 연속 아쉽게 우승을 놓치고 준우승했기 때문에 내년엔 더 부담이 될 듯하다. 그래도 이겨내고 우승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 잘해보겠다"고 눈을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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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양재동, 고아라 기자​ / 엑스포츠뉴스 DB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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