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 판정 "1구 지나야 더그아웃에 전달..
다만 음성 수신기 지급되면 해결될 문제"
"기계 아닌 사람의 실수" ABS 자체는 긍정 평가

염경엽 LG 감독이 1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KBO리그 두산과의 경기 중 더그아웃에서 음료수를 마시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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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경엽 LG 감독이 최근 불거진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 오심 은폐 논란과 관련해 입을 열었다. 그는 1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릴 예정인 롯데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ABS 판정이 태블릿 PC로 전송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1구가 넘어가야 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알고 있다”며 “(KBO) 미디어데이때 실무자들과 다같이 미팅을 했고, 그때 (ABS 판정 전달이)너무 늦다고 건의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스(실수)가 났을 때 (14일 NC·삼성전과 같은) 상황이 나올 수 있다는 걸 예상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기계의 미스라기보단 사람의 미스”라며 ABS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해당 논란은 지난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NC·삼성전에서 발생했다. NC가 1-0으로 앞선 3회말 2사 1루에서 투수 이재학이 삼성 이재현을 상대로 던진 2구째 직구가 ABS의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했지만 주심은 볼 판정을 내렸다. NC는 이재학이 공 3개를 더 던진 뒤 2구째 오심을 심판 측에 항의했지만 심판진은 ‘4심 합의’를 거친 뒤 “심판에게 음성으로는 '볼'로 전달됐지만 ABS 모니터 확인 결과 스트라이크로 판정됐다”면서도 “규정상 다음 투구가 이뤄지기 전에 어필해야 하는데, ‘어필 시효’가 지나 현 볼 카운트대로 (경기를)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재현은 볼넷으로 출루했고, 후속 구자욱의 1타점 적시타와 데이비드 맥키넌의 2타점 적시타가 연달아 터졌다. ABS 판정대로라면 무실점으로 이닝이 종료됐을 상황이 ‘3실점 역전 이닝’으로 바뀌었고, 흐름을 뺏긴 NC는 5-12로 크게 졌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4심 합의 당시 이민호 1루심이 문승훈 주심에게 “(판정)음성은 볼로 들었다고 하세요. 우리가 빠져나갈 건 그거밖에 없는 거예요”라고 말하는 등 심판진의 실수를 기계오류로 돌리기 위해 거짓말을 모의하는 장면이 TV 중계화면을 통해 송출됐다.

심판진이 언급한 '어필 시한'의 현실성도 비판을 받았다. KBO는 각 구단에 ABS 판정을 확인할 수 있도록 태블릿 PC를 지급하고 있지만, 투구 내용이 PC로 전달되는 과정에 수초의 시차가 발생해 각 구단이 ‘다음 투구 전에 항의해야 한다’는 규정을 지키기엔 기술적인 한계가 있음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KBO는 해당 경기 심판진을 직무 배제하고 인사위원회에 회부한 상태다. 또 볼 판정 수신에 혼선이 발생했을 경우 ABS 현장요원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강화하고, 양 팀 더그아웃에서도 주심·3루심과 동일한 시점에 볼 판정을 전달받을 수 있도록 음성 수신기를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염경엽 감독 역시 ABS 도입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ABS 자체는 형평성, 공정성 측면에서 기존 심판들보다 낫다고 생각한다”며 “(어필 시효 문제는) ABS 음성 수신기가 지급되면 해결될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 “1년 만에 모든 게 다 완벽하게 이뤄질 수는 없다. 지금은 과도기라고 봐야 한다”고 ABS를 적극 옹호했다.

경기장 마자 ABS 스트라이크존이 조금씩 다르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차이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모든 팀이 다 똑같은 환경에서 게임을 치르기 때문에 일관성이 있다. (판정이) 이랬다저랬다 하는 것 보다 낫다”고 강조했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