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4 (토)

황선홍 VS 신태용…한 명은 파리 못 간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이 2024 파리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아시안컵 한·일전에서 짜릿한 승리를 거두며 조 1위로 8강에 진출했다.

중앙일보

정근영 디자이너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2일 카타르 알라이얀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조별리그 B조 최종 3차전에서 일본을 1-0으로 물리쳤다. ‘왼발 스페셜리스트’ 이태석(서울)의 도움을 받은 김민우(뒤셀도르프)가 후반 30분 결승 골을 터뜨렸다. 앞서 아랍에미리트(UAE·1-0승)와 중국(2-0승)을 잇달아 물리친 한국(승점 9)은 이날 승리로 조별리그 3전 전승을 기록하면서 일본(승점 6)을 제치고 조 1위로 8강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한국은 26일 오전 2시30분 카타르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와 4강 진출을 다툰다. 신 감독은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을 이끌었던 경험 많은 지도자다. 인도네시아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 후보로 꼽혔던 호주를 제치고 개최국 카타르에 이어 A조 2위로 8강에 올랐다.

이번 대회는 파리올림픽 예선을 겸한다. 아시아에는 본선 진출권 3.5장이 배정됐다. 대회 3위까지 올림픽 본선에 직행하고, 4위는 아프리카 예선 4위인 기니와 플레이오프를 벌여야 한다. 한국 축구는 1988 서울올림픽을 시작으로 2020 도쿄올림픽까지 9회 연속으로 올림픽 본선에 진출했다. 올림픽 연속 출전으로는 세계 최장 기록이다. 한국은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출전을 노린다.

라이벌 일본과 맞붙는 경기, 부담이 컸다. 그러나 황선홍 감독은 중국과의 2차전에서 나왔던 선발 멤버 11명 중 무려 10명을 바꾸는 모험을 감행했다. 올림픽 본선 진출이 목표인 황 감독은 일본을 상대로 총력전을 펼치기보다는 주전 선수들의 체력을 아껴 8강전 이후를 대비하겠다는 복안이었다.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일본에 밀렸다. 수비에 치중하는 ‘5백’ 전술로 일본의 파상 공세를 가까스로 막아냈다. 일본은 주도권을 쥐고도 득점하지 못했고, 한국은 몇 차례 역습 공격 외엔 기회를 잡지 못했다.

중앙일보

이태석(오른쪽)이 지난 22일 카타르에서 벌어진 23세 이하 아시안컵 조별리그 B조 최종 3차전 일본전에서 드리블하고 있다. [뉴시스]


왼쪽 수비수 이태석의 그림 같은 코너킥 한 방이 팽팽한 균형을 깨는 기폭제가 됐다. 후반 30분 코너킥 상황에서 키커로 나선 이태석은 전매 특허인 날카로운 왼발 킥으로 일본 골문 앞에 자리 잡은 김민우에게 크로스를 올렸다. 그러자 김민우는 돌고래같이 뛰어올라 헤딩으로 일본 골망을 흔들었다. 이태석의 대회 3호 어시스트. 한국은 이태석을 이용한 세트피스 한 방으로 단숨에 분위기를 바꿨다.

이태석의 왼발은 황선홍호의 ‘핵심 무기’로 꼽힌다. 이태석은 UAE와의 1차전에선 경기 종료 직전인 후반 49분 ‘택배 크로스’로 이영준(김천)의 헤딩 골을 어시스트했다. 한 수 아래 상대인 UAE와 비겼다면 황선홍호는 대회 시작부터 흔들릴 뻔했다. 이태석은 중국전에서도 이영준에게 공을 배달했다. 1-0으로 앞선 후반 24분 왼 측면에서 깔아 찬 정확한 크로스가 골대 정면 페널티박스에 있던 이영준에게 연결됐고, 이영준은 왼발로 마무리해 2-0을 만들었다.

이태석은 이을용 용인시 축구센터 총감독의 아들이다. 이태석은 아버지 이을용 감독을 빼닮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을용 감독은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으로 현역 시절 ‘왼발의 달인’으로 불렸다. 세트피스뿐 아니라 왼쪽 측면에서 문전으로 넘겨주는 왼발 전진 패스가 일품이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한·일 월드컵에서 나왔다. 당시 조별리그 1차전 폴란드와의 경기에서 이을용은 전반 26분 절묘한 크로스로 결승 골을 어시스트했다. 그때 이 감독의 패스를 받아 골로 연결한 스트라이커가 바로 황선홍 감독이다.

이을용 감독은 “아들 태석이가 활약하는 모습을 보면 대견할 뿐이다. 왼발은 내 DNA를 물려받은 것 같다. 언젠가는 나를 넘어설 것이다. 황선홍 감독님과 함께 꼭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