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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아시아3쿠션 新왕’ 김준태 “첫 우승에 브롬달 자네티 등 축하세례…다음 목표는 세계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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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亞3쿠션선수권서 15년만에 첫 정상
“4강, 무관트라우마 해법 찾았지만 더 노력해야”
쏟아지는 축하인사에 “역시 우승은 다르구나”
김행직 조명우와 비교 “당구는 나와의 싸움”
가장 까다로운 상대는 야스퍼스, 자네티


매일경제

최근 아시아3쿠션선수권에서 우승한 김준태는 “아시아대회에서 우승했으니, 올해 목표는 3쿠션월드컵 우승”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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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캐롬선수권에서 우승하니 자네티가 ‘아시아3쿠션 챔피언이 된 걸 축하한다. 유럽3쿠션 챔피언으로부터’라는 축하문자를 보냈고, 브롬달 바오프엉빈 등 정말 많은 선수들로부터 축하세례를 받았습니다. 아시아대회에서 우승했으니 이젠 월드컵에서도 1위 한번 해봐야죠.”

지난달 강원도 양구에서 펼쳐진 아시아캐롬선수권에선 김준태가 아시아3쿠션의 새로운 별로 떠올랐다.

김준태에게 이번 우승은 단순히 아시아3쿠션 챔프로 올라선 것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김준태는 국내 4위이자 세계 10위(아시아캐롬선수권 대회 이전, 지금은 5위) 톱클래스임에도 그간 유독 우승컵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로 선수생활 15년만에 커리어 첫 메이저대회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그런 김준태에게 오랜기간 선수생활을 함께 해온 수많은 국내외 동료선수들의 진심어린 축하세례가 이어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이번 우승으로 김준태는 ‘무관 트라우마’도 벗어던지게 됐다.

김준태는 그간 국내외 주요대회에서 심심찮게 입상권을 드나들었지만, 정작 우승을 위한 결정적인 상황에선 번번이 미끄러지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선 스스로 위기를 극복, 정상에 오르며 오랜 트라우마에 대한 해법도 찾았다고 했다.

올해 안으로 아시아를 넘어 세계 무대도 정복하고 싶다는 김준태를 서울 강남 엠블당구클럽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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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표정하기로 유명한 김준태가 모처럼 활짝 웃고 있다. 김준태는 “세계 톱5에 들었으니 이제 세계1위를 노리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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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 메이저대회 첫 우승컵을 들은 소감은.

=15년 선수생활 중 메이저대회 첫 우승을 국제 선수권대회에서 이뤄 정말 기쁘다. 특히 새로운 큐를 들고 나선 첫 대회에서 우승해서 더욱 감회가 새롭다.

▲우승하고 주변으로부터 축하 세례가 쏟아졌다고.

=우승하고나니 축하연락이 너무 많이 와 있어 깜짝 놀랐다. 지난해 3쿠션월드컵 준우승(12월 이집트 샤름엘셰이크 결승에서 야스퍼스에 35:50 패)때보다 더 많은 축하를 받았다. ‘확실히 우승은 다르구나’라고 느겼다. 특히 외국 선수들에게도 연락이 많이 왔다. 브롬달과 자네티 선수를 비롯, 바오프엉빈, (알레시오)다가타, 샘반에텐 등 정말 많은 선수들이 축하해 줬다. 특히 자네티는 “아시아3쿠션 챔피언이 된 걸 축하한다. 유럽3쿠션 챔피언으로부터”라는 문자를 남겨두었더라. 하하. (자네티는 지난해 유럽3쿠션선수권 챔피언이다)

▲동시에 세계랭킹도 5위까지 올랐다. 첫 ‘톱5’ 진입인데.

=그간 세계 랭킹을 차근차근 올려오면서 처음 시드권(세계 14위)에 들었을 때, 톱10에 진입했을 때 모두 새로운 느낌을 받았다. 특히 이번에 5위권에 진입하며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정상이 보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다는 새로운 동기부여가 생겼다.

▲최근 흐름을 보면 국내대회보다 오히려 국제대회에서 활약이 눈에 띈다. 국제대회에 더 강세를 보이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국제대회의 경우 이전 주니어3쿠션선수권때부터 워낙 자주 많은 대회에 출전해왔기 때문에 그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된다. 또 국제대회에 나설 땐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서 나간다는 자부심때문에 대회 집중도가 더욱 오른다. 물론 국내대회에서도 정말 잘하고 싶은데, 국제대회와 비교해도 정말 쉽지 않다. 우리나라엔 숨은 고수들이 생각보다 너무 많다. 하하.

▲지난해말 처음 월드컵 결승에도 갔다. 처음 결승에 올랐을 때, 준우승했을 때 각각 어떤 기분이 들었나.

=4강서 글렌 호프만 선수와 경기할 때 ‘내가 4강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섰지만 힘들게 이겨서 결승은 좀 더 홀가분한 마음으로 임했다. 물론 결승에서 진 건 정말 아쉬운 부분이지만, 그래도 4강을 넘었다는 것 자체로 만족스러운 대회였다. 결승에선 어떤 마음 가짐으로 경기를 치러 나가야 하는지를 야스퍼스 선수를 보며 많이 느꼈다. 사실 결승 때 야스퍼스 선수가 그다지 잘 풀리지는 않았는데, 그런 상황을 꾸준히 노력하며 하나씩 풀어가는 모습을 굉장히 인상 깊게 봤다.

”PBA 경기 흥미로우나 그 이상 생각한 적 없어“
올핸 3쿠션월드컵 우승 목표…최종목표는 세계1위
▲그동안 많은 국제대회를 치렀는데, 가장 강하다고 느끼는 상대를 꼽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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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태가 엠블당구클럽 메니저인 정승일 선수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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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하기 쉬운 선수는 단 한 명도 없다. 그래도 가장 까다로운 선수 두 명을 꼽자면 야스퍼스와 자네티다. 나는 한번 이겨본 선수들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이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갖는 편인데, 이 두 선수는 두세번 이겨봤어도 자신감이 많이 생기지는 않는 것 같다. 야스퍼스의 경우 언제 어느 때든 장타를 칠 것 같은 선수, 자네티는 언제든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선수라고 느낀다. 자네티는 실력도 좋지만 특히 심리전에 굉장히 능하다. 언제든 경기 분위기를 자신의 편으로 만들고, 상대를 무너뜨릴 수 있는 전략을 갖고 있는 선수다.

▲국내외 대회서 수차례 입상했지만 유독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스스로도 이런 부분을 의식했는지.

=물론이다. 특히 요근래 더더욱 크게 의식되더라. 지난해 말 ‘샤름엘셰이크3쿠션월드컵’에선 준우승했고, 그 전엔 공동3위도 두 차례 했다. (김준태는 지난해 라스베가스, 호치민3쿠션월드컵에서 공동3위를 했다)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해 스스로 너무 잘 알고 있었고, 해답을 알고 싶어 고민도 정말 많이 했는데 쉽게 답을 찾을 수 없었다. 특히 4강부터는 경기테이블이 하나만 남게 되는 광경 자체가 내게 큰 압박을 줬다. 상위 라운드에 올라갈수록 더 잘해야겠다는 심리적인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경기를 못 풀었다. 그렇지만 이번에 우승하며 많은 지점에서 해법을 찾아냈다.

▲이번 대회에서도 고비가 적지 않았는데 이를 어떻게 풀어나갔나.

=사실 그동안 어려운 상황을 맞닥뜨리면 꼭 더 잘 쳐서 이겨야겠다는 마음을 먹었고, 그게 더 큰 부담이 됐다. 그래서 이번엔 고비때도 마음을 평소보다 편하게 먹었고, 내려놓는다는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했다.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이번 우승을 계기로 그간의 트라우마를 완전히 극복했다고 봐도 되는지.

=물론 어느정도 해법을 찾은 건 사실이나, 솔직히 나는 아직도 많이 배워나가는 입장이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경기를 거듭하고 여러 상황을 마주하며 경험을 쌓아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흔히 당구는 ‘멘탈스포츠’라고 말하는데, 이 멘탈적인 부분에서도 마찬가지로 경험을 쌓을수록 더욱 발전이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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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까다로운 상대요? 야스퍼스와 자네티죠” 김준태는 이 두 선수는 몇 번 이겼지만 항상 아려운 상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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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3쿠션선수권에서 우승하고 트로피를 들고 있는 김준태. 이번 우승을 계기로 4강, 무관 트라우마를 벗는 해법을 어느 정도 찾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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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선수생활하며 가장 힘든 시기는 언제였나.

=사실 동료선수들이 많이 겪는 ‘번아웃’은 따로 없었다. 다만 과거 군에서 전역하고 심적으로 좀 힘들었다. 전역하고 한달 정도면 이전 기량을 되찾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너무 더뎌 압박감을 크게 느겼다. 다행히 4개월 정도 연습하니 구장에서 치던 애버리지가 돌아왔고, 점차 시합 감각도 끌어올렸다. 되돌아보면 참 힘든 시기였지만, 한편으로는 이 시기를 극복해내며 가장 많은 성장을 이룬 것 같다.

▲선수로서는 라이벌 관계라 볼 수 있는 조명우, 김행직 선수와 비교하는 시선도 많은데.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 애초에 김행직 조명우 선수는 구력이 나보다 높다. 내 선수생활 초기 때도 이 선수들은 이미 수준급 실력이었다. 당구는 내 자신과의 싸움이라 생각한다. 항상 나를 이겨나가려 노력할 뿐이다.

▲최근 모교인 매탄고 당구부가 해체됐다. 아쉬운 마음이 들 텐데.

=물론 너무 아쉽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으리라 생각한다. 예전엔 학교에 다니며 당구부 생활을 하면, 오전수업만 하고 오후엔 당구훈련 하는 시스템이었다. 그런데 최근엔 정규수업을 모두 마치고 이후에 훈련은 따로 소화해야 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들었다. 시간적인 면에서도, 체력적인 면에서도 당구선수를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부담이 있을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선수로서 본인의 강점과 자신있는 배치는.

=경기를 하다 보면 자신감이 너무 넘칠 때가 많다. 득점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쳐 무리한 공격을 하는 경향이 있는데, (공이) 맞기 시작하면 쭉쭉 치고 나가지만 안 맞았을 땐 큰 댓가를 치른다. 강점이자 약점이라 볼 수 있는 부분이다. 가장 좋아하고 많이 치는 배치는 흔히 ‘3단’이라고 부르는 장-장-장쿠션 배치다.

▲국내외 친한 선수들을 꼽자면.

=국내 선수들과는 워낙 두루두루 친하고, 국제대회를 자주 나가다 보니 외국선수와도 친하다. 가장 친한 외국선수는 브롬달 선수다. 예전에 브롬달 선수 집에서 1주일 정도 같이 생활한 적 있다. 현재 한국에 당구유학 와 있는 알레시오 다가타 선수와도 자주 보며 친하게 지낸다. 베트남의 바오프엉빈, 튀르키예의 버케이 카라쿠루트, 네덜란드의 샘반에텐 선수와도 친하다. PBA 선수들 중엔 일본의 모리 유스케, 한지은 선수와 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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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태는 우승 후 국내외 선수로부터 많은 축하인사를 받았다며 “역시 우승은 다르구나”라고 느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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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A 경기를 본 적 있는지.

=PBA 경기를 보며 다른 경기방식에 흥미를 느낀 적은 있지만 그 이상을 생각해본 적은 없다. 월드컵 등 UMB대회에 출전하며 배울 것들이 많이 남아있다.

▲롤모델을 꼽자면.

=브롬달 선수와 고 김경률 선수다. 먼저 브롬달 선수는 워낙 친한 사이이기도 하고, 실력적인 면에서도 말이 필요 없는 선수다. 특히 당구에 대한 호기심이 지금까지도 굉장히 많다는 점과 그 열정이 대단해 보인다. 가끔 나한테도 당구에 대한 조언을 구할 정도로 배움의 자세가 갖춰져 있다.

(김)경률이 형의 경우엔 과거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가 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주니어국가대표에 선발돼 태릉선수촌에 입촌했을 때 일이다. 당시 경률이 형과 버스정류장에 갔는데 경률이 형 주위에 팬들이 우르르 모여 사인공세가 이어졌다. 지금이라면 평범한 상황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때만 해도 당구가 TV에 많이 나오지도 않았을 뿐더러, 유튜브도 활성화되지 않았던 시기였다. 그런데도 그렇게 많은 팬들이 따르는 모습을 보고선 ‘나도 저런 선수가 되고싶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목표는.

=아시아선수권에서 우승했으니 올해 안으로 3쿠션월드컵에서도 우승하는게 목표다. 장기적인 목표는 세계 1위에 오르는 것, 그리고 내 롤모델인 브롬달, 고 김경률 선수와 같이 존경받는 선수가 되는 것이다.

▲고마운 사람들에게 한마디.

=항상 응원해주는 우리 가족과 물심양면 도와주시는 경북체육회를 비롯, 타스, 큐스코, 허리우드 등 후원사 분께 감사드린다. 덕분에 당구에만 전념하고 있다. 저를 응원해주는 팬들에게도 감사하다. 앞으로 기대에 더욱 부응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 [김동우 MK빌리어드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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