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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에 15번째 챔스 우승 안긴 ‘택배 크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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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는 크로스(가운데)와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 크로스가 마드리드에서 뛴 마지막 경기였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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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 실력을 갖춘 유럽 축구의 왕.’

스페인 마르카는 2일(한국시간) 올 시즌 유럽 프로축구 왕좌를 차지한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를 이렇게 표현했다.

‘전통의 강호’ 레알 마드리드는 이날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돌풍의 팀’ 도르트문트(독일)를 2-0으로 완파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후반 29분 다니 카르바할이 선제골, 후반 38분 비니시우스 주니오르가 쐐기 골을 터뜨렸다.

이로써 레알 마드리드는 2021~22시즌 이후 2년 만이자 통산 15번째 ‘빅이어(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 애칭)’를 들어 올렸다. 당분간 깨지기 어려운 기록이다. 이 부문 2위(7회 우승)인 AC밀란(이탈리아)과의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우승 상금은 2000만 유로(약 300억원)다. 마르카는 마케팅과 중계권료 수입 등을 더하면 레알 마드리드가 이번 챔스리그에서 8450만 유로(약 1270억원) 이상을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했다.

카를로 안첼로티(65·이탈리아) 레알 마드리드 감독은 통산 5번째 우승(AC밀란 2003·07년, 레알 마드리드 2014·22·24년)을 차지했다. 감독으로는 역대 최다 우승이다. 이미 4회 우승 당시 사령탑 최다 우승 기록을 세웠던 안첼로티 감독은 우승 횟수를 늘리며 팀과 함께 우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레알 마드리드는 한 수 아래로 여겼던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좀처럼 골문을 열지 못했다. 선 수비 후 역습 전략으로 나선 도르트문트를 맞아 후반 중반까지 고전했다. 답답한 흐름을 깬 건 이날 경기를 끝으로 프로 무대에서 은퇴하는 베테랑 미드필더 토니 크로스(34·독일)의 정교한 킥 한 방이었다. 그는 코너킥 상황에서 정확한 오른발 ‘택배 크로스’로 카르바할의 헤딩 골을 어시스트했다.

선제골을 터뜨린 레알 마드리드는 이후 경기 주도권을 쥐면서 승리를 굳혔다. 축구 통계 사이트 풋몹은 결정적인 도움을 기록한 크로스에게 양 팀 통틀어 최고인 평점 8.5점을 줬다. 크로스의 패스 성공률은 무려 97%(94회 시도 91회 성공)나 됐다.

크로스는 2010년대 최고의 미드필더를 꼽을 때 첫손에 꼽히는 레전드다. 경기 흐름을 읽는 눈과 킥 능력이 발군이다. 팬들은 상대 선수들을 한 수 지도하는 듯 침착하고도 여유 넘치는 플레이를 펼치는 크로스에게 ‘교수님’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크로스는 팀 동료 모드리치, 나초 페르난데스, 카르바할과 함께 나란히 6회 우승을 달성하면서 챔피언스리그 개인 통산 최다 우승 기록을 세웠다.

크로스는 2007년 뮌헨에서 프로에 데뷔했다. 그런데 뮌헨이 2014 브라질월드컵 우승의 주역인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는 데 불만을 품고 2014~15시즌을 앞두고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했다. 당시엔 뮌헨도 크로스를 붙잡지 않았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크로스는 이날까지 465경기에서 28골 99도움을 기록하며 레전드의 반열에 올랐다. 공교롭게도 뮌헨은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크로스가 이끄는 레알 마드리드에 져 탈락했다. 크로스는 “6번째 우승이 믿기지 않는다”면서도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한 뒤 (레알 마드리드와) 작별 인사를 하고 싶었다”며 기뻐했다.

크로스는 마지막 도전을 남겨뒀다. 오는 14일 독일에서 개막하는 2024 유럽축구선수권(유로 2024)에서 조국 독일대표팀을 이끈다. 그는 2021년 국가대표팀에서 은퇴했지만, 부진에 빠진 독일을 구하기 위해 지난 2월 3년 만에 대표팀에 복귀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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