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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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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특급’ 양민혁의 숨은 조력자, K리그1 득점왕 후보 ‘룸메 형’ 이상헌 “꼰대같이 기죽이지 않고 친구처럼 지내요” [이근승의 믹스트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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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헌(26·강원 FC)은 2024시즌 K리그1 전반기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다. 이상헌은 올 시즌 K리그1 16경기에서 8골을 기록하고 있다. 2018시즌 울산 HD FC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이후 개인 한 시즌 최다골 기록이다. 이상헌은 절친한 친구인 이승우와 함께 올 시즌 K리그1 득점 공동 2위에 올라 있다. 이상헌은 득점 1위 스테판 무고사를 1골 차로 추격 중이다.

이상헌의 맹활약에 강원 FC도 웃고 있다. 강원은 2024시즌 K리그1 16경기에서 8승 4무 4패(승점 28점)를 기록하고 있다. K리그1 12개 구단 중 4위다.

이상헌은 2023시즌 부산 아이파크 주전 경쟁에서 완전히 밀렸다. 2023시즌 K리그2 5경기 1도움에 그쳤다. 이상헌의 가치를 알아보고 손을 내민 게 강원 윤정환 감독이다. 윤 감독은 울산 감독 재임 시절 울산 유소년팀(현대고등학교)에서 특출 난 기량을 뽐낸 이상헌을 눈여겨 본 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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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헌. 사진=이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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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헌.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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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헌, 윤정환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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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헌은 “작년엔 리그에서 5경기밖에 뛰지 못했다”며 “돌이켜 보면 그대로 잊힐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스스로 ‘빛을 보지 못한 유망주로 끝나는구나’란 생각도 했다. 그런 내게 손을 내밀어주신 게 윤정환 감독님이다. 감독께서 굳건한 믿음을 보내주신다.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정신을 다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신다. 한 경기 한 경기가 정말 소중하고 감사하다. 감독님의 믿음에 더 보답해야 한다.” 이상헌의 얘기다.

이상헌은 ‘특급 유망주’로 불린 시절이 있었다. 울산 유소년팀인 현대중, 현대고 시절엔 손꼽히는 공격수였다. 자연스럽게 14살 때부터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다. 이상헌은 2015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에선 한국의 16강 진출에 이바지했다. 한국이 FIFA 주관 대회에서 처음 브라질을 제압(1-0)했던 그 대회다. 이상헌은 2015 U-17 월드컵에서 한국이 치른 모든 경기(4)에 출전했다.

이상헌은 2017년 한국에서 열린 U-20 월드컵에서도 맹활약했다. 이상헌은 한국이 치른 4경기 중 3경기에 출전해 1골을 기록했다. 한국은 이 대회에서도 16강에 올랐다. 이상헌은 연령별 대표팀에서 호흡을 맞췄던 이승우와 향후 한국 축구를 이끌어갈 재목으로 이름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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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헌.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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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헌.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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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의 세계는 만만하지 않았다.

K리그1 우승을 꿈꾸는 울산에서 출전 시간을 확보하는 건 매우 힘겨웠다. 2018시즌 후반기 전남 드래곤즈로 임대를 떠나 반등을 꾀했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이상헌은 주저앉지 않았다. 계속해서 주전으로 뛸 수 있는 팀을 찾았다. 2021시즌 울산을 떠나 부산으로 향한 결정적인 이유였다.

이상헌은 2021시즌 K리그2 33경기(3골 3도움), 2022시즌 31경기(7골 3도움)를 소화했다. 2023시즌엔 주전 경쟁에서 밀렸지만 2시즌 연속 30경기 이상을 소화하며 많은 성장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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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민혁. 사진=이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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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헌이 강원 이적 후 친동생처럼 챙기는 선수가 있다. ‘고교 특급’ 양민혁(18)이다.

양민혁은 “모든 형이 친동생처럼 잘 챙겨주신다”면서도 “대화는 아무래도 룸메이트인 (이)상헌이 형과 가장 많이 하는 듯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양민혁은 이어 “상헌이 형이 매번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신다. 상헌이 형이 ‘지금 정말 잘하고 있다. 자신감 잃지 말고 지금처럼 하라’고 해주신다. 그 말이 정말 큰 힘이 된다. 덧붙여 ‘항상 겸손해야 한다. 절대 자만해선 안 된다’며 중심을 잡아주시기도 한다. 상헌이 형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양민혁이 이야기했듯이 이상헌은 그의 룸메이트다.

이상헌은 고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양민혁이 프로에서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펼칠 수 있도록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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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별 대표 시절 이상헌.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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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별 대표 시절 황인범(맨 왼쪽부터), 이상헌, 김진야, 조영욱.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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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헌.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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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헌은 “(양)민혁이를 보면 어릴 때 생각이 많이 난다”며 “나는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빛을 많이 못 본 유망주였다”고 말했다.

“민혁이는 나와 달라야 한다. 그래서 더 마음이 가는 듯하다. 민혁이에게 내가 어린 시절 후회하는 것들을 종종 이야기하곤 한다. 내가 꼰대는 아니다(웃음). 꼰대같이 기를 죽이기보다는 친구처럼 아주 잘 지낸다. 우리 둘 다 웬만하면 필요한 말만 하고 즐겁게 지내려고 한다.” 이상헌의 말이다.

든든한 선배가 도움을 아끼지 않는 까닭일까. 양민혁은 2024시즌 K리그1 16경기에서 4골 3도움을 기록 중이다. 개막전부터 주전 자릴 꿰차 강원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상헌은 “전지훈련 때부터 이 친구는 보통이 아니란 걸 느꼈다”며 웃은 뒤 “정말 당돌하다”고 말했다.

“민혁이는 K리그에서 보기 힘든 도전적인 선수다. 거침이 없다. 뒤를 보는 법이 없다. 그냥 부딪힌다. 팀에 저런 선수가 있으면 정말 큰 도움이 된다. 나는 저 나이 때 민혁이처럼 못했다. 지금 돌아보면 내가 가진 재능과 끼를 더 많이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싶다. 어릴 땐 정말 내성적이었다. 민혁이를 보면서 ‘아, 나도 저렇게 당돌하게 했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을 종종 한다.” 이상헌의 속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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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헌.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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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헌은 2024시즌 그라운드 안팎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그렇다고 흐트러지는 법은 없다.

이상헌은 팀 내에서 가장 성실한 선수로 꼽힌다.

이상헌은 “한동안 골이 들어가지 않아 초조했던 게 사실”이라며 “윤정환 감독님과 미팅 후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상헌은 이어 다음과 같은 다짐을 전했다.

“올 시즌 초반 많은 골을 넣었던 이유를 찾아봤다. 활동량이었다. 상대보다 한 발 더 뛰면서 기회를 만들었고, 팀 승리를 이끌었다. 나는 중요하지 않다. 내게 중요한 건 강원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나는 강원 팬들에게 ‘정말 성실했던 선수, 성실한 만큼 능력도 있고 인상적이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오랜 시간 내 이름을 기억해 주실 수 있도록 매 순간 최선을 다할 것이다.”

춘천=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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