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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이슈 손흥민으로 바라보는 축구세상

SON 너그러운 용서에도 벤탄쿠르 사태에 "다른 국적, 인종이었으면 더 난리 났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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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

[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주장의 아량이 있더라도 본질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 서구권에 팽배한 동양인을 얕보는 기본 인식을 하루빨리 고쳐야 한다.

일주일 동안 토트넘 홋스퍼 내 인종차별 문제로 시끄러웠다. 우루과이 출신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손흥민을 겨냥해 인종차별 발언을 한 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전 세계에 알려지면서 상당한 진통이 있었다.

벤탄쿠르는 우루과이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너의 셔츠는 있으니 손흥민의 유니폼을 받을 수 있느냐'는 진행자에게 "손흥민의 사촌 것을 가져다줘도 넌 모를 걸. 한국인들은 다 똑같이 생겼으니까"라고 웃어넘겼다.

아시아인의 외모를 비하한 걸 인지하지 못했다. 그만큼 우루과이 문화에는 동양인을 내려다보는 의식이 깔려있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벤탄쿠르 역시 자신의 SNS에 "질이 좋지 않은 농담이었다"라고 인정했다. 본인도 친한 사이에 할 법한 대화라는 걸 강조했다. 잘못을 뉘우치기보다는 변명에 가까웠다. 더구나 벤탄쿠르는 사과문마저 하루 뒤면 삭제되는 플랫폼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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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핵심을 찌르는 분석이 있다. 영국 '풋볼런던'의 알레스데어 골드 기자는 "벤탄쿠르의 발언은 당연히 멍청했다. 물론 악의적이거나 비하 의도를 담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인종차별적 발언의 형태를 띄고 있는 건 분명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벤탄쿠르의 발언이 단순한 농담이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특히 우루과이 사람들의 문화처럼 여기기도 한다. 이러한 사고방식 자체가 끔찍하다"라고 작심 발언을 했다.

골드 기자는 "이런 이슈를 쫓으면서 불필요한 관심을 쏠리게 한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그런 접근도 어리석다. 아마 손흥민이 다른 인종이나 국적이었으면 더 크게 논란이 됐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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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문화에서 한국인 손흥민이 피해자였기에 덜 불탄다고 바라볼 정도다. 만약 손흥민이 아닌 흑인 선수가 인종차별을 당했다면 단순히 '손흥민 사랑해'라며 넘어갈 문제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만큼 여러 인종 중에서도 동양인을 비하하는 데 있어 상당히 가벼운 시각과 무례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손흥민과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레알 마드리드)의 인종차별 피해 케이스다. 이달 초 손흥민을 줄기차게 모욕한 노팅엄 포레스트의 한 남성은 2,408파운드(약 428만 원)의 벌금을 물었다. 처벌도 3년간 축구장 출입이 거부되는 정도였다.

인종차별 사건으로 징계가 너무 약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비니시우스 건은 달랐다. 손흥민이 독일과 영국에서 인종차별을 당하듯이 비니시우스도 스페인에서 상당한 조롱에 시달렸다. 오죽하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그동안 겪었던 인종차별 발언들을 1분30초 가량의 영상으로 만들어 게재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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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성의 차이는 있었겠으나, 비니시우스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했던 피의자들은 8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동안 축구장 출입 정지 정보로 그쳤던 처벌 수위가 실형으로 확대됐다. 물론 인종차별을 없애는 데 있어 의미가 큰 형량이지만 손흥민과 비니시우스를 둘러싼 징계를 봤을 때 동양인 차별 문제가 터부시되는 측면을 외면할 수 없다. 축구계에서도 흑인이 인종차별을 당하는 것에 비해 동양인의 피해 사례는 이슈가 되지 않거나 처벌 수위가 낮은 대목을 엿볼 수 있다.

다행히 유럽이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손흥민이 하루 전 "벤탄쿠르와 얘기했다. 그는 실수를 했고, 잘못을 인지해 내게 사과했다"면서 "모욕적인 말을 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 우리는 여전히 형제다.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에게는 이미 과거의 일이며, 계속 단결하고 있다. 우리 클럽을 위해 싸우는 걸 프리시즌부터 다시 함께할 것"이라고 변함없는 우정과 동료애를 과시했다.

손흥민이 인종차별 논란 진화에 나섰기에 평소라면 잠잠해졌을 일이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손흥민의 사과에도 영국축구협회(FA)의 징계가 이어질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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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타임즈'는 "FA가 벤탄쿠르의 발언을 징계할 고민을 하고 있다. 선례를 봤을 땐 3경기 출장 정지와 10만 파운드 벌금 징계가 내려질 수 있다"고 전했다.

FA가 참고하는 선례는 에딘손 카바니에 대한 징계다. 2021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 카바니는 SNS에서 자신을 응원하는 팬에게 '네그리토(Negrito)'라는 단어를 썼다가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해석되어 FA로부터 3경기 출장 정지, 벌금 10만 파운드(약 1억 7586만 원) 처분을 받았다. 카바니는 인종차별이 아닌 애정이 담겨 한 말이라고 억울해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 지난 2020년 맨체스터시티 미드필더 베르나르두 실바도 팀 동료 뱅자맹 멘디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1경기 출전 정지와 벌금 5만 파운드 징계를 받았다. 당시 실바는 멘디의 어린 시절 사진과 함께 '누군지 맞춰 보라'는 문구를 적어 SNS에 올렸다. 문제는 옆에 스페인 초콜릿 브랜드 마스코트를 덧붙인 것. 흑인의 피부색을 초콜릿과 비교하면서 인종차별 의도가 있다고 FA는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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