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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이종현의 감성, 골프美학] 골프장과 깨진 유리창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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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무엇일까?

아마도 각기 다른 생각과 이미지 군이 있겠지만 보편적 이미지는 '아름다운 자연', '성공한 사람들', '고급 승용차', '호텔 같은 서비스' 등 이런 이미지일 것이다. 사실 국내 골프장 하면 외국에서도 알아줄 만큼 고급 시설과 이미지를 떠올린다. 심지어는 호텔보다도 더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외에서 국내 골프장 디자인, 시설, 서비스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다녀가기도 한다.

멀리서 보면 정말 그렇다. 국내 골프장만큼 앞서가는 서비스와 시설 그리고 고객을 배려하는 곳이 없다.

하지만 시선을 돌려 보면 화려함 뒤에 숨어 있는 골프장의 어두운 민낯을 쉽게 발견한다. 필자는 명문 골프장일수록 꼭 확인하는 장소가 있다. 그 대표적인 곳이 바로 기사 대기실 식당과 화장실, 그늘집 뒤쪽과 비관리 러프와 숲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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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그 집안을 보려면 화장실을 가보면 안다고 했다. 그 화장실 안에는 그 집안의 마음과 행동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가본 A명문 골프장 기사 대기실은 그야말로 1990년대 그대로의 낡은 시설과 방치된 풍경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골프장 클럽하우스 화장실은 1시간마다 닦고 쓸고, 좋은 방향제를 뿌려 반짝이고 빛난다. 그러나 기사 대기실 화장실은 언제 청소했는지 모를 만큼 때가 끼고 변기 뚜껑은 맞지도 않고 여기저기 시설은 부서져 있고 휴치통은 넘쳐나고 있었다. 식당 안은 곳곳에 전기가 나가 칙칙하고 어둡고 마시는 컵도 나뒹굴고 물 때가 잔뜩이다. 그늘집 뒤편으로 가면 온갖 쓰레기들이 나뒹굴고 폐자재들이 쌓여 있다. 골프장 비관리 지역엔 잘린 통나무가 쌓여 있고 비닐과 심지어는 온갖 병들이 위험스럽게 방치되어 있다.

묻고 싶다. 소위 국내 최고의 명문 골프장이라는 곳에서, 보이는 화려함 뒤에 숨겨진 민낯을 보고도 이를 명문 골프장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싶다. 진정한 명문은 보이지 않는 곳까지도 같아야 하며 아무리 기사분들과 직원들이 이용한다고 해도 방치된 시설과 부족한 서비스는 명문 자격이 없다.

일본에 있는 골프장과 시내 식당에 가면 습관처럼 비 골퍼와 직원이 이용하는 시설과 식당 뒤편을 확인한다. 분명한 것은 클럽하우스나 비회원, 직원이 이용하는 곳도 항상 깨끗함을 유지하는 것을 보고 명문 골프장의 자격은 과연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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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의 법칙이 있다. '깨진 유리창을 그대로 방치하면 건물이 무법천지로 변한다. 깨진 유리창처럼 사소한 것들이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한다'는 이론이다. 맞는 말이다. 명문 골프장의 화려함 뒤에 숨은 직원과 기사 대기실 화장실은 변기 뚜껑이 떨어질 듯 위험스럽고 툭툭 삐져나온 못하며 질펀한 물들로 인해 급하게 사용하고 나오게 되었다. 그러니 화장실이 깨끗해질리 없고 누군가가 청소를 자발적으로 하고 싶을 리 없다는 생각이다.

또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지금 이곳 직원과 기사분들이 미래엔 골퍼가 될 수 있다. 게리하멜의 말처럼 미래는 주류가 아닌 비주류를 통해 시작된다. 지금 아주 잠깐의 골프장 주체가 힘을 얻었을지 몰라도 분명 침묵하고 있는 비주류들에 의해 미래가 열릴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남아프리카 반투족 말 중에 'UBUNTU(우분투)'가 있다. 우분투는 사람들 간의 관계와 헌신에 중점을 둔 윤리 사상이다. 다시 말해 우분투는 '우리가 함께 있기에 내가 있다'라는 뜻이다. 결코 명문 골프장은 회원과 골퍼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직원, 기사분들이 이용하는 식당과 화장실 , 대기실 등도 회원과 이용하는 골퍼와 같아야 하며 같은 인격체이다.

화려함 뒤에 숨어 있는 명문 골프장의 민낯을 보고도 그곳을 과연 명문 골프장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유리창이 깨지만 방치하지 말고 빨리 치워야 한다. 그대로 놔두면 그 건물은 무법천지가 될 것이다. 기사식당 화장실, 대기실, 식당 이대로 방치하면 과연 어떻게 될까. 모두의 상상에 맡긴다.

글, 이종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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