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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잠실을 숨멎게 한 켈리… 외인 교체 물음표, 깨끗이 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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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

케이시 켈리가 LG 팬들을 향해 모자를 벗고 인사를 건네고 있다. 사진=LG트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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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할 나위 없는 부활이었다.

프로야구 LG의 ‘효자 외인’ 케이시 켈리가 시즌 최고의 투구를 수놓았다. 25일 잠실 삼성전, 상위권에서 다투는 적을 상대로 9이닝 1피안타 3탈삼진 무사사구 무실점 역투를 펼쳐 올 시즌 KBO리그 2번째 완봉승 피처에 이름을 새겼다.

내용을 파고들면 호투의 가치는 치솟는다. 1회부터 8회까지 피안타, 볼넷, 몸 맞는 공 모두 LG 마운드에서 자취를 감췄다. 단 하나의 출루도 허용하지 않는 ‘퍼펙트 행진’이었던 것.

이어진 9회 아웃카운트 3개만 연달아 잡아내면, KBO리그 ‘최초’의 퍼펙트 게임(선발 투수가 단 한 명의 타자도 진루시키지 않고 끝낸 게임) 대기록이 세워지는 상황이었다. LG 더그아웃은 물론, 팬들이 가득 메운 1루 응원석이 이닝을 거듭할수록 숨을 죽인 까닭이다.

통한의 ‘1구’가 켈리를 가로막았다. 9회초 첫 타자 윤정빈이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공략해 깔끔한 안타를 뽑아낸 것. 역투를 수놓던 켈리, 어느 때보다 신중한 볼배합을 보이던 박동원은 물론 LG 전체가 탄식을 내지른 순간이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켈리는 경기의 마무리를 책임졌다. 차곡차곡 다시 아웃카운트를 쌓아 4-0 승리를 기어코 완성했다. ‘완벽’에 이르지 못했을지라도, 평생 잊을 수 없을 하루의 마무리를 무사사구 완봉승으로 빚어내며 밝게 미소 지었던 켈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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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케이시 켈리가 25일 잠실 삼성전에서 무사사구 완봉승을 장식한 후, 팀원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LG트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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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많은 것을 얻었다. 시즌 초반 내내 자신을 향해 붙어있던 물음표를 드디어 지워냈다는 점이 무엇보다 반갑다. 올해로 KBO리그 6년 차를 맞이한 켈리는 앞선 5년 모두 두 자릿수 승수를 챙기며 ‘외인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수행해왔다. 올해는 달랐다. 5월까지 11경기 2승6패, 평균자책점 5.60(62⅔이닝 33자책점)이라는 켈리답지 못한 슬럼프를 보여줬다.

LG가 특단의 대책을 꺼내들기 시작한 시점이다. 차명석 단장이 대체 외인을 물색하기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으며, 염경엽 감독은 함께 부진하던 디트릭 엔스와 켈리를 향해 공개적으로 ‘잔류 오디션’까지 선언했다. 언제나 그의 편에 서주던 LG 팬들 안에서도 찬란했던 동행은 묻어두고, 이제는 켈리를 보내줘야 한다는 의견까지 일었다. 야구 안팎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던 켈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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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케이시 켈리가 25일 잠실 삼성전에서 무사사구 완봉승을 펼치고 수훈 선수 인터뷰에서 눈물 짓고 있다. 사진=LG트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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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란 듯이 살아났다. 5월 마지막 등판이었던 26일 NC전 6이닝 3실점을 신호탄으로 3연속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피칭을 수놓으며 무력시위에 나섰다. 이달 13일 삼성 원정에서 6실점 경기가 나왔지만, 8이닝을 책임지며 제 몫을 해냈던 그는 이번 완봉승으로 부활의 정점을 찍었다. 패스트볼 구속도 꾸준히 140㎞대 중후반에 형성되면서 슬럼프 기간 제기된 구속 저하 우려까지 지워간다.

LG도 함박웃음을 짓는다. 염 감독의 ‘공개 오디션’ 이후, 켈리는 물론 헤매던 엔스(시즌 8승2패·평균자책점 4.85)까지 안정궤도에 오르며 강력한 외인 원투펀치 위용을 빚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29년 만의 통합우승과 함께 천명했던 ‘왕조 구축’. 중요한 퍼즐이 채워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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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케이시 켈리가 마운드를 향해 뛰어가고 있다. 사진=LG트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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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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