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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골프 천재’ 별명이 ‘엉빵이’?… “기회 잡는 선수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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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오픈 나서는 한국 골퍼들’… 한국오픈서 통산 3승 거둔 김민규 인터뷰

조선일보

코오롱 제66회 한국오픈에서 우승한 김민규. /한국오픈 조직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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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골프의 기대주’ 김민규(23·CJ)는 가까운 친구들 사이에서 ‘까불이’ ‘엉빵이(엉덩이가 빵빵 하다는 뜻)’란 별명으로 불린다고 한다. 뭐든 잘할 것 같은 총기 있는 눈매에 꽤 장난 잘 칠 듯한 모습이 있지만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꾸밈없이 진솔하고 상황을 여러 각도에서 비춰볼 줄 아는 성숙한 면모를 지니고 있다. 골프에도 반전 매력이 있다. 175cm로 크지 않은 체격이지만 드라이버 300m를 날린다. 여러 가지 트러블 상황에서 상상력 풍부한 샷으로 팬들을 즐겁게 하는 재미있는 골프를 한다.

“그는 3차례 우승보다 준우승이나 아쉽게 우승을 놓친 적이 훨씬 많다”며 “골프는 1등만 우승 트로피에 이름을 새겨 넣을 수 있는 비정한 측면이 있지만 냉정하게 부족한 모습을 찾아서 더 준비하는 ‘쿨(cool)’한 태도가 발전으로 이끄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오는 18일 골프의 고향 스코틀랜드에서 열리는 큰 무대 디오픈에 나선다. “시간 날 때마다 유튜브로 2016년 디오픈 경기를 본다”고 했다.

올해 상반기 12개 대회를 치른 한국프로골프(KPGA)투어에서 김민규는 유일하게 2승을 올린 다승자다. 그는 지난달 제14회 데상트코리아 매치플레이와 코오롱 제66회 한국오픈에서 두 개의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한국오픈 우승으로 5억원의 상금과 함께 18일 ‘골프의 고향’ 스코틀랜드에서 열리는 제152회 디오픈에도 출전한다. 올해 디오픈의 무대 로열 트룬은 2016년 디오픈에서 헨리크 스텐손(스웨덴)과 필 미켈슨(미국)이 디오픈 사상 최고의 명승부 가운데 하나로 남은 전설적 대결을 펼쳤던 곳이다. 디오픈 최종 라운드 챔피언 조에서 미켈슨은 이글1개 버디 4개로 6언더파(65타)를 적어내며 맹추격을 벌였지만 1타차 선두로 출발한 스텐손이 버디 10개, 보기 2개로 8언더파(63타)를 치며 디오픈 사상 역대 최다 언더파 스코어인 20언더파로 자신의 첫 메이저 우승을 달성했다.

김민규는 “틈날 때마다 2016년 디오픈에서 스텐손과 미켈슨이 한 ‘에브리 샷’ 영상을 보면서 홀별로 어떻게 티샷을 하고 홀을 공략하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로열 트룬은 최경주 재단 장학생이었던 김민규가 재단의 도움으로 현장을 다녀온 각별한 인연도 있다. 김민규는 이렇게 말했다. “2년 전에도 한국오픈 우승자 자격으로 세인트앤드루스에서 열린 제150회 디오픈에 갔던 경험이 있다. 그때 들어가지 말아야 할 벙커에 공을 넣어서 트리플 보기를 범하는 바람에 컷 통과 기회를 잃어 아쉬웠다. 올해는 치기 전에 꼭 한 번 더 생각하고 들어갈 것이다.”

김민규는 ‘골프 신동’이라 부를 만한 이력을 지녔다. 열네 살이던 2015년 역대 최연소로 아마추어 국가대표로 뽑혔고, 중학교 졸업 후에는 유럽으로 건너가 2부와 3부 투어에서 실력을 쌓았다. 2018년에는 유럽 2부 투어 최연소(17세 64일) 우승 기록을 세웠다. 코로나 사태로 유럽투어 운영이 중단되자 귀국해 2020년 KPGA투어에 데뷔한 김민규는 4차례 준우승 끝에 2022년 코오롱 한국오픈에서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그는 한국오픈에서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한 덕분에 다시 서게 된 큰 무대에 대한 설렘 만큼이나 도전의식이 강렬했다.

“디오픈 대회장 분위기도 그렇고 코스에서 엄청난 선수들과 같이 경기를 할 수 있어 많이 배울 수 있다. 지금도 가슴 뛰는 기억으로 남아있다. 당시 타이거 우즈를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보고 사진을 너무 찍고 싶어서 동의를 구하고 한 장 찍었었다. 같은 대회장에 있다는 사실이 감사했다”고 했다.

김민규는 11일 개막하는 KPGA투어 군산CC오픈에 출전한다. 2020년 유럽에서 돌아와 월요예선을 거쳐 준우승을 차지하며 김민규란 이름 석 자를 알린 대회다. 당시 우승은 김주형(22)이 차지했다. 한국 골프의 미래를 이끌 재목으로 인정받은 둘은 함께 KPGA투어에서 뛰던 3년 남짓한 시간 좋은 경기를 많이 치렀다.

“함께 연습라운드도 하고 대회도 많이 하면서 함께 재미있게 경기했다. KPGA투어에서 꾸준히 5위 안에 드는 모습을 보고 ‘정말 잘치는 선수구나’ 생각했다. 주형이에게는 무서운 구석이 있다. 경기에 잘 안되는 부분이 있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꼭 해결책을 찾아서 왔다. 그렇게 늘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기회가 왔을 때 잡으면 골프가 한 단계 올라간다. 그걸 잘해야 한다. 주형이는 큰 무대에서 뛰면서 월드클래스로 성장했다. 벌써 PGA투어 3승을 거둔 선수로 성장했다. 내 골프 인생에 많은 영감을 준다.”

그는 올해 우승을 거두고는 아버지에 대한 고마움을 이야기하며 울먹였다.

“중학교 마치고 유러피언 3부 투어부터 뛰기 시작했을 때 정말 아무것도 몰랐던 것 같다. 차에서 그냥 자고 대회에 나설 때도 있었다. 아버지가 힘든 일을 다 해주시니까 나는 그렇게 힘든 줄은 몰랐다. 아버지는 정말 힘드셨을 것 같다. "

김민규는 국내 선수로는 ‘자립’이 빠른 편이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유럽 진출 등 많은 걸 결정했지만 유럽 생활 2년이 지나고 아버지가 ‘내가 빠져주는 게 네 골프 인생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하셨다. 유럽에서 혼자서 1년 반 백 메고 골프 대회를 다녔다. 국내에 돌아와서도 상의는 많이 하지만 결정은 내가 하도록 한다.”

그는 올 시즌 KPGA투어 대상을 통해 유럽과 미국 무대 진출을 꿈꾼다. “결국 준비가 된 만큼 이룰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김민규는 “솔직히 골프 빼고 잘하는 게 없다는 소리를 듣는다”면서도 “코인 노래방에서 가수 임한별의 ‘사랑하지 않아서 그랬어’ 등을 부를 때 스트레스가 많이 풀린다”고 했다.

[민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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