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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6 (금)

'켈리도 울고, 동료들도 울고, 하늘도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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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경기가 폭우로 우천 노게임이 선언된 뒤 LG 외국인투수 케이시 켈리가 가족과 함께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LG트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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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LG 선수들이 이날 선발로 나선 켈리를 헹가래치고 있다. 사진=LG트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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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세상에 이런 외국인선수가 또 있을까. 6년간 헌신했던 팀에서 하루아침에 퇴출을 통보받았다.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특히 외국인선수는 더 그렇다. 그래서 다른 말로 그들을 ‘용병’이라 부른다.

이미 경기 전 팀을 떠나는 것이 확정된 상황. 더는 공을 던지지 않아도 됐다. 그는 기꺼이 마지막 등판을 결심했다.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고 싶어서였다. KBO리그에서의 마지막 추억도 남기고 싶었다.

하늘도 이별을 슬퍼했던 것일까. 경기 전부터 구장에 비가 쏟아졌다. 그는 최선을 다해 공을 던졌다. 문제는 3회. 경기 중 폭우가 쏟아져 노게임이 선언됐다. 그는 다시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그의 눈에선 뜨거운 눈물이 쏟아졌다. 정든 동료들과 일일이 포옹을 나눴다. 동료들도 아쉬움에 같이 울었다. 팬들 역시 눈물을 흘리면서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그 이름은 바로 LG트윈스의 ‘잠실 예수’ 케이시 켈리(34)였다.

켈리는 지난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베어스와 KBO리그 홈경기에서 2⅔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한 뒤 LG와 길었던 동행을 마무리했다. LG 구단은 경기가 노게임이 선언되자마자 켈리와의 결별을 공식 발표했다. 동시에 새 외국인투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29) 영입을 알렸다.

2019년 처음 LG 유니폼을 입은 켈리는 날카로운 커브와 슬라이더를 앞세워 6시즌이나 잠실구장 마운드를 지켰다. 외국인선수가 ‘파리 목숨’과도 비교되는 KBO리그에선 기적이나 다름없었다.

켈리는 ‘꾸준함의 대명사’였다. 6시즌 동안 통산 163경기 989⅓이닝을 던져 73승 46패 평균자책점 3.25의 성적을 남겼다. 지난해까지 매 시즌 170이닝 안팎을 책임지며 1선발 노릇을 톡톡히 했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 동안 144경기에 선발 등판해 875⅔이닝, 1만3539개 공을 던졌다. KBO리그에서 같은 기간 동안 켈리보다 더 많은 투구수를 기록한 선수는 없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까지 범위를 넓혀도 마찬가지였다.

켈리의 KBO리그 커리어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은 역시 지난해 한국시리즈였다. 그는 한국시리즈 1, 5차전에 선발투수로 나와 1승 평균자책점 1.59(11⅓이닝 3실점 2자책)를 기록, LG의 29년 ‘한국시리즈 우승의 한’을 풀어줬다.

하지만 켈리 역시 한 명의 외국인 선수일 뿐이었다. 올 시즌 구위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기복이 심한 모습을 드러냈다. 시즌 초부터 교체설이 불거졌다. 상위권에서 치열한 순위 싸움을 벌이던 LG는 ‘읍참마속’ 심정으로 켈리와 결별을 결정했다.

켈리는 LG에서 마지막 등판을 마친 뒤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지낸 5년 반이라는 시간에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떠나기 전에 등판 기회를 가질 수 있어 기분이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울러 “(경기장에)비가 다시 쏟아질 땐 이게 내 마지막임을 직감했다”며 “그래도 동료들과 야구했다는 점이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냐’는 말에 켈리는 다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선수이기 전에 ‘인간’ 켈리로 기억되고 싶다”며 “팀을 위해 희생한 최고의 팀 플레이어로 남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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