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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7 (토)

[종합] "할만큼 했다, 그동안 고마웠다"…故김민기, 학전의 별이 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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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뉴스24 정지원 기자] 대학로 소극장 '학전'을 이끈 가수 김민기가 별세한 가운데 학전 측이 고인의 마지막을 추억하는 시간을 가졌다.

고(故) 김민기는 22일 오전 별세했다. 향년 73세. 고인의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2호실에 마련됐고 발인은 24일 오전 5시 30분, 장지는 서울추모공원 천안공원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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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기 극단 학전 대표가 지난 21일 73세 나이로 별세했다. 고 김민기 빈소 전경. [사진=학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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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전 대표 김민기는 지난해부터 지병인 위암으로 투병해 왔으며 간 전이 후 최근 폐렴이 발병해 병세가 악화돼 가족이 보는 가운데 눈을 감았다. 생전 고인의 뜻에 따라 조의금과 조화는 받지 않으며 장례 역시 가족장으로 조용히 치러질 예정이다. 조문은 22일 낮 12시 30분부터 가능하다.

고 김민기의 조카이자 학전 살림을 맡고 있다고 밝힌 김성민 팀장은 "집에서 요양하시다가 금요일부터 안 좋아졌다. 토요일 오전에 응급실에 가셨고 일요일 오후 8시 25분에 돌아가셨다. 작은어머니와 동생들이 다 미리 얘기 나누고 작별인사 나눴다. 보고 싶은 가족 올 때까지 다 기다리셨다가 다 만나고 잘 가셨다"고 밝혔다.

김성민 팀장에 따르면 고 김민기는 위암 4기 판정을 받고 간에 암세포가 전이돼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다. 김 팀장은 "일반 어르신들이 돌아가시는 과정으로 돌아가셨다. 다음 병원 일정을 잡은 가운데 우리도 예상치 못하게 돌아가셨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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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전 김민기 대표 [사진=학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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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김 팀장은 "장례를 위해 어제 서울대병원에 안치했다. 많은 분들이 오실 걸로 예상돼서 오늘 낮 12시 반부터 조문객 받으려 한다"며 "33년간 여러분께 내어드렸으니 가시는 길 만큼은 가족들이 온전히 선생님을 보내드리고 싶다. 그게 다른 가족들의 마음이다. 그렇게 정한 부분에 대해서는 양해 부탁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 팀장은 "학전 소극장은 없어졌고 아르코(현 아르코꿈밭극장)가 운영되고 있는데 아르코 쪽에서 양해를 구해주셔서 학전 주변을 둘러보고 장지로 갈 수 있게끔 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고 김민기의 유언에 대한 질문에 "갑작스럽게 가셨지만 남기신 말씀은 3, 4개월 전부터 꾸준히 있었다. '고맙다'는 말씀 하셨고, 남겨진 가족들이나 학전에서 해야 할 일이 소소하게 있어서 나를 많이 걱정하셨다. '할 만큼 다 했다, 고맙다, 네가 걱정이지' 같은 말씀을 많이 하셨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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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기 극단 학전 대표가 지난 21일 73세 나이로 별세했다. 고 김민기 빈소 전경. [사진=학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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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학전은 아르코 예술기록원의 도움을 받아 '학전 아카이브'를 만들어 갈 예정이다. 김 팀장은 "아르코 예술기록원에서 우리의 자료를 다 가지고 가셔서 작업 중에 있다. 2, 3년 후 자료가 공개되지 않을까 싶다"며 "아카이브를 생각 중이다. 본인이 만든 작품에 대한 대본, 무대라든지 음악을 다 한 번에 볼 수 있는 걸 만들고 싶어하셨다. 저희가 잘 해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고 김민기가 연출하지 않은 학전의 작품은 없고, 김민기가 연출하지 않는 '지하철 1호선'은 없다"고 밝힌 김 팀장은 "다만 누군가가 염원한다면 작은 어머니나 동생들과 생각해서 40주년, 50주년, 100주년 학전에서 (할 수도 있다.) 현재 상태로는 감히 말씀드릴 수 없는 상황"이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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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전 김민기 대표 [사진=학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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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와 조의금을 받지 않는건 고 김민기의 성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유가족의 뜻이라고. 김 팀장은 "학전 친구들에게 의견을 물어봤고 가족들에게도 물어봤다"며 "많은 분들이 알게 모르게 십시일반 모아 도움을 줘서 가시는 노잣돈 마련하지 않았을까 싶다"며 "마지막으로 오는 분들께 밥 한 끼 따뜻하게 드린다 생각하려 한다. 그렇게 밥 먹고 차 마시면서 배우님들과 선생님을 떠올리지 않을까 하며 그렇게 정했다. 유가족도 흔쾌히 동의한 부분"이라 답했다.

고 김민기는 생전 신진 뮤지션이 놀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싶은 뜻이 있었다고. 김 팀장은 "선생님이 '신진 뮤지션이 놀 수 있는 장을 마련했음 좋겠는데'라는 말을 하셨다. 그래서 아르코에 말씀 드렸다. 그 분들이 알아서 잘 준비하고 계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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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전블루 소극장 전경 [사진=학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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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민기는 '아침이슬' '가을편지' '꽃피우는 아이' '상록수' 등을 남긴 천재 음악가이자 1991년에는 서울 대학로에 학전 소극장을 열어 설경구 황정민 김윤석 장현성 조승우 등을 배출한 문화의 산실, 대한민국 문화계 입지전적의 인물이다.

고인은 1951년 전라북도 익산에서 10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재동초등학교, 경기중학교, 경기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회화과에 입학했다. 대학 시절 고등학교 동창 김영세와 포크송 듀오 '도비두'로 활동한 데 이어 1970년 대표곡 '아침이슬'을 작곡했다. 이 곡은 양희은이 노래했고, 민주항쟁 당시 민주주의의 상징이 됐다.

1971년 '김민기 1집'으로 데뷔했다. 이는 출반 직후 앨범 전량이 압수되고, 판매가 금지됐다. '꽃 피우는 아이' '늙은 군인의 노래', '상록수' 등 그의 노래들은 줄줄이 금지곡으로 지정됐다. 불온한 의도로 대중들을 선동한다는 이유에서였다.

1972년 양희은과 함께 '백구' '새벽길' '작은 연못' 등 한국 통기타 음악계의 걸작 앨범을 발매했다. 1977년 봉제 공장에서 일하며 '상록수'를 작곡해 발표했고, 1984년에는 민중가요 노래패 '노래를 찾는 사람들'을 결성했다.

1991년 고인은 대학로에 소극장 학전을 개관했다. 학전블루와 학전그린 소극장을 운영하며 '김광석 콘서트'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 등 라이브 콘서트 문화를 선보였다. 학전을 통해 고 김광석, 윤도현, 나윤선, 정재일 등이 스타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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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전블루 소극장 전경 [사진=학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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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초 창작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은 1994년 초연했다. 2023년까지 8천회 이상 공연을 올렸다. 학전이 발굴한 배우들은 설경구, 김윤석, 황정민, 장현성, 조승우, 이정은 등이다.

지난해 10월, 경영난과 고인의 병환으로 학전 운영 지속이 어려워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예술인들이 자발적으로 '학전 어게인 프로젝트'를 추진했지만 결국 학전은 지난 3월15일 문을 닫았다.

학전의 마지막은 '학전 어게인 콘서트'가 장식했다. '학전 어게인 콘서트'는 총 20회 공연에 가수 33팀, 배우 92명이 참여, 3천128명의 관객이 함께해 전 회 매진됐다.

고인은 2021년 심산상, 2020년 호암문화재단 호암상 예술상, 2018년 한국대중문화예술상 은관문화훈장, 2013년 한국대중음악상 특별분야 공로상, 2007년 독일 문화훈장 괴테 메달 등을 수상했다.

유족은 배우자 이미영 씨, 그리고 슬하에 두 아들이 있다.

/정지원 기자(jeewonjeo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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