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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7 (토)

이슈 손흥민으로 바라보는 축구세상

'손흥민 인종차별' 벤탄쿠르 불참, 차라리 다행...토트넘 팬심 돌아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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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로드리고 벤탄쿠르는 토트넘 홋스퍼에서 사랑받는 선수지만, 이번 한국 투어만큼은 불참하는 게 차라리 다행일 수 있다.

지난달 터진 손흥민 인종차별 논란 때문에 기존 손흥민 덕에 토트넘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 팬들이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토트넘은 23일(이하 한국시간) 한국과 일본을 방문하는 일정의 프리시즌 아시아 투어에 참가하는 31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총 30명의 선수들이 투어에 동행하며, 루마니아 출신 센터백인 라두 드라구신은 일본에서는 합류하지 않고 한국 일정만 소화할 예정이다. 아치 그레이, 루카스 베리발, 타이리스 홀, 알피 디바인, 제이미 돈리 등 토트넘이 기대하고 있는 유망주들이 투어 명단에 대거 포함됐다.

불참하는 선수는 7명이다.

지난 시즌 부상을 당한 베테랑 골키퍼 프레이저 포스터는 런던에 남아 재활에 전념하기 위해 투어에 참가하지 않는다. 이달 중순까지 미국에서 진행된 남미축구연맹(CONMEBOL) 코파 아메리카 2024에 참가했던 벤탄쿠르와 지오바니 로셀소, 그리고 크리스티안 로메로도 휴가를 떠났다. 벤탄쿠르는 캐나다와 3·4위전까지 치렀고, 로셀소와 로메로는 결승전에서 승리해 우승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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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열렸던 유럽축구연맹(UEFA) 2024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4)에 참가했다가 휴가를 보내고 있는 선수도 있다. 지난 시즌 로메로와 함께 토트넘의 주전 센터백으로 활약했던 미키 판더펜이다. 판더펜도 이제야 휴가를 보내고 있어 아시아 투어에는 동행하지 않기로 했다.

이적을 도모하고 있는 두 명의 선수도 명단에서 제외됐다. 손흥민의 절친으로 알려진 레프트백 세르히오 레길론과 토트넘이 기대했던 유망주 브리안 힐이 주인공이다.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플랜에서 제외된 두 선수들은 런던에 남아 새 팀을 알아보는 데에 집중하기로 했다.

토트넘 입장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주전 센터백 듀오인 로메로와 판더펜이 나란히 투어에 참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물론 2023-24시즌부터 국제 메이저 대회까지 치르면서 쌓인 피로를 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선수들의 컨디션을 확인하고 팀 전술을 실험해야 하는 프리시즌에 주전 센터백들의 부재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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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토트넘은 이번 기회를 통해 유망주들을 대거 실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명단에 포함된 선수 중 애슐리 필립스는 토트넘이 기대하고 있는 2005년생 유망주 센터백이다. 지난 시즌 토트넘에서 프리미어리그(PL) 데뷔전을 치르기는 했으나 이후에는 임대를 떠났다 복귀했다.

아무래도 한국 팬들 입장에서 관심이 모이는 건 벤탄쿠르의 불참 소식이다. 지난달 한 방송에서 손흥민을 언급하며 인종차별적 발언을 해 벤탄쿠르에 대한 국내 팬들의 여론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달 15일 우루과이 방송 프로그램인 '포르 라 카미세타(Por la Camisaeta)'에 출연해 진행자와 나눈 짧은 대화가 화근이었다.

당시 프로그램 진행자가 벤탄쿠르에게 한국 선수의 유니폼을 부탁하자 벤탄쿠르는 손흥민의 애칭인 '쏘니(Sonny)'의 유니폼을 원하는 것인지 되물었고, 진행자는 세계 챔피언의 유니폼을 줘도 괜찮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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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벤탄쿠르는 "아니면 쏘니 사촌의 유니폼은 어떤가? 어차피 그 사람들은 모두 다 똑같이 생겼다"라며 웃었다. 아시아인들의 외모가 모두 비슷하게 생겼다는, 명백한 인종차별적 뉘앙스가 담긴 멘트였다.

벤탄쿠르의 발언은 곧바로 논란이 됐고, 이를 인지한 벤탄쿠르는 자신의 SNS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벤탄쿠르는 자신의 말이 '나쁜 농담'이었다면서 손흥민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려는 의도가 아니었다는 해명과 함께 사과했다.

그러나 벤탄쿠르의 사과에 진정성이 없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벤탄쿠르는 SNS 중에서도 인스타그램, 그리고 인스타그램의 기능 중 스토리 기능을 사용해 사과문을 게재했다. 스토리 기능은 사용자가 지우지 않는 이상 사라지지 않는 게시글과 달리 24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기록에 보관되기는 하나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건 사용자 본인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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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24시간이 지나면 벤탄쿠르의 사과문이 사라진다는 이유로 일각에서는 벤탄쿠르의 진정성을 의심했다. 또한 벤탄쿠르는 자신의 사과문에 손흥민의 애칭인 '쏘니(Sonny)'를 일본 전자제품 브랜드 '소니(Sony)'로 적어 추가 논란을 자초했다.

징계 가능성이 거론되자 벤탄쿠르가 두 번째 사과문을 올렸다. 이번에는 24시간 뒤 사라지는 사과문이 아닌, 자신이 직접 삭제해야 사라지는 게시글에 사과문을 썼다.

그는 "난 내가 손흥민과 다른 사람들에 대해 언급한 뒤 모든 팬들, 팔로워들과 소통하고 싶었다. 난 손흥민을 언급했고 논리적으로 우리의 깊은 관계를 감안한 손흥민은 이것이 불운한 오해라고 이해한다. 모든 것들은 내 친구 손흥민과 명확히 했고 해결했다"라고 했다.

계속해서 "누군가 미디어에서 내가 했던 발언으로 불편함을 느꼈다면 난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 하지만 또 여러분들이 내가 절대 다른 누군가를 언급한 게 아니라는 것도 알아주기를 바란다. 단지 손흥민만 언급했고 누군가를 직접 언급하려는 의도가 절대 없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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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벤탄쿠르를 용서했다. 손흥민은 "이미 벤탄쿠르와 대화를 했으며 그가 실수를 했고 그도 이를 안다. 그는 내게 사과했다"며 "벤탄쿠르가 뭔가를 공격적으로 말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우린 형제다. 그리고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했다.

손흥민은 이어 "지나간 일이다. 우린 하나다. 우린 프리시즌에 다시 만나 팀에서 하나로 뭉쳐 싸울 것"이라고 했다.

사태는 해결됐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인 손흥민이 같은 팀 동료에게 인종차별을 당했다는 점에 팬들의 분노는 식지 않고 있다. 벤탄쿠르는 차라리 지금처럼 한국 투어 명단에서 제외되는 게 본인에게나, 팬들에게나 모두 나은 선택일 수도 있다.

사진=토트넘 SNS, 연합뉴스, 손흥민 SNS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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