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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8 (일)

이러다 선동열 기록 도전하는 거 아냐… 역대급 K머신 또 터졌다, 더거 아픔 잊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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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로버트 더거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입단한 드류 앤더슨(30·SSG)은 KBO리그 적응 기간을 거친 뒤 최근에는 스트라이크존을 폭격하고 있다. 시속 150㎞대 중반에 이르는 빠른 공, 그리고 커브와 체인지업으로 무장한 뒤 역대급 탈삼진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다.

꼭 탈삼진이 많다고 해서 좋은 투수는 아니지만 인플레이타구 자체를 삭제하는 탈삼진 능력은 좋은 투수가 갖춰야 할 덕목임은 분명하다. 그런 측면에서 앤더슨은 성공의 요소를 갖췄다. 25일까지 앤더슨은 올 시즌 13.42개의 9이닝당 탈삼진을 기록했다. 아직 규정이닝에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KBO리그 역사를 통틀어서도 손에 꼽히는 비율이다.

그런 앤더슨이 또 탈삼진을 긁었다. 앤더슨은 26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두산과 경기에 선발 등판해 6⅓이닝 동안 102개의 공을 던지며 5피안타(1피홈런) 1볼넷 11탈삼진 1실점 역투를 펼치며 팀의 6-1 승리를 이끌고 시즌 7번째 승리를 거뒀다. 팀이 3연패를 당하며 5할 승률이 무너진 상황이라 이날 경기가 굉장히 중요했는데 선발로 나선 앤더슨이 자기 몫을 다하며 팀을 이끈 것이다.

경기 시작부터 힘이 넘쳤다. 최근의 기세가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고, 투구에는 전혀 피곤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앤더슨은 그간 뛰어난 패스트볼 구위는 모두가 인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변화구가 부족했다. 그래서 상대 타자들이 패스트볼을 노리고 있었고, 이 패스트볼이 가운데 몰리면 먹잇감이 되곤 했다. 아무리 빠른 공도 노리고 있는데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하지만 근래 들어 커브와 체인지업에서 실마리를 찾으면서 타자들의 머리를 아프게 하고 있다. 이날도 그런 투구 내용이 잘 드러났다.

1회 시작부터 정수빈을 커브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고, 전민재는 특유의 힘 있는 하이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냈다. 사실 공이 들어가는 위치를 보면 ‘왜 스윙을 하나’ 싶은 코스인데 변화구도 생각해야 하는 두산 타자들이 눈높이의 패스트볼이 들어오자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고 방망이가 돌아가는 양상이 이날도 나왔다. 그만큼 공에 힘이 있었다.

2회에는 양의지를 강력한 패스트볼로 3구 삼진 처리했다. 이어 양석환은 유리한 카운트에서 커브를 떨어뜨려 역시 삼진을 잡아냈다. 김재환도 커터와 패스트볼로 상대하다 4구째 커브를 떨어뜨려 헛방망이를 유도했다.

3회에는 박준영을 커터로 루킹 삼진 처리했다. 제구도 잘 된 공이었다. 이후 위기를 맞이했으나 실점으로 가지 않고 이닝을 마무리했다. 팀도 2회 박성한의 적시타에 이어 3회 에레디아의 3점 홈런이 나오며 4점의 리드를 앤더슨에게 선물해 어깨를 가볍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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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더슨은 4회에도 2사 후 양석환을 역시 커브로 헛스윙 삼진 처리한 것에 이어 5회에는 김재환을 커터로 루킹 삼진 처리했다. 박준영에게 솔로홈런을 맞기는 했으나 그 다음 타자 이유찬을 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안정감을 찾았다. 6회에도 전민재를 삼진으로 잡아내는 등 이날 무려 11번의 K를 새겼다.

앤더슨은 11일 롯데전에서 6⅔이닝 10탈삼진, 그리고 19일 키움전에서 6이닝 11탈삼진을 기록한 것에 이어 이날까지 세 경기 연속 두 자릿수 탈삼진을 기록했다. 이는 KBO리그 역대 8번째 일이었다. 결코 흔하게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니었던 셈이다.

이 부문 역대 기록은 선동열(해태)이 가지고 있는 5경기 연속이다. 선동열은 1991년 8월 8일 대전 빙그레전부터 8월 30일 인천 태평양전까지 5경기 연속 두 자릿수 탈삼진을 기록하며 이 부문 역대 기록을 가지고 있다. 이후 4경기 연속을 기록한 선수도 없었다.

3경기 연속은 1992년 김기범(LG), 1996년과 1999년 주형광(롯데)이 기록했다. 21세기 들어서는 2013년 윤희상(SK), 2016년 더스틴 니퍼트(두산)가 기록했고 가장 근래에는 2021년 아리엘 미란다(두산)가 달성했다. 미란다 또한 굉장한 탈삼진 머신으로 2021년 7월 1일 대전 한화전부터 8월 14일 고척 키움전까지 세 경기 연속 두 자릿수 탈삼진을 얻어냈다. 앤더슨이 이 계보를 이었다. 앤더슨은 다음 등판에서 역대 두 번째 4경기 연속 탈삼진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요새 앤더슨의 페이스를 생각하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앤더슨은 경기 후 몸 상태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앤더슨은 “일단 몸 상태가 너무 좋다. 그것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면서 “준비한 대로 계속 가지고 갔던 게 제일 중요했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처음에는 KBO리그 공인구에 적응하지 못해 변화구 제구에 애를 먹었던 앤더슨이다. 앤더슨도 “공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첫 세 경기 정도는 손에 감각을 익히는 과정이 있었다”고 인정한 뒤 “지금은 감각이 많이 잡힌 것 같다”고 순조로운 적응을 알렸다. 탈삼진 비결에 대해서는 “그냥 세게 던지고, 커브가 잘 들어가면 되는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굳이 탈삼진에 미련을 두지는 않는 듯 보였다.

SSG가 시즌 막판 경쟁하려면 결국 강력한 선발 투수가 필요하고, 팀은 앤더슨에게 그 몫을 기대하고 있다. 앤더슨도 이제 더 중요한 경기들이 온다는 것을 잘 안다. 앤더슨은 “컨디션을 잘 유지해야 한다. 잠을 잘 자는 게 비결일 것 같다”면서 단순한 목표로 각오를 다졌다. 앤더슨의 위력적인 구위가 이어진다면 SSG도 가을야구 전선에서 밀리지 않고 해볼 만한 발판을 만들 수 있다. KBO리그 경력 초기에는 재계약이 불투명했던 선수였다면, 이제는 더거의 아픔을 잊히게 하는 엄연한 재계약 대상자로 발돋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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