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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 (화)

한국기원 “총재 맡아주실 분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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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임자 못 찾아 代行 체제로

과거 정·재계 거물들 역임

조선일보

7월 26일 열린 한국기원 이사회 광경. 차기 총재 선임 때까지 김인한 총재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키로 결의했다. /한국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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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원호(號)’가 기어이 대행 체제에 들어섰다. 수개월에 걸친 노력에도 불구하고 차기 총재 영입에 일단 실패한 것이다. 한국기원은 지난달 28일 임기가 끝난 임채정(83) 총재 후임자를 결정하지 못한 채 김인한(73) 부총재에게 총재권한대행 직무를 맡겼다.

한국 바둑계가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18년 홍석현 19대 총재의 전격 사퇴로 조상호 부총재가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재권한대행을 맡아 3개월여 재임한 사례가 있다. 한국기원 정관의 ‘총재 궐위 시 부총재 중 연장자가 총재권한대행을 맡는다’는 조항은 이때 만들어졌다.

바둑계는 긴장하고 있다. 6년 전 상황은 갈등으로 인한 과도기적 불가피성이 있었던 데 반해 이번 경우는 지원자가 없어 대행 체제로 이어졌기 때문. 한마디로 한국바둑을 이끄는 총재가 별로 인기 없는 자리임이 입증된 셈이다.

한국기원 최고직 자리 호칭은 지난 50여 년 동안 ‘총재’와 ‘이사장’을 여러 번 오갔다. 1955년 이사장으로 출발한 뒤 1969년 총재 제도를 도입했고, 이후 다시 이사장 체제로 갔다가 2014년 홍석현씨가 취임하면서 총재제로 환원됐다.

역대 한국기원 총재(이사장 포함)를 지낸 인물은 연(延) 31명에 이른다. 그 면면이 다른 어떤 단체도 부럽지 않을 만큼 화려했다. 초대 이후락, 2~4대 김우중, 5대 총재를 한화갑씨가 지냈다. 장경근 서정귀 장재식 현재현 허동수(이상 재임순) 등 정·재계를 주물러온 당대 거물급 인사들도 한국 바둑 성장을 맨 앞에서 진두지휘했다.

한국기원은 연초부터 기전(棋戰) 후원 기업 오너를 중심으로 22대 총재 후보를 물색해 왔지만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대행 체제에 진입하면서 후보군을 정계 및 학계 쪽까지 넓혀 대상을 물색 중이다. 때맞춰 바둑계 일각에선 “한국기원 새 총재 후보에 프로 기사도 포함시킬 때가 됐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경쟁국인 일본과 중국은 최근 들어 전문 기사가 행정 사령탑을 맡았다. 중국은 창하오(常昊·48)가 바둑협회 주석으로 활동한 지 만 1년이 지났고, 일본은 7월 초 투표로 다케미야 요코(武宮陽光·47) 6단을 새 이사장으로 선출했다.

국내 프로 중 한국기원 최고위 임원에 오른 기사는 한상열(76) 6단으로, 현직이자 역대 유일의 기사 부총재다. 조훈현(71) 9단은 2004년부터 2016년까지, 고 김인 9단은 2004년부터 2021년 타계할 때까지 모두 이사로만 활동했다.

하지만 안정적 운영을 위한 재정 지원이 한국기원 총수의 주 임무란 점에서 승부만 해온 프로 기사에겐 적합하지 않다는 반론도 일부에서 나온다. 중국 바둑협회의 경우 모든 예산과 지출은 국가에서 관리한다.

한국기원 양재호 사무총장은 “재정 확충, 보급 확대, 기전 활성화 등 세 가지가 4년 임기 새 총재에게 기대하는 핵심 과제”라며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적임자를 영입하기 위해 온 힘을 다 쏟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홍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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