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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은 8일 현재 시즌 22경기에서 113⅔이닝을 던지며 7승8패 평균자책점 5.30을 기록 중이다. 규정이닝을 채운 선수 중 유일한 5점대 평균자책점이다. 던진 이닝에서 알 수 있듯이 몸에 큰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어깨가 계속 안 좋았던 지난해보다 몸 상태는 한결 낫다는 게 중론이다. 그런데도 성적이 뚝 떨어졌다. 김광현의 경력에서 5점대 평균자책점은 한 번도 없었다.
물론 30대 중반의 나이에 전성기만한 기록을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불과 2년 전 28경기에서 173⅓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2.13을 기록한 선수다. 몸이 안 좋아 애를 먹었던 지난해에도 평균자책점 3.53을 기록했고, 이는 리그 국내 선발 투수 중 톱클래스였다. 전성기에서 내려왔다, 내려왔다 해도 김광현은 김광현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더 당혹스럽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사태에 선수·코칭스태프·팬들까지 모두 혼란스럽다.
20~30이닝의 스몰샘플도 아니고, 100이닝 이상을 던진 가운데 이런 성적이 나온다는 건 단편적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김광현이 이 어려운 과정에서 뭔가 해답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지금 효과를 보지 못해도 좋다. 어차피 당장의 계약이 내년까지고, 그 이후로도 몇 년은 더 뛰어야 하는 만큼 시선을 길게 볼 필요가 있다. SSG도, 김광현도 그 답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구위가 한창 좋을 때보다 조금 떨어진 건 사실이다. 30대 중반에 이른 선발 투수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과정이다. 천하의 류현진도 구위 저하는 피할 수 없었다. 그런데 트래킹 데이터를 보면 사실 절정의 활약을 했던 2년 전과 어마어마한 차이는 찾아볼 수 없다. 어쩌면 두 살 더 나이를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2년 전 수치를 비교적 잘 유지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KBO 9개 구단에 트래킹 데이터를 제공하는 ‘트랙맨’의 집계에 따르면 김광현의 포심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2022년 시속 145.2㎞에서 올해 144.9㎞로 살짝 줄었다. 별다른 차이가 없다. 회전 수도, 릴리스포인트 자체도 거의 같다고 보면 된다. 수직무브먼트가 조금 떨어지기는 했지만 이 또한 1㎝ 미만으로 판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만한 극적인 차이는 아니다. 주무기인 슬라이더의 수평적인 움직임도 많이 변하지는 않았다.
김광현은 올해 9이닝당 8.55개의 삼진을 잡아내고 있다. 이는 리그에서 7위고, 국내 선수로는 오직 엄상백(kt·9.60개)만이 김광현보다 더 높은 순위에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구위가 크게 떨어진 선수가 이 수치를 찍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타자들의 타구 속도는 빨라졌고, 발사각도 3도 가량 높아진 건 사실이다. 김광현의 공을 조금 더 정확하게, 그리고 들어 올리고 있다는 의미다. 결국 구위도 구위지만, 제구나 패턴 쪽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트래킹 데이터는 김광현의 구위는 아직 경쟁력이 있으며 이 구위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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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자신도 당황할 만한 부진에 어떻게든 실점을 안 하려고 하니 심리적으로 쫓기고 있지만, 조금 마음을 편안하게 먹고 전력투구를 한다면 지금 가진 기량 자체로도 훨씬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송 코치는 “저 정도 구속이 나오는 것을 보면 ‘김광현이 갔다’라고 할 정도는 아니다”고 자신하면서 “이제 광현이한테 달린 문제”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나이를 고려할 때 앞으로 구위가 메이저리그에 갈 때처럼 돌아오기는 어렵다. 이제는 타자와 싸울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제구를 더 정교하게 하는 방법이 있고, 올해 커브 비중을 높인 것처럼 구종을 추가해 완성도를 더 높이는 방법도 있다. 같은 공을 던지더라도 코스를 다양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김광현은 올해 공이 존에서 살짝 빠지면서 볼카운트가 불리해지고, 스트라이크를 잡으러 들어가는 공이 장타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스스로도 문제점을 잘 알고 있는 만큼 SSG는 에이스가 답을 찾아 돌아올 것이라 믿는다. 송 코치는 “커브 커맨드 쪽에 연습을 조금 더 많이 해보겠다고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돌파구를 찾기 위해 절치부심이다.
어차피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다. 순위 싸움은 지금부터고, 지금부터 잘하면 그간의 부진을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만회의 과정에서 얻은 노하우는 내년 이후의 김광현의 경력에 도움이 될 것이다. 누구나 겪어야 할 과정을 김광현은 조금 더 늦게 겪고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올해로 야구가 끝나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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