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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선배 정우영의 뼈아픈 충고... 대건고 창단 첫 우승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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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건고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대건고는 2019년 10월 전국체전에서 우승한 뒤 지금껏 전국대회에서 우승한 적이 없다.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 지원을 받는 산하 유스팀이라기엔 기대 이하 성과. 2020년 문화체육관광부장관배 대회에서 아쉽게 준우승에 그친 뒤 대회 조기 탈락이 수차례였다. 이번 대회 직전이었던 K리그 U18(18세 이하) 챔피언십에서도 예선 탈락했다. 최재영 대건고 감독은 “선수들이 의기소침해져 있었다”고 했다.

이들에게 새로운 동기부여 기회가 왔다. 대건고 출신 정우영(25·우니온 베를린)이 왕중왕전에 나서기 직전 모교를 찾은 것. 대표팀 붙박이 공격수이자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에서 활약 중인 정우영은 대건고가 낳은 최고 선수 중 하나로 꼽힌다. 정우영은 선수들 연습 경기를 보고 직접 같이 뛰면서 움직임을 가르쳐줬다. “하고자 하는 의지가 조금만 있으면 좋겠다” “공을 뺏기면 바로 압박을 해야 한다. 걸어다니는 시간이 너무 많다” 등이었다. 정우영은 “나도 그럴 때가 있었다. 유럽에서는 그렇게 하면 바로 교체된다. 살아남으려면 계속 뛰어라”고 말했다.

정우영을 지도했던 최 감독은 선수들에게 “우영이는 개인 훈련을 너무 많이 해서 못하게 한 적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자 선수들 눈빛이 달라졌다. 훈련 중 숨을 헐떡거리면서도 뛰는 걸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3학년 공격수 이재환은 “수비 가담은 평소에도 지적을 많이 받았던 부분”이라며 “정우영 선배님에게 한 번 더 들으니 확실하게 와 닿았다”고 했다.

그리고 임한 이번 대회. 선수들 움직임이 남달랐다. 대건고는 매 경기를 결승전처럼 뛰었다. 조별 리그 경기안산U18을 상대로 6대0 승리를 거두는 등 막강한 화력을 자랑했고, 경기마다 1실점 이상을 한 적이 없었다. 우승 후보 중 하나였던 화성시U18과 4강전도 2대0으로 완승하고 결승까지 올라왔다. 결승 상대는 2022 대회 우승팀이자 올해 3월 부산 MBC 전국고교축구대회, 6월 2024 금석배 전국고등학생축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강팀 평택진위FC.

고교 축구 왕중왕전이 열린 27일 경북 안동대에는 거센 비가 내렸다가 그치길 반복했다. 선수들 움직임은 무뎌졌다. 젖은 잔디 위에서 공이 굴러가다 멈추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대건고 선수들은 한 발짝을 더 뛰었다. 난타전으로 흐르던 경기에서 대건고가 기선을 잡았다. 전반 28분 1학년 수비수 김정연 머리에서 골이 나왔다. 왼쪽에서 올라온 코너킥을 김정연이 높이 뛰어 바로 아래로 꽂아 내렸다. 공은 땅에 한 번 튕기고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대건고는 그 뒤에도 수비에 치우치지 않고 거센 공격을 이어갔다. 이재환과 수비수 황지성(3학년)을 중심으로 빠른 공수 전환을 펼쳤다. 이재환은 192cm 큰 키에 양발을 가리지 않고 잘 쓰는 선수. 이재환은 벼락같은 슈팅으로, 황지성은 탄탄한 수비로 리드를 지켜냈다. 정우영이 당부했던 전방 압박도 경기 내내 이어졌다. 평택진위 거센 반격에도 대건고는 끝까지 결승골을 지켜 1대0 승리를 거뒀다.

조선일보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79회 전국고교축구선수권대회 겸 2024 전국고등축구리그 왕중왕전(조선일보·대한축구협회·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 공동 주최) 우승. 2015년 대회 준우승을 차지했던 대건고는 2008년 창단 후 첫 우승이었다. 대회 득점왕은 이재환(8골), 최우수 선수상은 황지성에게 돌아갔다. 최재영 감독은 “결과보다는 선수들이 성장하는 게 중요하다고 평소 생각한다. 그런데 이번 대회는 성장과 성과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었다. 열심히 뛰어준 선수들이 대견하고 우영이에게도 고맙다”고 했다.

[안동=이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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