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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4월말 대구에서 11타수 무안타, 극심한 슬럼프에서 김영웅 보고 문보경이 눈을 떴다 [SS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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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LG 문보경이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KBO리그 SSG와 경기 5회말 2사 SSG 송영진을 상대로 솔로 홈런을 치고 있다. 문보경의 시즌 18호 홈런. 2024. 9. 4. 잠실 | 박진업 기자 upandup@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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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 기자] 최악의 슬럼프를 겪는 와중에 상대 3루수의 타격이 눈에 들어왔다. 2연속 홈런, 그리고 3연속 장타를 터뜨리는 모습을 보고 큰 울림을 느꼈다. 그리고 새로운 길을 걷기 시작했다. 매 타석, 모든 카운트에서 자기 스윙으로 장타를 만드는 LG 문보경(24) 얘기다.

확실히 달라졌다. 2스트라이크로 궁지에 몰려도 초구를 공략할 때와 비슷한 스윙을 한다. 마치 늘 같은 보폭으로 뛰는 육상 선수처럼, 쫓기지 않고 장타를 만들 수 있는 스윙으로 결과를 낸다. 4일 잠실 SSG전 또한 그랬다. 문보경은 5회말 볼카운트 0-2에서 상대 투수 송영진의 실투성 포크볼을 놓치지 않았다. 스트라이크존 상단에 걸친 공을 강타해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를 쏘아 올렸다.

이 홈런으로 문보경은 시즌 18호 아치를 그렸다. 한 시즌 최다 홈런이 지난해 기록한 10개인데 올해는 그 두 배를 바라본다. 문보경은 이날 홈런 외에도 1회 첫 타석에서 몸에 맞는 볼, 3회 두 번째 타석에서 선두 타자로 중전 안타. 그리고 8회 마지막 타석에서 볼넷까지 2타수 2안타 4출루 경기를 했다. 후반기 4번 타순 배치 후 타율 0.316 8홈런 37타점 OPS 0.964로 펄펄 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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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문보경이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KBO리그 SSG와 경기 5회말 2사 SSG 송영진을 상대로 솔로 홈런을 치고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문보경의 시즌 18호 홈런. 2024. 9. 4. 잠실 | 박진업 기자 upandup@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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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렷한 계기가 있었다. 타순 변화가 아닌 삼성 김영웅(20)을 바라보고 접근법이 바뀌었다.

이날 경기 후 문보경은 2스트라이크에서도 자신의 스윙을 유지해 홈런을 친 것에 대해 “삼진당하는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 삼진이든 툭 쳐서 내야 땅볼이든 똑같은 아웃이다. 나는 달리기가 빠른 타자가 아니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내 스윙을 해서 장타를 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2스트라이크로 몰렸으니까 이전이었다면 콘택트에 신경 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확실히 내 스윙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타격감이 좋든 나쁘든 기복을 줄이기 위해 최대한 타석에서 접근법을 유지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결정적인 순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문보경은 “4월 대구 경기였다. 3루 수비를 하는데 김영웅 선수의 스윙을 보고 멋있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삼진을 당해도 저렇게 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이 지금 이런 스윙을 하게 된 시작점이다. 김영웅 선수가 롤모델로 삼고 싶을 정도로 인상 깊었다”고 밝혔다.

문보경에게는 최악의 순간이었다. 4월 23일부터 25일까지 대구 3연전에서 문보경은 11타수 무안타로 고전했다. 반면 김영웅은 3연전 두 번째 경기인 4월24일 홈런 두 개 포함 4타수 3안타 3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이 순간이 문보경에게는 자극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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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김영웅이 9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KBO리그 KIA전에서 홈런을 때리고 있다. 사진 | 삼성 라이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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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웅 선수가 3살 동생이다. 그래도 정말 멋있었다. 궁금해서 직접 물어보기도 했다”고 말한 문보경은 “김영웅 선수의 답은 간단했다. ‘그냥 공보고 공친다’고 하더라. 나도 그렇다. 공보고 공치는 스타일이다. 삼진을 당해도 계속 자기 스윙을 하는 김영웅 선수를 보면서 나도 그렇게 가야 한다고 다짐했다”고 4월말 대구에서 3연전을 회상했다.

그렇게 문보경의 새로운 스타일이 완성되고 있다. 그는 “그날부터 이 스타일을 유지하려 했다. 타격감이 좋아지기 시작할 때 4번으로 타순이 바뀌었다”며 “그냥 초구부터 내 스윙을 한다는 마음부터 먹는다. 초구부터 칠만한 코스로 공이 오면 스윙한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초구부터 때려봐야 타이밍을 잡을 수 있다. 그렇게 적극적으로 스윙하고 있다”고 전했다.

결과는 만점이다. 올시즌 문보경의 초구 타율은 0.372. 홈런 3개에 OPS는 1.023이다. 4번 타순으로 고정된 7월10일을 기준으로 삼으면 초구 타율 0.433. OPS 1.252다.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배트가 나오지 않을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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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문보경이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KBO리그 SSG와 경기 5회말 2사 SSG 송영진을 상대로 솔로 홈런을 치고 정수성 코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문보경의 시즌 18호 홈런. 2024. 9. 4. 잠실 | 박진업 기자 upandup@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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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안타 공식도 생겼다. 오스틴이 홈런이나 적시타를 친 후 초구부터 공략해 연속 안타를 만드는 경우가 많다.

문보경은 “상대 투수가 오스틴 선수에게 맞았으니까 내게는 초구부터 스트라이크를 잡으려 한다는 생각을 했다. 거기에 맞춰서 적극적으로 치려고 한다”며 “오스틴 선수가 먼저 해결해주니까 마음이 편한 부분도 있다. 이전에 오스틴 선수가 4번, 내가 5번일 때도 그렇다. 앞에서 활약해주는 오스틴 선수에게 고맙다”고 오스틴 딘과 시너지 효과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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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문보경(오른쪽)이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KBO리그 SSG와 경기 4회말 무사 3루 상화아에서 SSG 김택영을 상대로 2점 홈런을 치고 오스틴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문보경의 시즌 13호 홈런. 2024. 7. 17.잠실 | 박진업 기자 upandup@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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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인 김영웅을 롤모델이라 했지만 어릴 적 롤모델은 빅리거였다. 과거 콜로라도에서 홈런 치는 유격수로 활약했던 트로이 툴로위츠키를 바라보며 야구에 입문했다. 등번호를 2번으로 바꾼 이유 중 하나도 툴로위츠키였다.

문보경은 “아직 나는 툴로위츠키 수준은 아니다. 20홈런을 기록한다면 그때 생각해보겠다”며 “솔직히 홈런 타자보다는 중장거리 타자가 더 맞다고 본다. 이 스타일로 계속 가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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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문보경(오른쪽)이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KBO리그 SSG와 경기 5회말 2사 SSG 송영진을 상대로 솔로 홈런을 치고 염경염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문보경의 시즌 18호 홈런. 2024. 9. 4. 잠실 | 박진업 기자 upandup@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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