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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세계인의 스포츠 축제 '패럴림픽'

패럴림픽 결산② 파리에서 쓴 감동 드라마···팀 코리아의 키워드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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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

김영건이 프랑스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탁구 남자 단식(스포츠등급 MS4) 결승에서 금메달을 확정 지은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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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영웅들의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파리에서 펼쳐진 12일간의 패럴림픽 여정이 끝났다. 17개 종목에 출전한 83명의 태극 전사는 금메달 6개, 은메달 10개, 동메달 14개를 획득했다. 목표였던 금메달 5개를 넘어섰다. 하지만 이들의 무대에서는 금메달의 갯수도, 색깔도 중요하지 않았다.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예기치 못한 사고, 그 시련 속에서 극복을 향해 나아간 그들의 이야기는 감동 그 자체였다. 메달의 갯수는 유한하지만, 극복과 눈물의 스토리가 남긴 감동은 무한대였다.

◆고통을 참고

베테랑 김영건(광주광역시청)은 한국에 마지막 금메달을 안겨줬다. 탁구 남자단식(MS4) 결승에서 태국의 완차이 차이웃을 꺾고 정상에 섰다. 사실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못할 뻔했다. 지난 4월 어깨가 탈구됐다. 아픈 상황서 운동하다 장 파열까지 겪었다. 경기감각이 떨어질까 쉬지도 못했다. 그만큼 진심이었다. 투혼을 발휘했다. 결과는 개인 통산 5번째 금메달. 한국 선수 최다 패럴림픽 금메달 공동 2위에 올랐다. 1위는 7개를 딴 탁구 이해곤이다. 김영건은 사격 김임연과 함께 뒤를 바짝 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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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이 프랑스 샤토루 사격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P3 혼성 25m 권총 스포츠등급 SH1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뒤 기념촬영 하고 있다.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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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BDH파라스)은 슬픔을 이겨냈다. 파리 현지에서 아버지가 별세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훈련 중인 탓에 임종도, 장례도 지키지 못했다. 아버지는 과거 머리를 다쳤다. 수술 후 상태가 좋아졌지만 살짝 치매 증상이 왔다. 그리고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마음을 달랠 수가 없었다. 첫 종목이었던 남자 10m 공기권총 예선서 24위에 머물렀다. 총을 잡은 이후로 가장 나쁜 성적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 없었다. 아버지에게 메달을 선물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다시 집중했다. 결국 P3 혼성 25m 권총(SH1)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배드민턴 정재군(울산중구청)도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켰다. 48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지만 패럴림픽이 처음이다. 2007년 작업 중 척추골절 사고를 입었다. 병원에서 우연히 장애인 배드민턴을 접해 2009년부터 엘리트 체육을 시작했다. 뒤에서 묵묵히 지원해준 아버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난 6월 든든한 지원군인 아버지를 잃었다. 아버지에게 선물할 메달을 떠올리며 눈물을 삼켰다. 결국 배드민턴 남자 복식(WH1, 2등급)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메달은 아버지께 바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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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황태가 프랑스 파리 알렉상드로 3세 다리 인근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남자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PTS3 등급 경기에서 스타트 직전 핸들러(경기 보조인)인 아내 김진희 씨의 도움을 받고 있다. 사진=파리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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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일어선다

파리 센강을 헤엄친 최초의 한국인이 됐다. 트라이애슬론 김황태(인천시장애인체육회)는 2000년 8월 전선 가설 작업을 하다 고압선에 감전됐다. 양팔을 잃었다. 양가 상견례를 불과 한 달여 앞둔 시점이었다. 1년 동안은 절망이었다. 아내의 전폭적인 응원과 다양한 운동에 도전하며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두 팔이 없는 선수가 경쟁할 수 있는 스포츠등급 종목도 많지 않았다. 포기하지 않았다. 아내 김진희 씨는 직접 소매를 걷어붙였다. 남편이 출전한 모든 국내외 대회에 동행해 트랜지션을 도왔다. 패럴림픽 무대에서 완주의 꿈을 이뤘다. 남자 트라이애슬론(PTS3)에서 1시간24분01초 종합 10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등수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아내에게 “김진희님 존경하고, 사랑합니다”라고 말했다.

스타일리스트였다. 조은혜(부루벨코리아)는 영화 ‘범죄도시’,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에 출연한 배우들의 스타일을 책임졌다. 2017년 낙상 사고로 척수가 손상됐다. 하반신이 마비돼 다시는 걸을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렇게 사랑했던 영화계를 떠났다. 펜싱 칼을 들게 된 건 우연이었다. 재활 과정에서 TV 뉴스를 통해 휠체어 펜싱을 접했다. 하얀색 펜싱복을 입고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의 모습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바로 스마트폰을 들었다. 무작정 장애인펜싱협회에 연락해 운동을 시작했다. 메달을 따지 못했으나 영화 같은 이야기로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그는 “비록 메달을 안겨 드리지 못했지만, 크고 값진 경험을 했다”며 “한국 휠체어 편싱의 새로운 출발을 알린 대회였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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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펜싱 조은혜(왼쪽)가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2024 파리 패럴림픽 펜싱 사브르 16강전 경기를 펼치고 있다.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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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진 기자·파리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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