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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9 (목)

43시즌 째 반복되는 역사…'엘롯기' 동반 가을야구 올해도 못 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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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만년 하위 3팀, 동반 PS 한 번도 없어

KIA와 LG는 예약…롯데는 명장 영입에도 요원

뉴스1

지난해 29년 만의 우승을 차지했던 LG 트윈스. / 뉴스1 DB ⓒ News1 김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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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엘롯기'는 프로야구에서 역사가 오랜 '밈'이다. 서울, 부산, 광주 등 '빅마켓'을 연고로 하면서도 한동안 꼴찌를 나눠 가졌던 LG 트윈스, 롯데 자이언츠, KIA 타이거즈를 묶어 부르는 말이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LG, 롯데, KIA(전신 해태)는 프로야구의 흥행을 주도하는 강팀이었지만, 2000년대 들어 세 팀 모두 암흑기를 거쳤다. 롯데는 2001년부터 2004년까지 무려 4년 연속 최하위의 수모를 당했고, LG도 2006년과 2008년 두 차례나 꼴찌를 기록했다. 해태 시절 '왕조'를 수립했던 KIA 역시 2005년과 2007년 두 번이나 최하위에 머물렀다.

요컨대 2001년부터 2008년까지 8년 연속으로 이 세 팀이 최하위를 번갈아 기록한 셈이다. 세 구단과 팬들 입장에선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겠으나, '엘롯기'가 오래도록 언급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그래도 한 팀씩 '암흑기'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롯데는 제리 로이스터 감독을 영입한 2008년부터 포스트시즌에 나서기 시작하며 '만년 꼴찌' 이미지를 벗었고, KIA는 2009년 조범현 감독을 필두로 전력을 끌어모아 SK 와이번스를 격파하고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LG의 암흑기가 상대적으로 좀 더 길었으나, LG 역시 2013년을 시작으로 꾸준히 포스트시즌에 도전할 수 있는 전력을 갖췄다. 그리고 지난 시즌 정상을 정복했다.

그럼에도 '엘롯기'의 오명은 쉽사리 씻어지지 않고 있다. 이유인즉슨 바로 이 세 팀이 다 함께 포스트시즌에 나선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2014년까지만 해도 4팀이 가을야구에 나설 수 있었기에 이 세 팀이 동반으로 진출하는 것이 단순 확률로도 쉽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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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V12'에 도전하는 KIA 타이거즈. / 뉴스1 DB ⓒ News1 김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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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10개 구단 체제가 되고 5개 팀까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게 된 2015년 이후에도 '엘롯기'의 동반 가을야구는 좀처럼 보기 힘들다. 2022년(LG 2위 KIA 5위)과 2017년(KIA 1위 롯데 3위) 등 세 팀 중 2팀이 올라가는 경우는 종종 있었으나 세 팀 모두 한 무대를 밟는 모습을 보긴 어려웠다.

'엘롯기'의 동반 가을야구 진출이 가장 근접했던 시즌은 1995년이었다. 당시 정규시즌에서 LG가 2위, 롯데가 3위, KIA의 전신인 해태가 4위에 올랐는데, 해태와 롯데의 승차가 4.5게임 차였다. 당시엔 3-4위 간 격차가 3.5게임 차를 넘어서면 준플레이오프가 성사되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었고, 해태는 4위를 하고도 포스트시즌 진출이 무산됐다.

올 시즌을 앞두고 다시 한번 '엘롯기'의 동반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LG는 지난해 29년 만에 통합 우승으로 한풀이에 성공하며 '연속 우승'을 노렸고, KIA는 지난해 6위에 그쳤으나 부상 등의 변수가 없다면 전력만큼은 우승 후보라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몇 년간 성적이 좋지 못했던 롯데 역시 명장 김태형 감독을 영입하며 가을야구의 꿈을 키웠다. 이번에야말로 '엘롯기'의 동반 가을야구가 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이번에도 가을야구에서 세 팀을 모두 만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아직 정규시즌이 다 끝나진 않았으나, 실패할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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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감독. / 뉴스1 DB ⓒ News1 구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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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는 탄탄한 전력을 바탕으로 선두 자리를 줄곧 지키며 정규시즌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고, LG는 부침을 겪었으나 그래도 3위는 지킬 수 있을 만한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롯데다. 김태형 감독을 영입하고 전력도 나쁘지 않다는 평가였으나 시즌 시작 후엔 좀처럼 힘을 내지 못했다. '깜짝 등장'한 황성빈과 '트레이드 복덩이' 손호영, 외인 타격왕을 노리는 빅터 레이예스 등을 필두로 한 타격은 경쟁력이 있으나 마운드가 너무도 헐겁다.

역전패가 NC에 이어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다. 5회까지 앞선 경기의 승률은 리그에서 가장 낮다. 이러니 타선이 강해도 힘을 받기 어렵다.

물론 아직 시즌은 남아있고 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소멸한 것은 아니다. 15일 현재 롯데는 5위 두산에 3.5게임 뒤진 7위다.

하지만 남은 경기가 11경기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결코 쉽지는 않아보인다. 롯데가 '기적'을 쓰지 않는 이상, '엘롯기'의 동반 가을야구는 또다시 다음을 기약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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