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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722일 기다린 승리+첫 구원승…소형준 "와, 선발보다 불펜이 더 힘드네요" [현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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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수원, 최원영 기자) 많은 것을 느끼고 있다.

KT 위즈 우완투수 소형준은 19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 구원 등판해 1이닝 2피안타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을 빚었다. 팀의 12-5 대승에 기여했다.

2020년 KT의 1차 지명을 받고 데뷔한 소형준은 입단 후 곧바로 선발진 한 자리를 꿰찼다. 매년 꾸준히 로테이션을 돌았다. 그러다 지난해 5월 오른쪽 팔꿈치 내측 측부인대 파열로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았다. 3경기 11이닝 평균자책점 11.45로 2023시즌을 마무리했다.

지난 6월, 1군 복귀를 위해 2군 퓨처스리그서 투구하다 이상이 생겼다. 오른쪽 팔꿈치 외측 굴곡근 미세손상 진단이 나왔다. 다시 재활에 돌입한 소형준은 지난 10일 마침내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이어 지난 12일 NC 다이노스전서 복귀전을 치렀다. 1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16일 KIA 타이거즈전에선 2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이번 삼성전서 시즌 세 번째 등판에 나섰다. 4-4로 맞선 5회초 출격했다. 김영웅의 유격수 뜬공, 김현준의 볼넷, 류지혁의 좌전 안타로 1사 1, 2루가 됐다.

후속 이병헌에게 우전 안타를 맞아 1사 만루가 되는 듯했다. 그런데 3루 주자 김현준이 3루에 멈춘 사이 2루 주자 류지혁이 3루까지 달려왔다. 포수 장성우가 3루 파울 라인을 따라 뛰어가 류지혁을 궁지에 몰았다. 류지혁은 2루와 3루 사이에서 태그아웃됐다. 소형준은 이재현을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해 이닝을 끝마쳤다.

이후 5회말 타자들이 5득점을 뽑아내며 빅이닝을 만들었다. 12-5 완승으로 소형준이 승리투수가 됐다. 수술 후 처음이자, 2022년 9월 28일 수원 두산 베어스전 이후 722일 만에 기쁨을 누렸다. 프로 데뷔 후 개인 통산 첫 구원승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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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소형준은 "내 승리는 생각 안 하고 있었다. 올해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등판하면 잘 던져보자'는 마음으로만 임하고 있다"며 "운 좋게 내가 투구하고 나서 대량 득점이 나오면서 승리투수가 됐다. 팀에도 중요한 경기였는데 이겨서 기쁘다"고 덤덤히 말했다.

첫 구원승에 관해서는 "선발투수로 6~7이닝을 소화하고 승리를 챙기다 1이닝을 막고 승리를 기록하니 조금 편한 느낌은 있다. 최소 5이닝은 던져야 선발승 요건을 갖출 수 있는데, 이렇게 하니 왠지 1+1 물건을 산 기분이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당초 이강철 KT 감독은 소형준을 콜업한 뒤 점수 차가 큰 편한 상황에 내보낼 것이라 예고했다. 그런데 지난 11일 수원 NC전, 소형준은 2-0으로 앞선 8회 등판을 준비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소형준은 "2-0이면 지금 불펜에서 홀드를 쌓고 있는 투수들도 부담감을 가질만한 상황이다. 처음에 감독님이 등판하라고 하셨다가 취소하셨다. 감독님께서 내게 '항상 긴장하고 있어라'라는 메시지를 주신 게 아닐까 싶다"고 미소 지었다.

이어 "사실 첫 등판은 5점 차 이상의 상황일 것이라 예상했다. 점수가 타이트할 땐 소파에 앉아 TV로 경기를 보면서 형들을 응원해 주곤 했다. 2-0 (사건) 이후로는 어떤 점수 차든 나갈 수 있겠다고 여기며 긴장감을 갖고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구원투수의 삶은 낯설고 고단했다. 소형준은 "매일 경기를 준비해야 하는 것부터가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선발투수였을 때는 투구한 다음 날 회복하고 경기 전에 무척 편한 마음으로 샤워했다. 사우나도 했다"며 "불펜투수들은 언제 나갈지 모른다는 압박감 때문에 몸이 더 피곤하고 피로한 것 같다. 그래도 1군에서 이렇게 야구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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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준은 "늘 선발로만 뛰다 불펜으로 준비한 지 일주일 정도 됐다. 구원투수들의 고충을 느끼고 있다"며 "선발투수가 잘 던지다가 갑자기 흔들리면 불펜진에 오는 묘한 긴장감 등도 있더라. 다시 선발로 돌아가면 더 안정감 있는 피칭을 해야 한다고 다짐 중이다"고 밝혔다.

이어 "원래 형들과 선발과 불펜 중 누가 더 힘든지 이야기할 때 '당연히 선발이 더 힘들죠. 이닝 수만 봐도 훨씬 많은데'라고 했다. 그런데 막상 불펜에서 뛰어보니 구원투수들이 더 힘든 것 같다. 고마움도 더 커졌다"고 강조했다.

투구 후 팔 상태나 회복 속도는 어떨까. 소형준은 "투구한 당일에는 뻐근함이 있는데 자고 일어나면 괜찮다. 하루 이틀 지나면 완전히 좋아진다"며 "이런 과정을 거치며 팔이 적응해 나가고 있는 듯하다. 오히려 2군에서 던졌을 때보다 컨디션이 나아졌다"고 설명했다.

점차 중요한 상황에도 나서고 있다. 소형준은 "정말 그라운드에서 투구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중요한 상황, 중요하지 않은 상황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재활하는 내내 '마운드에서 내 공을 던지자'고 생각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투구하려 한다"며 "등판하면 최대한 실점하지 않고 잘 막으려 노력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에필로그>

이날 선발투수 윌리엄 쿠에바스는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강판당했다. 4이닝 8피안타(1피홈런) 3볼넷 4탈삼진 4실점, 투구 수 82개로 주춤했다. 소형준은 "선발투수가 5일 동안 준비한 뒤 등판했을 때, 제 역할을 못 하고 내려오면 팀에 얼마나 미안한지 그 감정을 잘 알고 있다. 쿠에바스가 다음 경기에선 분명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며 힘을 실었다.

사진=수원, 최원영 기자 / 엑스포츠뉴스 DB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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