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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이슈 애니메이션 월드

더 커진 플레이브 팬콘, 기술로 극대화한 몰입[노컷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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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지난 4월 올림픽홀에서 첫 팬콘 후 6개월 만에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앙콘
'웨이 포 러브' '여섯 번째 여름' '기다릴게' '왜요 왜요 왜?' 등 다양한 무대
미발매곡 '12시32분' 무대 최초 공개하기도
콘서트 형식에 팬들과 교감하는 코너 넣은 구성
돌출 무대 등장 순간이 가장 인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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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추얼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가 지난 5~6일 이틀 동안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헬로, 아스테룸! 앙코르'를 열었다. 블래스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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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터(Hater)들은 그냥 가세요 / 키득 키득 지긋 지긋 / 인사드리겠습니다 / 잘 부탁드립니다 / 자주 뵙고 싶습니다 / 예쁘게 봐주세요 / (예쁘게 봐달라니까?)" _ '버추얼 아이돌'

버추얼(가상) 아이돌은 물리적인 장소에서 어떻게 콘서트를 열까? 코로나 팬데믹 시절 '집합'이 사실상 금지돼 열렸던 아이돌 온라인 콘서트와는 어떤 점이 다를까? 강력한 팬덤을 바탕으로 인기몰이 중인 그룹 플레이브(PLAVE)의 팬 콘서트(팬콘)에 가기 전 가장 궁금했던 부분이다.

지난 5~6일 이틀 동안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헬로, 아스테룸! 앙코르'(Hello Asterum! ENCORE)는 플레이브가 무엇을, 어느 정도까지 할 수 있는지를 입증하는 공연이었다. 무엇보다 플레이브의 손짓과 눈짓 하나에도 반응을 쏟아낸, 플레이브를 '예쁘게 바라보는' 플리(공식 팬덤명)의 몰입이 굉장했다.

MBC에서 20년 동안 컴퓨터그래픽 업무를 맡았던 이성구 대표가 이끄는 소속사 블래스트가 보유한 다채로운 기술, 플레이브가 '자체 제작'한 노래와 안무, 팬덤 형성 및 확장의 일등공신이라 할 수 있는 토크가 고루 어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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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브는 지난 4월 첫 팬콘 이후 6개월 만에 앙코르 공연을 열었다. 블래스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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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말 윈도우(컴퓨터 운영체제 중 하나) 바탕화면처럼 보이는 화면이 어그러지면서 다른 차원에 진입하듯 시작한 '헬로, 아스테룸! 앙코르'의 첫 곡은 그들의 데뷔곡 '기다릴게'였다. 은빛 콘페티가 쏟아지며 마치 공연장에 온 관객을 환영하듯 시작한 '기다릴게' 무대부터, 플리(공식 팬덤명)의 응원 열기가 뜨거웠다.

각자 "비주얼"(노아) "오빠"(하민) 등으로 본인을 소개한 플레이브는 기존 올림픽홀에서 이번 잠실실내체육관으로 공연장 규모가 커졌음에도 다시 한번 '10분 만의 매진'을 기록한 것을 두고, 플리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은호는 "저희 단독 공연 많이 기다리셨나? 이번에 더 큰 공간에서 우리 사랑스러운 플리들을 만나게 돼서 너무 행복하다"라고, 밤비는 "오늘 정말 후회없이 즐겨주시면 감사하겠다"라고 말했다.

소속사 블래스트의 이성구 대표는 올해 4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데뷔 1년 간의 방향성과 올해의 목표를 언급한 바 있다. 앨범 발매, 팬 미팅과 팬콘 개최 등 "다른 아이돌이 하는 걸 버추얼 아이돌이 할 수 있다"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던 이 대표는 인제 "저희가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헬로, 아스테룸! 앙코르'는 플레이브의 특장점이 무엇인지 드러나는 공연이었다. 겉모습은 애니메이션의 형태이지만, 노래하고 춤추고 말하는 등 모든 '행위'를 하는 실연자가 존재하는 플레이브는 버추얼 아이돌의 이점을 살려 빠르게 여러 벌의 의상을 선보였고 무대도 그때그때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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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브 공연은 이틀 모두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블래스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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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기만 한 아이돌 역시 곡마다 무대 세트나 연출을 다르게 할 수 있고 옷도 갈아입을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시간'의 제약이 있다. 멤버들에게는 옷을 갈아입고 새로운 스타일링을 더할 시간이, 스태프들에게는 세트를 설치하고 옮기고 거두는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플레이브는 이렇게 '보이는 것'을 미리 준비할 수 있기에 금방 변신할 수 있다.

첫 곡 '기다릴게'를 마친 후 플레이브는 '아이 저스트 러브 야'(I Just Love Ya)에서 금세 군청색 제복을 입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바로 다음 곡인 '왜요 왜요 왜?'에선, 놀이공원 같은 알록달록한 분위기의 배경에서 하늘색을 중심으로 한 편안한 차림을 선보였다. 밴드 버전으로 들려준 '여섯 번째 여름'에서는 다들 교복을 입은 모습이었다.

이러한 장점은 멤버들이 솔로와 유닛 무대를 할 때 가장 두드러졌다. 밤비가 아이유의 '내 손을 잡아'를 부를 때는 봄날의 벚꽃길처럼 분홍빛이 시선을 끌었다. 밤비는 파란 벤치에 앉아서 노래하다가 누워있기도 했고 무릎을 꿇는 퍼포먼스도 했다. 벚꽃이 흩날리는 것처럼 사라진 것도 그가 '버추얼 아이돌'이기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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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브 공연에선 화려한 응원봉 제어 기술이 끊임없이 등장했다. 블래스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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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를 타고 멋지게 등장한 은호는 자작곡인 '릿'(LIT)으로 랩을 선보였다. 그룹 에스파(aespa)의 '넥스트 레벨'(Next Level)은 밤비와 유닛을 이뤄 소화했는데, 두 사람은 랩을 직접 추가해 들려주기도 했다. 하민은 솔로 무대 '더 서치'(The Search)에서 현란한 액션 연기를 보여줘 눈길을 끌었다.

노아가 우즈(WOODZ)의 '드라우닝'(Drowing) 무대를 할 땐 반투명한 천이 내려와 신비한 분위기를 배가했다. 노아 역시 누워서 노래하다가 자유롭게 이동하며 무대를 꾸몄다. 로제의 '온 더 그라운드'(On The Ground)를 선곡한 예준은 짤막하게 피아노를 연주한 후, 그랜드 피아노 위에 앉아 노래하기 시작했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플레이브가 플로어 가운데 있는 돌출 무대로 왔을 때였다. "저희가 앞으로 갈 거예요"라고 예고한 플레이브는 다각형 형태의 스크린으로 등장했다. 고화질 화면이 부드럽게 전환되는 방식으로 멤버들은 계속 자리를 옮겨 팬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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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브의 공연을 보기 위해 관객들이 잠실실내체육관으로 이동하는 모습. 블래스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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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출 무대에서 플레이브는 '프롬'(From)과 '디어 플리'(Dear. PLLI)를 불렀다. 노아는 플리를 향해 볼 하트를 했고, 멤버들도 "플리야 사랑한다!" "플리 사랑해! "플리야 이쁘지?" 등 팬덤명을 연호하며 호응을 유도했다.

예준은 "(저희가) 하늘에서 내려와서 깜짝 놀라셨죠? '디어 플리'가 플리를 위한 곡인 만큼 가까이서 들려드리고 싶어서 돌출 무대에서 해 봤다"라고 말했다. 노아는 "가까이서 예쁜 플리의 얼굴을 보면서 노래하니까 마음이 뭉클해졌다"라고, 예준은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까 더 아름답다"라고 부연했다.

뛰어난 기술력은 공연의 볼거리를 더했다. 특히 응원봉 제어 기술이 독보적이었다. 객석의 응원봉은 다채로운 빛깔로 바뀌는 것은 기본이고, 도형부터 문구까지 다양한 메시지도 손쉽게 표현했다.

아쉬운 점은 오히려 기술 밖에 있었다. 아이돌은 '버추얼' 형태더라도, 라이브로 노래와 안무를 하는 건 '실제'였기에, 음정 불안이나 숨참 등 고스란히 드러났다. 대체로 안무 구현도가 높았지만 동작의 세밀한 부분 일부는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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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브가 플리로 가득 찬 객석을 바라보고 있다. 블래스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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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브는 '웨이 포 러브'(WAY 4 LUV)를 비롯해 '기다릴게' '여섯 번째 여름' '왜요 왜요 왜?' 등 그간의 발표곡을 선보였다. 아직 발매되지 않은 '12시32분'(A to T) 무대도 깜짝 공개해 환호받았다.

첨단 기술, 많은 라이브 방송으로 다진 능숙한 토크, 충실한 세트 리스트 삼박자를 갖춘 공연에 플리는 엄청난 '몰입'과 '열광'으로 화답했다. 잠실실내체육관에서 공연한다는 것 자체가 탄탄한 팬덤을 보유했다는 의미겠지만, 이를 고려하더라도 플레이브 공연장의 열기는 유난히 뜨거웠다.

소속사 블래스트에 따르면, 플레이브는 이틀 간의 팬콘 앙코르 공연을 전석 매진시켰다. 다만 구체적인 관객 수는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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