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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금)

정치로 흥한 이기흥 회장, 정치로 망하나? [김창금의 무회전 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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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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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궁지에 몰렸다. 그동안 정관계 네트워크를 통해 정치 파워를 과시했지만, 정치에 의해 발목이 잡힌 꼴이다.



국무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은 지난 8일부터 공직복무관리관실의 조사관 5명을 대한체육회에 파견해 현장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공직복무관리관실은 정부 기관이나 공공기관의 비위를 적발하는 조직이다. 막강한 사정기능을 갖춘 공직복무관리관실의 조사 결과에 따라 이기흥 회장이 치명타를 맞을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대한체육회를 압박하고 있다. 문체부는 대한체육회 산하 종목단체 임원의 징계 절차, 임기 연장 심의 문제 등에 대한 개선 요구를 대한체육회가 묵살하자, 8일에 이어 10일 연달아 시정을 명령했다. 문체부는 체육회장의 3선 출마 여부를 심의할 체육회 공정위원회의 ‘셀프 추천’ 구조를 개혁하지 않을 경우 후속 조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앞서 이기흥 회장이 내년 초 3선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결과를 승인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기흥 회장에 대한 정부의 강경한 입장은 1년 전과 판이하다. 이기흥 회장은 지난해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U대회) 조직위 사무총장이 선임되자, 체육회와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며 강하게 반발했다. 충청권 4개 지자체가 공모를 통해 사무총장을 영입했고, 절차나 검증에서도 흠결이 없었지만 이기흥 회장은 체육인 연석회의를 열어 문체부를 성토하는 등 강하게 맞섰다. 합리적이지도, 적법하지도 않은 이 회장의 억지에도 당시 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장이 개입하면서 사태는 이 회장의 뜻대로 결말이 났다.



이기흥 회장은 지난해 말 열린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첫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체육회장은 당연직 위원이었지만, 국무총리가 공동위원장으로 주재한 회의를 정면에서 부정했다. 오히려 나중에 민간위원 선임이 잘못됐다며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를 공격하는 성명을 냈다.



이기흥 회장의 정치 만능주의는 지난달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청문회에서도 민낯을 드러났다. 박정하 의원의 질의 과정을 보면, 이 회장은 강원도 체육계 인사들을 만나 “우리 (체육) 회장님들이 지역 국회의원들 좀 찾아가야겠다. 이모, 권모, 유모 등등 여기 속썩이는 양반들 다 있어”라고 발언한다. 선동에 가까운 발언은 그의 정치 편향성을 보여준다.



이기흥 회장은 2016년 대한체육회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정치적 수완을 발휘하며 체육회의 영역을 확장해왔다. 하지만 조직의 역량 확충이 아닌, 개인기에 의한 체육회 운영의 한계는 뚜렷하다. 더욱이 정치는 양면의 칼이어서 순식간에 적으로 돌아설 수 있다. 이제는 감사원까지 나설 채비다.



체육회는 자율성을 존중받기를 원한다. 그래야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연간 4000억원 이상을 국가로부터 지원받는 상황에서 대정부 관계를 잘 풀어나가야 한다. 정부를 상대로 힘으로 맞서는 것이 현명해 보이지 않는다.



체육회는 그동안 이기흥 회장의 강공 일변도 행보로 한껏 목소리를 높여왔다. 하지만 파트너인 문체부와의 갈등은 결국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그가 신임했던 체육인 또한 국회로 들어가면서 가장 앞장서 체육회장을 공격하고 있다. 잘 나가던 이 회장은 정치로 일어섰지만, 정치로 무너지고 있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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