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20분 깨진 후 23년 만에 10분 단축
체픈게티 '시카고 마라톤 최강자'로도 우뚝
2021·2022년 이어 대회 세 번째 월계관

케냐 마라토너 루스 체픈게티가 14일(한국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끝난 2024 시카고 마라톤에서 풀코스를 2시간09분56초에 주파한 후 자신의 기록이 표시된 전광판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시카고=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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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마라톤에서 마의 ‘2시간 10분’ 벽이 깨졌다.

루스 체픈게티(케냐)는 14일(한국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끝난 2024 시카고 마라톤에서 풀코스(42.195㎞)를 2시간09분56초에 주파하며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는 이날 우승으로 지난해 9월 베를린 마라톤에서 티지스트 아세파(에티오피아)가 세운 종전 세계기록(2시간11분53초)을 2분 가까이 앞당겼다.

동시에 그는 여자 마라톤에서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2시간 10분’ 벽을 처음 돌파한 주인공이 됐다. 이로써 여자 마라톤은 2001년 9월 베를린 마라톤에서 다카하시 나오코(일본·2시간19분46초)가 2시간 20분의 벽을 깬 후 무려 23년 만에 10분을 단축시켰다.

2019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마라톤 챔피언인 체픈게티는 시카고 마라톤에서 유독 강세를 보이는 선수다. 2021년에 이 대회 첫 우승을 차지한 체픈게티는 2022년에 대회 2연패를 달성한 뒤 올해 또 한 번 월계관을 썼다.

케냐 마라토너 루스 체픈게티가 2024 시카고 마라톤에서 우승한 후 케냐 국기를 들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시카고=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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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역시 압도적이었다. 체픈게티는 여자부 2위에 오른 수투메 아세파 케베베(에티오피아·2시간17분32초)보다 7분 이상 빨리 결승점을 통과하는 괴력을 보였다. 남자부 기록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 성적이다. 이날 같은 코스를 달린 남자 선수 중 체픈게티보다 빠르게 결승선을 끊은 선수는 9명에 불과했다.

체픈게티는 우승 후 “내 꿈이 이뤄졌다. 세계 기록은 항상 내 마음속에 있었다”며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지난해 세상을 떠난 자국 동료 켈빈 키프텀을 추모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세계신기록(2시간00분35초)을 달성한 키프텀은 최초로 2시간의 벽을 깰 것이란 기대를 모았지만, 4개월 뒤 케냐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했다. 체픈게티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내 세계 기록을 키프텀에게 바친다”며 “그가 있었다면 타이틀을 방어하고 다시 세계 기록을 수립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자부 경기에서는 존 코리르(케냐)가 2시간02분43초로 월계관을 썼고, 뒤이어 후세이딘 모하메드 에사(에티오피아)가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