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이강인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홈 경기를 앞두고 소속팀인 프랑스 최고 명문 파리 생제르맹(PSG) 대표 선수로 사전 기자회견에 나섰다.
이번 시즌 초반만 해도 주요 경기에 교체 선수로 뛰는 등 입지가 불안했으나 포지션을 가리지 않고 꾸준히 뛰며 자신의 기량을 입증한 끝에 이젠 기자회견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위치까지 올라섰다.
챔피언스리그에서도 2경기 연속 선발 출전이 유력하다.
PSG는 오는 23일 오전 4시 프랑스 파리 파르크 데 프랭스(왕자공원 구장)에서 지난 시즌 네덜란드 1부리그 우승팀 PSV 에인트호번(네덜란드)과 2024-2025 UEFA 챔피언스리그 '리그 페이즈' 3차전을 치른다. PSG는 앞서 스페인 지로나를 홈에서 1-0으로 누른 뒤 영국에서 열린 아스널과의 원정 경기에선 0-2로 완패했다.
UEFA는 이번 시즌부터 챔피언스리그 등 클럽대항전에서 이전처럼 조별리그 형식이 아닌 본선 진출 팀들을 포트로 나눠 무작위로 추첨된 8개팀과 승부를 펼쳐 토너먼트 진출 방식을 가린다. 1위부터 8위까지 토너먼트로 직행하고, 9위부터 24위는 토너먼트 진출권을 두고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PSG처럼 강팀으로 분류되는 팀들은 약팀을 상대로는 무조건 승점 3점을 따내야 16강 직행을 이룰 수 있다.
PSV는 상대적으로 한 수 아래 전력으로 꼽혀 PSG 입장에서도 홈 승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 중요한 경기에서 이강인이 PSG를 대표해 입을 연 것이다. 그는 21일 파리 근교 PSG 캠퍼스 훈련센터에서 진행된 PSV전 기자회견에 참석, "공격수로서 항상 득점과 어시스트를 원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팀 승리를 돕는 것"이라며 "이번 시즌 출발은 좋았다. 득점도 하고, 팀을 도울 수 있어서 기쁘다"라고 말했다.
이번 시즌 이강인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주포지션인 오른쪽 날개와 다음으로 소화할 수 있는 중앙 미드필더는 물론 최근엔 제로톱 시스템의 최전방 공격수, 이른바 '가짜 9번'으로도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랭달 콜로 무아니 등 PSG 스트라이커들이 시원치 않다보니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이강인에게 이 역할을 맡기고 있다.
이강인은 골로 보답하는 중이다.
그는 이번 시즌 정규리그에서 4골을 터트리며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여름 PSG 입단 뒤 챔피언스리그 사전 기자회견에 처음 나선 이강인은 자신의 '폴스 나인'(가짜 9번 공격수) 역할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이강인은 "'9번 공격수' 역할을 맡을 때마다 엔리케 감독이 많은 움직임을 요구한다"라며 "내게는 좋은 역할이다. 공간을 창출하고, 그 공간을 통해 득점 기회를 만들어 내고 있다.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더 많은 기회와 득점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이강인은 실제 골문으로 달려드는 직선적인 움직임을 '가짜 9번' 역할 때 많이 해내곤 한다. 이강인이 최전방 공격수를 하면서 브래들리 바르콜라, 우스만 뎀벨레 등 측면 자원, 워렌 자이르-에메리 등 미드필더들이 벤치에 앉는 일 없이 주요 경기에서 전부 선발로 뛰고 있다.
이강인은 이어 "어떤 포지션을 맡든 나는 항상 경기에 나서고 싶다"라며 "동료와 팀을 위해 항상 100%를 쏟아낼 것이다. 이번 대회는 모든 경기가 결승"이라고 강조했다.
이강인은 이 자리에서 PSG 선수로서 살아가야 하는 숙명도 이야기하는 등 솔직한 답변도 곧잘 건넸다.
그는 "PSG가 큰 구단이어서 부담스럽지만 축구를 좋아하기 때문에 항상 최선을 다한다"고 했다.
한 달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변화다.
이강인은 이번 시즌 리그1 공식 개막전에서 첫 골을 넣으며 화려하게 출발했으나 이후 두 경기에서 교체 멤버로 투입됐고 출전 시간도 줄어들었다. 챔피언스리그에서도 깊은 인상을 남겼지만 출전 시간이 많지 않자 프랑스 언론에서 이를 기자회견 때 엔리케 감독에게 물어볼 정도였다.
당시 프랑스 언론은 "지금 선수들 활약을 보면 이강인이 가장 컨디션이 좋고 빼어난데 왜 엔리케 감독은 그를 주요 경기에서 교체로 투입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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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리케 감독은 당시 "우리에겐 15~16명의 좋은 선수들이 있다"며 "하지만 선발론 11명을 써야 한다. 난 불공평한 감독이 되고 있고 시즌 끝까지 계속 불공평할 것이다"라고 받아쳤다.
그러던 엔리케 감독도 21일엔 이강인을 인정하고 극찬했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엔리케 감독은 이번엔 이강인을 극찬했다. 엔리케 감독은 "이강인은 지난 시즌 합류한 선수 중 하나다. 스.페인 마요르카에서 뛰고 우리 팀에 왔다"며 "합류했을 때 모습보다 훨씬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수준이 높은 선수다. 국가대표로도 활약하고 있고, 재능이 넘치면서도 언제나 노력한다"고 했다.
이어 "득점과 어시스트 능력도 있다. 다재다능해서 많은 포지션을 소화한다"며 "이강인 뿐 아니라 우리 팀에는 젊고 재능이 많은 선수들이 여럿 된다"고 했다.
엔리케 감독은 이강인을 선발로 쓰거나 교체로 쓰거나 항상 두 가지를 인정한다. 우선 이강인의 멀티 플레이어 능력이다. 윙어와 미드필더 전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데 최근 들어선 아예 가짜 9번으로도 활용하는 중이다. 이강인이 잘 해내고 있다.
다른 하나는 배고프다는 것이다. 엔리케 감독은 지난해부터 "이강인에겐 배고픔이 있다"며 PSG 입단에 만족하지 않고 자기 발전 위해 노력하는 그를 극찬했다. 프랑스 언론에서는 최근 들어 이강인의 오른발 사용 능력도 주목하고 있다. PSG에 올 때만 해도 전형적인 왼발잡이었던 이강인이 어느새 오른발로도 슛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대 수비수 입장에선 이강인의 왼발만 막을 수 없는 노릇이어서 PSG에 큰 무기가 될 거라는 게 언론의 분석이다.
이강인 주전 입성이 쉽지 않다는 뜻이었는데, 이강인은 굴하지 않고 주어진 역할마다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 지금은 PSG의 핵심 공격수로 발돋움했다. 이강인은 PSV전에서 이번 시즌 공식전 5호골이자 챔피언스리그 마수걸이포를 정조준한다.
한편, 챔피언스리그에서 활약하는 코리안 리거들은 리그 페이즈 3라운드에서도 출격을 준비한다.
이강인이 PSV전을 뛰는 23일엔 PSG 경기에 앞서 오전 1시45분 츠르베나 즈베즈다(세르비아)의 설영우가 AS 모나코(프랑스)와 원정 경기를 갖는다. 모나코에 일본 국가대표 윙어 미나미노 다쿠미가 있어 서로 막고 뚫는 한일전이 가능하다.
24일엔 독일 최고 명문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는 핵심 수비수 김민재가 세계적인 구단인 FC바르셀로나(스페인) 원정 경기를 벌인다. 네덜란드 페예노르트 소속 황인범은 같은 날 포르투갈 벤피카 원정을 치르며, 셀틱(스코틀랜드) 양현준은 지난 시즌 유로파리그 우승팀 아탈란타(이탈리아) 원정 경기에서 출격을 노린다.
사진=연합뉴스 / 파리 생제르맹 SNS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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