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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리케 실험이 이강인 망친다…'LEE 제로톱 무위' PSG, PSV와 충격 1-1 무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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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이강인을 여러 포지션에 배치하는 루이스 엔리케 감독의 방식이 과연 옳은 선택인지 돌아볼 때다.

엔리케 감독이 지휘하는 프랑스의 거함 파리 생제르맹(PSG)은 23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열린 네덜란드 명문 PSV 에인트호번과의 2024-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리그 페이즈 3차전에서 1-1로 비겼다.

이번 무승부로 PSG의 토너먼트 진출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PSG는 지로나FC(스페인)와의 리그 페이즈 1차전에서 상대 자책골로 1-0 진땀승을 거뒀지만 이어 아스널(잉글랜드) 원정에서 0-2 완패를 당했다. 전력에서 앞서는 PSV를 상대로도 승점 3점을 따내지 못한 PSG는 토너먼트 직행과는 거리가 먼 17위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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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PSG는 4-3-3 전형을 가동했다. 공격수들이 부상이나 부진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엔리케 감독은 '이강인 제로톱' 카드를 다시 한번 꺼내들었다.

잔루이지 돈나룸마가 골문을 지킨 가운데 누노 멘데스, 윌리안 파초, 마르퀴뇨스, 아슈라프 하키미가 수비진을 꾸렸다. 파비안 루이스, 주앙 네베스, 워렌 자이르-에머리가 중원을 구성했다. 공격에서는 브래들리 바르콜라와 우스만 뎀벨레가 측면에, 이강인이 중앙에 섰다.

원정팀 PSV의 선택도 4-3-3 전형이었다. 왈테르 베니테스 골키퍼가 최후방에서 마테오 담스, 올리비에르 보스칼리, 라이언 플라밍고, 마우로 주니오르로 구성된 백4의 도움을 받았다. 이스마엘 사이바리, 말릭 틸먼, 후스 틸이 미드필드를 구축했다. 노아 랑과 요한 바카요코가 측면에서 최전방의 루크 더용을 지원했다.

전반전 초반 주도권은 PSG가 쥐었다. PSG는 전반 11분 바르콜라가 페널티 지역에서 시도한 오른발 슈팅을 시작으로 전반 16분 이강인의 왼발 슈팅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그러나 바르콜라의 슈팅은 유효슈팅이 되지 않았고, 이강인의 회심의 슈팅은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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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점에는 실패했지만 PSG가 시도한 두 번의 공격은 경기 분위기를 가져오기에 충분했다. 전반 18분 페널티 지역에서 크로스를 받은 뎀벨레가 오른발로 침착하게 때린 슛이 골대를 강타했다. 전반 19분에는 이강인의 날카로운 크로스에 네베스가 머리를 갖다 댔지만 골키퍼를 넘지 못했다.

PSG의 공세가 계속됐다. 전반 27분 왼쪽 측면에서 멘데스와 바르콜라가 좋은 장면을 합작했다. 그러나 바르콜라의 마지막 슈팅은 벗어나고 말았다. 전반 30분 네베스의 패스에 이은 뎀벨레의 슈팅 역시 높게 떴다.

전반전 중반까지 밀리던 PSV는 단 한 번의 역습으로 PSG에 비수를 꽂았다. 전반 34분 사이바리의 패스가 랭에게 향했고, 랭의 과감한 오른발 슛에 PSG의 골망이 흔들렸다.

한 방을 얻어맞은 PSG는 전반전 추가시간 이강인의 터닝 슈팅으로 동점골을 노렸지만 이강인의 슈팅은 이번에도 골키퍼에게 막혔다. PSG는 전반전 대부분의 시간을 주도하고도 0-1로 리드를 빼앗긴 채 전반전을 마무리했다.

다행히 PSG는 비교적 이른 시간 균형을 맞췄다. 후반 9분 공격에 가담한 모로코 국가대표 풀백 하키미가 박스 바깥쪽 먼 거리에서 강력한 오른발 중거리포를 쏜 게 골키퍼의 다리 사이를 통과해 PSV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전반전 내내 PSG의 공격을 막아냈던 베니테스 골키퍼가 마침내 뚫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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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점골로 기세를 끌어올린 PSG는 내친김에 후반 12분 바르콜라의 슈팅으로 역전까지 노렸지만 베니테스 골키퍼가 이번에는 막았다. PSV는 후반 13분 바카요코를 앞세운 공격을 전개했으나 돈나룸마의 선방을 넘지 못했다.

팽팽한 경기가 계속됐다. 후반 14분 PSV의 공격수 사이바리가 일대일 상황을 맞았으나 동료에게 패스를 보낸 패스를 마르퀴뇨스가 걷어내면서 공격이 무산됐다. PSV는 후반 18분 하키미와 뎀벨레의 연계 플레이로 PSV 수비를 뚫어냈지만 뎀벨레의 슈팅은 빗나갔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PSG는 후반 23분 이강인을 마르코 아센시오와 교체했다. 이후 PSG는 후반 33분 자이르-에머리의 헤더와 후반 36분 하키미의 슈팅 등 여러 차례 역전골 찬스를 만들었지만 정작 기회를 득점으로 연결하지는 못한 채 1-1로 경기를 마쳤다.

PSG에 무승부를 안긴 엔리케 감독의 전술적 패착 중 하나로 이강인의 제로톱 기용이 지적됐다. 이강인은 지난 스타드 렌과의 리그 경기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출전해 가짜 9번 역할을 잘 수행하면서 호평을 받았지만, 결국 미드필더인 이강인을 최전방에 배치하는 건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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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유력지 '레퀴프'는 "이강인은 스타드 렌을 상대로 9번 자리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줬으나 이후에는 계속 실망스러웠다"며 "그는 정통 스트라이커가 아니지만 플레이에 실속이 없었다. 공격 전환 상황에서도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했다"고 혹평했다.

또 "바르콜라의 패스를 받아 멋진 슈팅을 날렸지만 베니테스에게 쉽게 막혔다. 이강인은 68분경 아센시오와 교체되기 전까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면서 PSG 선수들 중 가장 낮은 평점인 3점을 줬다.

그만큼 PSV전 이강인의 제로톱 기용은 확실한 실패라고 할 수 있다. 이강인은 상대 선수들의 압박이 심한 최전방보다 측면에서 공을 갖고 상대 수비수를 끌어낸 뒤 드리블 돌파나 패스로 동료들에게 기회를 만드는 데 능한 선수다. 이강인이 최전방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건 맞지만 그게 지속될 거라고 장담하기도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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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을 최전방 공격수로 기용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건 PSV전에서 증명됐지만, 엔리케 감독이 자신의 고집을 꺾을지는 의문이다.

엔리케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난 팀에 가장 좋은 선택을 내린다"면서 "결과 떄문에 팀 내부적으로 비관적인 분위기가 형성됐지만 나는 계속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다. 나는 우리 선수들을 믿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강인도 9번 자리에 적응해야 한다. 어떤 선수도 자신이 특정 포지션에서만 뛰고 싶다고 말할 수는 없다"며 향후에도 이강인을 최전방에 기용할 거라는 의사를 내비쳤다.

이강인이 제 기량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포지션은 오른쪽 측면 공격수 혹은 미드필더지만, 엔리케 감독은 현재 PSG 공격진이 줄부상을 당한 상황에서 이강인을 최전방에 배치하는 '제로톱' 전술을 펼치고 있다. 이강인이 올시즌 맨 처음 펄스 나인(가짜 9번) 역할을 맡았을 때 좋은 모습을 보여준 건 맞지만 이강인이 언제까지나 다른 포지션에서 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엔리케의 고집이 이강인을 망치는 것 아닌가 걱정되는 시점이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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