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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 돕다 '실격' 처리된 패럴림픽 마라토너, 법원에 소송 제기... "부정행위 아닌 사람의 본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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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2024 파리 패럴림픽 장애인 육상 여자 마라톤 T12 부문에 출전해 3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한 뒤 가이드 러너(왼쪽)와 포옹하는 엘레나 콩고스트의 모습. Paralympic Games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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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 패럴림픽 여자 마라톤 T12 부문에 출전해 3위의 기록을 세웠으나 실격 처리된 엘레나 콩고스트(스페인)가 "메달 박탈은 부당하다"며 23일(현지시간)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시각 장애가 있는 콩고스트는 지난 9월 8일 열린 경기에서 3시간 48초의 기록을 세우며 세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러나 완주를 2m 남겨둔 순간 가이드 러너인 미아 캐롤이 다리에 경련을 일으키는 일이 발생했다. 넘어지려는 그를 돕기 위해 콩고스트가 '테더'(Running Tether·가이드 러너와 연결 끈)를 잠시 놓치면서 결국 해당 종목에 실격 처리됐다.

세계장애인육상 규정 제7조 9항에 따르면 '선수와 가이드는 경기 시작부터 종료 시까지 테더를 해제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어떤 이유라도 이를 어기면 부정행위로 간주한다는 것. 그 결과 동메달은 콩고스트와 3분 이상 차이 나는 기록으로 일본의 미치시타 미사토(3시간 4분 23초)가 승계받았다.

문제는 메달이 박탈되면서 예정돼 있던 스페인 패럴림픽 위원회의 보조금도 받을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추후 지급 자체는 약속했으나 법원의 판결이 나오기 전까진 줄 수 없다는 것. 콩고스트는 "내겐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보조금 없이 궁핍한 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상황이 더욱 안타깝다"는 심경을 밝혔다.

소송 진행에 앞서 변호인단은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세계장애인육상(WPA) 등 각종 연맹에 동메달 복원을 요청하는 내용의 성명을 전달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답변은 없었다. 유일하게 답한 IOC마저 "처리할 권한이 없다"는 형식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고통스러워하던 가이드 러너를 돕기 위해 테더를 놓은 건 실격 사유로 부당하다고 주장하던 콩고스트는 결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패럴림픽 정신이 훼손됐다"며 "나는 부정행위로 실격된 게 아니라, 누군가 넘어질 때 도와주는 '인간의 본능' 때문에 실격 처리됐다는 걸 모두가 알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심이주 인턴 기자 augfs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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