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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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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KIA, 그리고 양현종의 추억… 이번에도 대투수가 우승 책임지나, 삼성은 22살 어린 투수가 운명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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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KIA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은 2017년이다. 정규시즌 당시 두산의 맹렬한 추격에 마지막까지 가슴을 졸이다 끝내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하고 한국시리에 직행한 KIA는 두산과 대권을 놓고 다퉜다. 결국 4승1패로 팀 통산 11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품에 안았다.

사실 시작이 좋지 않았다. 2017년 10월 25일 광주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3-5로 졌다. 외국인 에이스이자 2017년 201⅔이닝을 던지며 20승5패 평균자책점 3.48을 기록한 헥터 노에시를 선발로 내세웠으나 두산도 당대 최고 외국인 투수 중 하나였던 더스틴 니퍼트가 1차전에 등판할 수 있었다. 결국 6이닝 3실점을 기록한 니퍼트가 6이닝 5실점(4자책점)을 기록한 헥터에 판정승을 거두면서 두산이 1차전을 가져갔다.

플레이오프에서 체력 소모가 그렇게 크지 않았던 두산은 2차전 선발로 장원준을 예고했다. KIA로서는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실제 KIA는 2차전에서도 타격이 터지지 않으면서 고전했다. 선발 장원준은 7이닝 동안 4피안타 무실점 역투를 펼치며 KIA를 괴롭혔다. 상대 선발이 7이닝 무실점을 했다면, 대체적으로는 지는 게 바로 야구다. 하지만 KIA에는 영웅이 있었다. 당시 최전성기를 달리던 토종 에이스 양현종이 한 경기를 책임지며 KIA를 위기에서 구해냈다.

2017년 당시 31경기에서 193⅓이닝을 던지며 20승6패 평균자책점 3.44를 기록, 헥터와 더불어 역사적인 20승 듀오가 된 양현종은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9이닝 동안 무려 122개의 공을 던지며 4피안타 11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치며 팀을 구해냈다. 양현종과 장원준의 투수전 속에 0-0으로 맞선 경기는 8회 선두 김주찬의 2루타로 시작한 KIA 공격에서 가까스로 1점이 나며 KIA가 1-0으로 이겼다. 돌이켜보면 이 경기가 시리즈의 분수령이었다.

KIA는 10월 28일 3차전에서 6-3으로 이기고 긴장을 다 풀어냈고, 29일 4차전에서도 5-1로 이기고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1승을 남겼다. 이어 잠실구장에서 열린 10월 30일 5차전에서 7-6으로 이기고 대망의 한국시리즈 패권을 차지했다. 7-0으로 앞서고 있다 7회 대거 6점을 허용하며 쫓긴 KIA는 9회 가장 믿을 만한 투수를 마운드에 올렸다. 2차전 선발로 나섰던 양현종이 9회 1이닝을 책임졌고, 양현종은 그렇게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자신의 힘으로 책임졌다.

7년 전 5차전과 올해 한국시리즈 멤버는 많이 바뀌었다. 당시 선발 출전했던 선수 중 현재도 KIA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는 선수는 최형우와 김선빈 뿐이다. 5차전에서 선발 7번 3루수로 출전해 3회 만루홈런을 터뜨린 이범호는 지금 KIA 감독이 됐다. 마운드에서는 양현종이 그 기억을 잇는다. 그리고 2024년도 자신의 손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할 수 있는 산술적인 가능성을 가졌다. 이것도 운명 같은 일이다.

KIA는 2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릴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포스트시즌’ 삼성과 한국시리즈 5차전에 양현종을 선발로 예고했다. KIA는 비와 그라운드 사정 탓에 21일부터 23일까지 2박3일간 열린 1·2차전에서 우여곡절 끝에 2승을 거두고 시리즈 기선을 제압했다. 원정으로 옮겨간 25일 3차전에서 상대 선발 대니 레예스의 역투, 그리고 솔로홈런 네 방을 터뜨린 상대 타선에 막혀 진 KIA는 분수령이었던 4차전에서 9-2로 이기고 이제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1승을 남겼다. 이날 상대 선발이 에이스였던 원태인이라 긴장감이 컸던 KIA지만, 원태인을 시작부터 괴롭힌 끝에 비교적 넉넉한 승리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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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는 하루를 쉬고 28일 시리즈 우승에 도전한다. 굉장히 유리한 상황이 됐지만, 고삐를 늦추지 않고 최대한 빨리 끝내는 게 좋다. 선발로 나서는 양현종의 어깨가 무겁다. 양현종이 5회까지만 경기를 유리하게 끌어줄 수 있다면 이후 불펜 총동원으로 리드를 지킬 여건이 된다. 하지만 먼저 등을 보일 경우는 6·7차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 운신의 폭이 좁아진다.

양현종은 올해 정규시즌 29경기에서 171⅓이닝을 던지며 10년 연속 170이닝 이상 소화라는 대기록을 만들어냈고, KBO리그 역대 탈삼진 부문에서도 1위에 올라섰다. 살아있는 전설이다. 시즌 11승을 책임졌다.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도 많은 출루를 허용하기는 했지만 빼어난 위기관리능력을 보여주며 승리투수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양현종은 2차전에서 1회부터 5점의 득점 지원을 받았고, 5⅓이닝 동안 8개의 안타와 2개의 4사구를 내주기는 했으나 삼진 5개를 잡아내는 등 위기가 번지기 전에 잡은 끝에 2실점(1자책점)으로 버티고 팀 승리를 이끌었다. 당시 투구 수는 86개였다.

양현종은 올해 삼성과 전적이 썩 좋지는 않으나 역시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는 다르다는 것을 증명했다. 삼성은 2차전 당시 류지혁과 디아즈가 양현종 공략을 잘한 편이었다. 당시 컨디션을 고려해 5차전 타순을 짤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 경기가 될 수 있는 만큼 KIA는 승기를 잡으면 총력전으로 그 리드를 지키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

이범호 감독은 2차전을 앞두고 “양현종이 2017년처럼 던져주면 제일 좋은 시나리오지만, 그런 정도까지는 힘들 것 같고, 5~6이닝 정도만 끊어준다고 하면 2차전은 유리한 상황이 만들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양현종은 그 주문을 잘 이행했고, 5차전에도 같은 주문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양현종은 한국시리즈 2차전 승리투수가 되면서 국내 선수로는 최고령 한국시리즈 승리투수 타이틀을 달았는데 이를 며칠 더 연장할 기회다.

한편 벼랑 끝에 몰린 삼성은 좌완 이승현(22)이 선발로 나간다. 대구상원고를 졸업하고 2021년 삼성의 1차 지명을 받은 이승현은 데뷔 이후 대체로 불펜에서 뛰다 올해 선발로서 기회를 얻었다. 이승현은 시즌 17경기에서 87⅓이닝을 던지며 6승4패 평균자책점 4.23을 기록하며 선발로서의 가능성을 뚜렷하게 내비쳤다. 전반기 13경기에서는 6승3패 평균자책점 3.28의 뛰어난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올해 KIA를 상대로는 2경기에서 12이닝을 던지며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3.00, 피안타율 0.250을 기록했다. 올해 한국시리즈에서는 선발보다는 불펜에서 활용되고 있다. 23일 이어 열린 1차전에서 6회 등판해 6회 한 이닝은 인상적으로 막았지만 7회 선두 타자에게 출루를 허용한 뒤 강판됐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실점 하나는 올라갔지만 경기력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LG와 플레이오프에서는 3경기에 불펜으로 뛰어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했다.

올해 KIA에서 이승현에게 강했던 선수는 소크라테스 브리토, 최원준, 김태군이다. 소크라테스는 6타수 3안타, 최원준과 김태군은 4타수 2안타씩을 기록했다. 공교롭게도 소크라테스와 김태군은 4차전에서 각각 홈런을 터뜨리며 최근 타격감이 괜찮은 상태다. 김태군은 올해 이승현을 상대로도 홈런이 있다. 변우혁 김선빈이 3타수 1안타씩을 기록했고, 나성범은 5타수 1안타다. 김도영은 6타수 1안타에 머물기는 했으나 이승현을 상대로 홈런을 기록했던 좋은 기억이 있다. 반면 이승현은 이우성(2타수 무안타 1볼넷), 이창진(3타수 무안타), 박찬호(3타수 무안타 2볼넷), 최형우(2타수 무안타 1볼넷), 서건창(3타수 무안타)에게는 안타를 맞지 않았다. 삼성도 뒤가 없는 만큼 이승현이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모든 투수들을 잘 붙여 총력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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