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K리그1 3연패를 달성한 울산 HD의 김판곤 감독이 우승 트로피를 들고 선수들과 기뻐하고 있다. 사진 | 울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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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선수 시절 내 기억으로 스포츠서울 김한석 기자였다. ‘바람의 파이터’라는 애칭을 붙여줬다. 최배달(주연)의 인생을 그린 영화로도 나왔다. 그 분이 ‘도장깨기’했다. 나 역시 지도자로 늘 기대보다 우려가 많았는데 모든 것을 극복하고 이 자리에 왔다.”
지난 8월5일 울산HD 제12대 사령탑으로 부임한 김판곤(55)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본지 김한석 전 편집국장이 현역 시절 매겨준 별명을 언급했다. 지도자가 된 뒤 매번 ‘도장깨기’의 삶을 살았다는 의미다.
김 감독이 지도자로 주목받은 건 선수 시절 막바지 누빈 홍콩 무대에서 사령탑을 지내면서다. 2008~2010년 리그 명문 사우스 차이나와 홍콩 대표팀, U-23 대표팀을 겸임하며 정규리그 두 차례 우승과 더불어 동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 ‘홍콩의 히딩크’ 찬사를 얻었다. 2018~2022년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직을 맡으며 행정가로도 나선 그는 카타르 월드컵 16강을 지휘한 파울루 벤투 전 감독 선임에 앞장섰다.
다시 현장에 복귀한 건 말레이시아 대표팀 사령탑에 선임되면서다. 그는 말레이시아를 43년 만에 아시안컵 본선으로 이끌고 조별리그에서 한국과 3-3 극적인 무승부를 만드는 등 새 역사 창조에 성공했다.
김 감독은 “홍콩이나 말레이시아 모두 처음 갔을 때 ‘쟤 누구야?’라는 반응이었다”고 웃으며 “지하 10층에서 지도자를 시작한 것 같다. 도장깨기의 마음으로 모든 걸 바쳤다”고 말했다.
타지에서 지도자로 구축한 제2 전성기. 그만큼 가족은 지난 여름 다소 뒤숭숭한 분위기의 울산행을 반대했다고 한다. 김 감독의 아내와 아들, 딸은 홍콩에서 지낸다. 그는 “무리하게 한국에 가서 도전하는 게 아닌가 걱정한 것 같다. 또 대표팀 감독 생활할 땐 연중 일정하게 가족과 보낼 시간이 있지 않냐. 그런 것을 아쉬워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이미 결심했다. 그는 울산이 첫 별을 단 1996년 우승 멤버로 뛰었다. 다만 그해 쓸쓸하게 유니폼을 벗었다. 언젠가 K리그 지도자를 꿈꿔온 그가 28년 전 떠난 친정팀으로부터 오퍼를 받은 건 특별한 일이었다. 김 감독은 “영광스러운 제안이었다. 소방수로 도전을 해야 했으나 (가족에게) ‘이해해달라. 꼭 가고 싶었던 팀’이라고 했다”고 강조했다.
그의 선택은 옳았다. 무겁게 떠난 친정팀의 감독이 돼 ‘K리그 챔피언 사령탑’으로 거듭났다. 울산은 지난 1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강원FC와 ‘하나은행 K리그1 2024’ 36라운드 홈경기에서 2-1 승리를 지휘, 잔여 2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조기 우승을 확정했다. 통산 5회이자 K리그 역대 세 번째(성남.전북) 3연패 금자탑을 쌓았다. 김 감독은 울산에서 선수, 감독으로 모두 우승한 최초의 인물이 됐다.
부임 당시 전임 홍명보 감독이 A대표팀 사령탑으로 떠난 뒤 여러 잡음으로 선수단이 휘청거릴 때였다. 김 감독은 기존 코치진을 신뢰하고 이청용 김영권 등 베테랑과 소통 폭을 넓혔다. 기존에 기회를 잡지 못한 선수에게도 신뢰를 품으면서 울산만의 ‘원 팀 문화’를 다시 지휘했다. 그렇게 또 한 번 도장깨기에 성공했다.
김 감독은 “가족이 우승하니까 비로소 웃는 것 같다. 다만 갈 길이 멀다. 코리아컵 결승도 남아 있고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내년 클럽월드컵까지 도전할 것이다. 방심하지 않겠다”면서 더 큰 미래를 바라봤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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