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손흥민의 실력은 아직 녹슬지 않았다. 하지만 토트넘 홋스퍼가 손흥민과 재계약을 맺을 거라고 장담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최근 토트넘이 손흥민의 계약 연장 옵션을 활성화하기로 결정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손흥민이 토트넘에 1년 더 머무를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4일(한국시간) 영국의 유력지 '텔레그래프'가 이를 단독 보도했다.
'텔레그래프'는 "토트넘은 손흥민의 계약에 포함된 1년 연장 옵션을 발동해 이번 시즌 이후에도 그가 토트넘에 계속 머물도록 할 예정"이라며 "토트넘과 손흥민은 2021년에 재계약을 맺었으며, 계약 기간은 7개월 뒤 만료된다. 구단 측은 해당 계약을 1년 더 연장할 수 있는 권한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트넘은 손흥민에게 계약 연장 옵션을 발동시켰다는 사실을 알리기만 하면 된다. 우리는 토트넘이 그렇게 할 의도가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10년 이상 뛰게 된다"는 내용의 보도를 냈다.
토트넘이 발동시키려는 계약 연장 옵션은 지난 2021년 손흥민이 계약 만료를 1년 이상 앞둔 시점에 구단과 재계약을 맺을 때 조건에 삽입된 조항이다. 옵션 발동 여부를 결정하는 권한은 전적으로 토트넘이 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이 옵션을 발동시키면 손흥민의 계약 기간은 자동으로 1년 더 연장되고, 그게 아니라면 손흥민은 이번 시즌을 끝으로 토트넘을 떠나게 되는 것이었다.
손흥민의 계약이 마지막 해에 접어드는 2024-25시즌이 시작되고 두 달이 지나도록 토트넘이 연장 옵션을 발동한다는 소식이나 손흥민과 재계약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들리지 않으면서 손흥민이 이번 시즌을 끝으로 토트넘을 떠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실제 손흥민은 지난 9월 기자회견에서 구단과 재계약과 관련해 나눈 이야기가 있는지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우리는 아직 아무런 대화도 하지 않았다"고 못을 박았다.
손흥민은 그러면서도 "나는 명확하다. 이번 시즌에 집중하고 있다. 지금 내 나이에는 모든 순간이 중요하다"면서 "특히 이번 시즌에는 우리가 많은 대회를 소화하기 때문에 더 많은 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번 시즌에 완전히 집중하고 있고, 클럽의 모든 구성원들이 원하는 우승을 차지하고 싶다"며 재계약 여부와 관계없이 시즌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또 손흥민은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나는 지난 10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이 클럽을 위해 모든 걸 바칠 것"이라며 토트넘을 향한 충성심을 드러냈다.
손흥민의 발언 이후 현지에서는 토트넘이 손흥민에게 재계약을 제안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소식도 나왔지만, 토트넘의 최종 선택은 재계약이 아닌 계약 연장 옵션 발동이었다.
물론 토트넘이 손흥민과의 동행을 이어가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으나, 한편으로는 손흥민이 자유계약(FA)이 되어 이적료를 남기지 않고 팀을 떠나는 걸 막기 위해 내린 결정으로 봐도 이상하지 않다. 손흥민이 32세의 나이에도 아직 이적시장에서 몇몇 구단들의 관심을 끄는 선수이기 때문에 토트넘이 손흥민을 매각해 이적료를 남기려는 계획을 세웠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토트넘은 일단 손흥민이 30대 중반에 접어들고도 경기력을 비롯한 전체적인 컨디션을 유지하는지를 확인하고 이에 따라 손흥민과 재계약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토트넘에서 골키퍼로 활약했던 폴 로빈슨은 "토트넘이 손흥민과 계약 연장 협상을 하고 있다고 해도 놀랍지 않다"면서 "손흥민의 계약 기간이 1년만 늘어나면 놀라울 것이다. 지금 조용하다는 건 이미 1년 연장됐다는 이야기고, 계약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기 때문에 조용한 것"이라며 손흥민의 재계약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토트넘 팬들도 구단의 살아있는 전설인 손흥민이 향후 2~3년 이상 팀에 남길 기대하는 눈치다. 토트넘 팬 커뮤니티 '스퍼스 웹'은 "손흥민이 경기장에서 얼마나 팀에 기여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가 토트넘에 상업적으로 얼마나 중요한 선수인지를 감안하면 이번 시즌 어느 시점에 새로운 3년 계약이 나올 가능성은 충분하다"면서 토트넘이 손흥민과의 계약을 3년 연장할 거라고 예상했다.
토트넘은 손흥민과의 재계약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확실한 것은 로빈슨이나 팬들의 의견처럼 손흥민과 2년 이상의 재계약을 맺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손흥민의 활약이 여전하다는 점이다.
손흥민은 지난달 오랜만에 부상에서 돌아와 출전했던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전에서 곧바로 복귀포를 쏜 것 외에도 상대 자책골을 유도하거나 득점의 기점이 되는 패스를 시도하는 등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최근 치른 복귀전이었던 애스턴 빌라전에서도 토트넘이 0-1로 끌려가던 와중 터진 브레넌 존슨의 동점골을 날카로운 크로스로 도운 선수도 손흥민이었다.
부상으로 인해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동안 실전 감각이 떨어졌을 게 분명했지만, 손흥민은 개의치 않았다. 왜 자신이 세계 최고의 리그인 프리미어리그(PL)에서 10년간 살아남았고,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공격수 중 하나로 꼽히는지 증명한 손흥민이다.
이는 기록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축구 관련 데이터를 다루는 소셜 미디어 계정인 '데이터MB(DataMB)'에 따르면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윙어와 공격형 미드필더를 통틀어 전진 패스 성공률이 네 번째로 높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아마두 디알로가 86.67%로 해당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고, 맨체스터 시티의 잭 그릴리쉬가 근소한 차이인 86.36%를 기록 중이다. 손흥민의 바로 위에 있는 건 84%의 기록을 보유한 풀럼의 에밀 스미스-로우다. 손흥민은 83.64%의 전진 패스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다.
수치 외적으로도 손흥민의 영향력이 대단하다는 건 토트넘 경기를 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내용이다. 감독이 바뀔 때마다 손흥민의 역할도 달라지면서 새 역할에 적응하는 기간은 필요하나, 손흥민은 언제나 토트넘의 기둥과 같은 선수로 군림했다.
손흥민의 경기력이 급격하게 꺾이지 않는 이상 토트넘 입장에서는 손흥민을 놓치는 게 더 손해일 수도 있다. '스퍼스 웹'이 짚은 대로 지금 토트넘에서 손흥민 수준으로 경기장 안팎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선수는 없고, 앞으로도 나오기 힘들 가능성이 높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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