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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 1개당 3400만원…'먹튀’ 피하기 어려운 FA 영입의 난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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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포커스]

프로야구 FA시장 투자 효율성 논란

올해도 프로야구 FA(자유계약) 선수 시장에 과열 조짐이 보이고 있다. 야구계에선 ‘이 선수에게 이렇게 많은 돈을 쓰는 게 과연 적정한가’ 공방이 끊이지 않는다. 매년 FA 계약 후 시즌이 끝나면 이른바 ‘먹튀(먹고 튄다)’로 통하는 과잉 투자 논란이 불거진다.

야구에서 선수 가치를 평가하는 지표로는 WAR(Win Above Replacement·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이 많이 쓰인다. 리그 내 평균 혹은 평균 이하 선수보다 팀에 얼마나 많은 승리를 가져다주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즉 WAR이 높을수록 잘하는 선수다. 국내 리그를 기준으로 보면 1시즌에 WAR이 5를 넘으면 최상위권 선수라고 보고, 7이 넘으면 그해 리그 MVP급 선수로 평가한다. 올해 타자에선 KIA 김도영이 WAR 8.32로 1위, 투수에선 NC 카일 하트가 6.93으로 1위를 차지했다. FA 영입과 계약의 가성비 여부도 WAR을 활용하면 대략적인 평가가 가능하다.

통상 FA 영입만 따지면 WAR 1당 5억원 이하면 성공한 투자, 6억원대는 보통, 7억원 이상은 실패로 본다. FA 영입의 모범 사례로 꼽히는 건 SSG 최정이다. 이번에 SSG와 4년 110억원에 세 번째 FA 계약을 맺은 최정은 지난 10년간 SSG와 2번의 FA 계약으로 모두 192억원을 받았다. 이 기간 최정은 48.96 WAR을 SSG에 벌어줬다. WAR 1당 3.92억원이었다. SSG로선 가성비 높은 투자였던 것. 최정은 연평균 124안타 33홈런을 쳤으니 안타 1개당 1500만원, 홈런 1개당 5800만원 정도 든 셈이다. 이번에 최정이 4년간 110억원 전액 보장의 FA 계약을 체결한 건 SSG가 앞으로의 활약에 대한 기대뿐 아니라 지난 10시즌간 최정이 연봉 대비 뛰어난 활약을 한 것에 대한 보상을 해준 측면도 있는 셈이다.

NC와 양의지의 FA 계약도 모범 사례다. 2019시즌 NC와 4년 총액 124억원에 계약했던 양의지는 4시즌 동안 NC에 24.12 WAR을 벌어줬다. 1 WAR에 5.14억 정도의 몫을 했으니 대형 계약이았지만 양의지도 구단의 기대에 걸맞는 빼어난 활약을 펼친 ‘윈-윈’ 계약이었던 셈.

조선일보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물론 WAR로 FA 영입의 성패를 모두 다 판가름 할 순 없다. 그래도 분명 유의미한 평가 지표로서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FA 협상의 주요한 판단 기준의 하나로 자리잡은 건 분명하다. 한화는 2023시즌 전 LG 거포 채은성을 6년간 90억원에 계약하며 7년 만에 첫 외부 FA 영입을 성사시켰다. 그러나 LG 시절 2018년 WAR 4.28을 기록하는 등 5시즌 동안 평균 2.70 WAR을 벌어줬던 그는 한화로 오자마자 지난 2시즌 동안 연평균 WAR이 1.64로 떨어졌다. 현재로선 한화가 WAR 1당 9.15억원을 준 셈이니 당장은 아쉬운 계약이다.

롯데도 불운한 FA 계약이 발목을 잡고 있다. 4년 80억원에 LG에서 데려온 유강남과 4년 50억원에 NC에서 영입한 노진혁은 손절(損切)을 고민해야 할 정도로 성적이 형편없었다. 유강남은 롯데에 오기 전 6시즌 연평균 2.75 WAR를 벌어주고 장타 능력에 포수로서 운영 능력도 높은 평가를 받았으나 막상 롯데에 와선 2시즌 연평균 1.13 WAR에 그쳤다. 올해부터 ABS(볼 자동 판독 시스템)가 도입되며 특유의 프레이밍도 활용할 수 없게 됐다. 타석에서도 1할대 부진을 보이다 무릎 수술로 조기에 시즌을 마감했다. 현재로선 롯데는 유강남에게 안타 1개당 3400만원을 지불한 꼴이다.

조선일보

롯데 유강남 /정재근 스포츠조선 기자


노진혁도 롯데 입단 전 거포 유격수로 4시즌 동안 연평균 WAR 3을 NC에 벌어줬지만 롯데에 와서는 팀 적응 문제와 고질적 허리 통증 등으로 지난 2년간 연평균 WAR이 1.09에 그쳤다. 연 평균 급여가 12.5억원이니 현재로선 WAR 1당 11억원이 넘는 재앙적 투자로 볼 수밖에 없다. 유강남과 노진혁의 연봉이 적지 않다보니 샐러리캡에도 제한이 생겨 새로운 선수 영입에도 걸림돌이 되는 게 현실이다.

2023시즌 전 4년 46억원에 두산에서 NC로 팀을 옮긴 박세혁, 2021년 4년 50억원에 두산에서 삼성으로 이적한 오재일도 이후 기량 하락으로 FA 흑역사의 한 축을 담당한다. 전 소속팀에서는 잘했던 선수도 FA 영입 이후 연이은 혹사와 피로에 장기 부상이 찾아오거나 급작스런 에이징 커브(Aging Curve)가 찾아오면서 실패한 계약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WAR로 선수 역량을 평가해 계약을 체결해도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투수 FA로 넘어가면 2023시즌 전 원종현(키움)과 2022시즌 전 백정현(삼성), 2023시즌 전 이태양(한화) 영입이 해당 구단에는 아쉬움이 큰 계약으로 볼 수 있다. 키움은 불펜 보강을 위해 36세 노장 원종현에게 4년 25억원을 보장했지만 시즌 도중 팔꿈치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르며 장기간 이탈했고 올 시즌에도 4경기 출장에 그쳤다. 한화가 4년 25억원에 영입한 이태양도 첫 시즌엔 나쁘지 않았지만 SSG 시절부터 매 시즌 100이닝 이상 소화한 피로가 누적됐고, 결국 올 시즌 초반부터 극도의 부진을 보이더니 결국 팔꿈치 수술로 시즌을 조기에 마감했다. 삼성 백정현은 2021 시즌 27경기 14승5패 WAR 6.2라는 발군 성적을 거두며 2022시즌 전 4년 38억원 FA 계약을 맺었지만 지난 3시즌 동안 17승 23패 연평균 WAR은 1.83으로 급락했다.

이번 스토브 리그 계약도 WAR로 성패 여부를 짐작해볼 수 있다. 이번에 4년 최대 78억원(연평균 19.5억원)을 보장받고 KT에서 한화로 옮긴 투수 엄상백은 최근 3시즌간 연평균 WAR 4를 벌어줬다. 최근 3년간 연평균 25억원을 받은 KIA 양현종이 WAR 4.21을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한화로선 엄상백에 KT 시절보다는 조금 더 나은 성적을 기대하고 있는 셈이다. 4년간 최대 50억원(연 12.5억원)을 보장받은 심우준(한화)은 KT 시절 시즌당 WAR을 3가까이 벌어준 적이 있고, 한화로선 이번 계약으로 심우준이 수비와 주루 등으로 최소 2~2.5 WAR를 기대한다고 볼 수 있다.

이번에 롯데에 잔류한 김원중은 이번 계약(4년 최대 54억원)이 연 최대 13.5억원을 보장한다. 앞선 시즌 성적(연평균 26세이브)을 유지한다면 롯데는 1세이브당 5000만원 정도 가치를 인정해준 것으로 추산됐다. 삼성 오승환이 지난 4시즌 동안 1세이브당 대략 3000만~3500만원 정도 몫을 한 걸 감안하면 롯데는 이번 계약으로 김원중이 전보다 좀 더 좋은 활약에 더해 타 구단 대신 원 소속팀에 잔류한 충성심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보상한 계약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불펜 FA 영입은 평가가 더 어렵다.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삼성이 김재윤과 임창민을 영입한 것을 성공 사례로 따져볼 순 있다. 올 시즌 삼성과 4년 58억원(연평균 14.5억원)에 계약한 김재윤은 올해 11세이브 25홀드를 기록했다. 1세이브·홀드당 4000만원 정도 몫을 했다. 2년 8억원에 이적한 키움에서 삼성으로 건너 간 임창민은 올 시즌 28홀드를 기록, 홀드당 1430만원을 받은 셈이다. 11일 LG로 이적하며 4년에 52억원(연 13억원) 전액을 보장 받은 장현식은 올해 16홀드를 기록했고 지난 4시즌간 연 평균 18.5홀드를 기록했다. 장현식의 경우 스탯보다 기량이 더 뛰어나고 이번 FA 시장에서 확실한 불펜 매물이 희소한 점을 LG가 수용한 것으로 해석해볼 수 있다.

☞WAR(Wins Above Replacement)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공격, 수비, 주루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해 한 선수가 ‘대체 선수’에 비해 팀에 얼마나 많은 승리를 가져왔는지를 숫자로 나타내는 지표다. ‘대체 선수’는 리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평균 이하 성적을 내는 후보 선수 정도 수준을 뜻하는 개념이다. WAR이 3이라면 그 선수가 ‘대체 선수’보다 1년에 3승을 팀에 더 안겨준다는 뜻이다. WAR 5 이상이면 리그 최정상급, 7 이상이면 MVP급으로 평가받는다.

[배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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