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8 (월)

이슈 스타와의 인터뷰

'히든페이스' 송승헌, 멋지게 나이 들기 [인터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츠투데이

히든페이스 송승헌 / 사진=스튜디오앤뉴, 쏠레어파트너스, NEW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배우 송승헌이 30년 외길 인생을 돌아봤다. 치열하게 달려왔고, 멋지게 나아갈 송승헌이다.

20일 개봉하는 영화 '히든페이스'(연출 김대우·제작 스튜디오앤뉴)는 실종된 약혼녀 수연(조여정)의 행방을 쫓던 성진(송승헌) 앞에 수연의 후배 미주(박지현)가 나타나고, 사라진 줄 알았던 수연이 그들과 가장 가까운 비밀의 공간에 갇힌 채 벗겨진 민낯을 목격하며 벌어지는 색(色)다른 밀실 스릴러다. 동명의 콜롬비아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지난 2017년 영화 '대장 김창수' 이후 7년 만에 국내 스크린에 복귀하게 된 송승헌은 "항상 개봉을 앞두고 긴장된다. 오랜만에 관객들을 직접 만나니까 드라마랑은 또 다른 느낌으로 좋다"며 "요즘 한국 영화가 위기라고 하고,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걱정도 많이 하고 계시는데 '히든페이스'가 한국 영화에 활기를 불어넣는 돌파구가 됐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한 송승헌은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영화들이 많이 밀려있었다. 저희도 2022년에 촬영을 했다. 어떤 장르는 시기가 중요한 타이밍이 있고, 해가 지나갈수록 영향을 많이 받는 장르도 있는데 저희는 사랑이나 인간의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에 시대를 불문하고 보편적인 정서라 개봉 시기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며 "오히려 후반 작업을 조금 더 세밀하게 할 수 있어서 좋은 점도 있었다. 감독님도 후반 작업에 더 공을 들이신 것 같고, 그거에 대한 부담감은 많이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히든페이스'는 송승헌과 김대우 감독이 '인간중독'(2014) 이후 10년 만에 재회한 작품이다. 송승헌은 "'인간중독' 때 저와 (조)여정이가 나오고, 감독님이 함께 했기 때문에 ('히든페이스' 와)비슷하다고 느끼실 수도 있다. 그중에서도 '일탈' '불륜' 이라는 코드도 겹친다"며 "하지만 전혀 다른 캐릭터다. '인간중독' 속 김진평은 사랑하지 않는 여자와 결혼하고, 부하의 와이프를 만나면서 사랑에 빠지기 때문에 저도 연기하면서 첫사랑을 만난 느낌으로 연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송승헌은 "이번엔 소위 '흑수저'인 친구가 성공을 위해 금수저인 조여정을 만나고, 유명 오케스트라 지휘자까지 올라가면서 조금 더 욕망적"이라며 "진평이와는 조금 다르다. 같은 욕망이어도 진평이는 진실된 사랑이었다고 생각한다. 근데 성진이는 사랑보다 현실에 타협하고, 욕망과 콤플렉스 덩어리다. 그런 부분에서 두 인물이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히든페이스'에서 성공에 대한 욕망에 불타오르는 성진 역을 연기한 송승헌은 "영화과 굉장히 빠르게 흘러간다. 초반엔 단순히 불륜이자, 멜로로 보이지만 이후엔 또 다른 사건이 발생한다. 원작에 없던 부분을 많이 추가하고, 각색하고, 인물에 서사와 사건을 넣으면서 더 풍성해진 것 같다. 제가 촬영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저희 작품 자체가 원작보다 훨씬 더 재밌는 것 같다"며 "밀실 안에서의 상황들도 감독님이 촬영하실 때 관객들이 실제로 그 밀실 안에 있는 답답함을 진짜처럼 느끼게 하려고 고민을 많이 하셨다. 그러한 의도들이 작품에 잘 살아난 것 같아서 좋았다"고 말했다.

다만 송승헌은 자신이 연기한 성진에 대해 "실제 주변에 있다면 절대 친해지지 않았을 타입"이라고 덧붙였다. 송승헌은 "영화가 끝나고 우스갯소리로 '셋 다 정상적인 애가 없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개인적으로 성진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제가 성진이 속을 잘 모르겠더라 근데 감독님께서도 '성진이는 약간 의뭉스러웠으면 좋겠어'라고 하셨다"며 "성진이 속엔 무엇이 있는지, 아닌 척하지만 성공에 대한 욕망도 있고, 사랑하지 않는 약혼자를 만나서 성공하려고 하는 것들이 저 송승헌이라는 사람이 봤을 땐 별로 친해지고 싶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욕망에 충실한 이성진을 연기하며 베드신도 소화해야 했다. 이미 한차례 '인간중독'에서 첫 노출 연기에 도전했던 송승헌은 "감독님을 믿고 따를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디테일하고 정확하다는 점이다. 정확히 여기에서, 여기까지만 커트하신다. 더 할 것도 없고, 더 하고 싶어도 못 한다. 그런 점에 있어서 신뢰가 컸다. 확고한 것이 있었다"며 "베드신은 연인의 일탈을 지켜봐야 했기 때문에 당연히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근데 감독님과 처음 미팅했을 땐 '성진이는 노출 안 해도 돼'라고 하셨다. 근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서 '노출 안 해도 된다면서요' 했더니 '내가 그랬었나?'라고 하시더라. 그래도 감독님이셔서 그런지 그런 부분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송승헌은 "운동을 좋아해서 1~2개월 시간을 주고 몸을 만들라고 하면 쉽다. 열심히 먹고 운동하면 된다. 근데 감독님이 원한 건 그런 게 아니더라. 성진이는 지휘자인데 너무 근육질이면 안 됐다"며 "샤프한데 멋진 몸을 만들라고 하셨다. 근데 그게 더 어렵다. 단기간에 할 수 있는 건 다이어트라서 2~3주 가까이 견과류만 먹으면서 살았다. 초콜릿 정도 먹고, 탄수화물이나 일반식은 못 먹었다. 예민해지더라. 그래서 감독님한테 '빨리 좀 끝내주세요. 배고파요!'라고 했었다"고 웃음을 보였다.

이와 함께 송승헌은 베드신에서 호흡을 맞춘 상대 배우들에 대해 "'인간중독' 때도 마찬가지지만, 임지연이나 박지현이 저보다 긴장을 더 안 했던 것 같다. 더 대범하고, 되게 프로다웠다"며 "내색은 안 했지만 슛이 들어갔을 때 놀란 것도 있다. 활발하게, 멋지게 잘 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나보다 낫구나' 이런 생각을 했다"고 감탄했다.

앞서 반듯하고 정의로운 인물들을 주로 연기해 온 송승헌에게 김대우 감독과의 '인간중독'과 '히든페이스'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송승헌 역시 "어린 송승헌은 항상 정의롭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인물을 연기했던 반면, '인간중독'이라는 작품은 저에게 있어 단순히 노출에 대한 도전이라기 보단, 불륜 캐릭터를 한다는 점에서 더욱 도전적이었다. 불륜남을 그려내면서 연기적으로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반듯하고, 정의로운 역할을 하다가 그 외에 선택의 폭이 많이 넓어진 것 같다. '인간중독'은 저에게 있어서 전환점을 안겨준 작품"이라며 "정형화되지 않은 캐릭터를 했을 때 배우로서의 카타르시스나 재미를 느꼈다. 20대에서 30대 초반까진 멜로 위주의 작품을 해왔기 때문에 멜로를 뺀 장르물은 왜 그동안 안 하고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안 해본 캐릭터나 장르가 많더라. 해보고 싶은 것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히든페이스'는 김대우 감독님에 대한 신뢰였다. 제가 너무 한쪽으로 치우친 캐릭터만 해왔다는 걸 느꼈다. 성진이는 너무 멋있지만은 않다. 속물 같기도 하다. 그런 캐릭터를 했을 때 '송승헌이 저런 캐릭터도 어울리네'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것에 희열을 느낀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1995년 한 의류 브랜드 모델로 데뷔한 송승헌은 내년이면 벌써 데뷔 30주년을 앞두고 있다. 오랜 시간 한 우물을 파 온 만큼, 고착화될 수 있는 자신의 이미지에 대한 고민의 시간도 깊어지고 있다.

송승헌은 "많은 분들이 '미쓰와이프'를 할 때 허당스럽고, 코믹한 느낌을 원하시더라. 저도 그런 캐릭터를 안 해봤기 때문에 혹시나 제가 했을 때 싸해지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그런 선입견을 하나하나 깨 가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저 역시 코미디 작품을 생각하고 있다. 안 해봤던 캐릭터를 해보는 재미가 있고, 조금 더 시도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악당이나 센 역할도 해보고 싶다"고 의지를 다졌다.

그러면서 송승헌은 "'데뷔 30주년'이라고 하면 뿌듯하진 않다. 그냥 깜짝 놀란다. 시간이 너무 빠른 것 같다. 데뷔 초엔 저를 보며 '좋을 때다'라고 하시는데 잘 몰랐다. 저는 별로 안 좋았다"며 "근데 요즘 어린 후배들을 보면 '좋을 때다'라는 말이 나온다. 그 친구들은 지금 무슨 말인지 잘 모를 거다. 나이가 들면서 좋은 것도 있고, 시간이 너무 빠르다는 생각도 든다. 모든 것이 엊그제 같다"고 웃음을 보였다.

이를 통해 송승헌은 치열하게 살던 시절을 회상하기도. 그는 "그때의 저에게 '둥글게 살아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여유가 필요했다. 그때는 못 즐기고 일을 했다. 데뷔를 하고, 여기저기서 환호해 주시니까 감사했지만, 한편으로는 제가 하는 것에 비해서 과하게 환호를 해주신다고 느꼈다. 이게 저의 첫 직장이었고, 돈을 벌어서 밥을 먹어야 했기 때문에 재미를 느끼진 못했다"며 "근데 30대 초반에 팬레터를 받은 적이 있다. 앞부분은 비슷한 내용이었는데 마지막 줄에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는 당신의 직업을 갖게 된 걸 감사하며 사세요'라는 한마디가 제 자신을 창피하게 만들었다. 저는 일로 생각해 왔던 것이, 누군가에겐 이렇게 감동을 줬다는 사실을 깨닫고 진실되게 제 일에 대해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아울러 송승헌은 "2~30대의 저는 언제까지 연기자를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지금의 저는 이순재 선생님처럼 그 연배가 돼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싶다. 4~50년간 한 길을 걸으신다는 건 대단한 것 같다. 그런 선배들처럼 가고 싶다. 그 나이에 맞게 멋지게 나이 들어가고 싶다"며 "어려운 것이긴 한데, 젊었을 때도 그렇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중후하고 멋지게 들어가고 싶다. 그렇지 못한 배우들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저한텐 '멋지게 나이 들기'가 숙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