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축구협회장, 현대가 가업 인식…국제 무대 활동 디딤돌
명예와 권한 그리고 사적이익 큰몫…각종 비난에도 강행의지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올림픽도시연합 스포츠 서밋 출장을 마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지난달 13일 오후 인천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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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국내 체육회에는 대한체육회장과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바로 대한체육회장과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 나란히 출마 의사를 밝힌 이기흥(69) 체육회장과 정몽규(62) 축구협회장 때문이다.
이기흥 회장은 3선 도전의 1차 관문인 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위원장 김병철) 연임 승인을 받았고, 4선 도전을 선언한 정몽규 회장은 스포츠공정위 심사를 남겨두고 있다.
둘 다 회장 선거 출마에 대한 내외부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다.
이기흥 회장은 직원 채용 비리와 금품 수수 등 비위 혐의로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회장 직무 정지를 당하고 수사 대상에 오른 가운데 체육회 노동조합의 출마 반대에 직면해 있다.
정몽규 회장 역시 불투명한 협회 운영과 절차를 무시한 대표팀 감독 선임 논란 등으로 문체부로부터 ‘자격 정지 이상의 중징계’ 요구받았고, 축구팬의 퇴진 압박과 노조의 연임 반대 요구도 거세다.
이기흥 회장과 정몽규 회장은 국정감사장에 불려 나와 여야 국회의원들로부터 질책을 받는 수모마저 겪었다.
하지만 둘 다 ‘국민 욕받이’로 전락했음에도 3선과 4선 도전 의지는 굽히지 않고 있다. 여론의 혹독한 비판에도 선거 출마를 강행하려는 이유는 뭘까.
우선 체육회장과 축구협회장 자리에 주어지는 명예와 권한 그리고 사적 이익이 큰 몫을 하고 있다.
체육회장은 ‘한국 체육 대통령’으로 불리며 연간 4400억원의 예산을 주무르고, 80여개의 회원 종목단체를 총괄한다.
축구협회도 연간 예산이 1900억원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고, 협회장은 세계인들의 관심이 쏠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를 대표한다.
또 체육회장과 축구협회장은 국제 스포츠 무대로 진출할 수 있는 통로이기도 하다.
이기흥 회장은 지난 2019년 국가올림픽위원회(NOC) 대표 자격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선출돼 활동 중이다. IOC 위원의 경우 국빈급 대우를 받는 의전상 특혜가 쏠쏠하다.
해외여행 때 입국 비자가 필요 없고, 공항에서 귀빈실을 사용할 수 있다. 호텔 투숙시 해당국 국기가 게양되며 IOC 총회 참석 때는 승용차와 통역, 의전 요원이 지원된다.
이 회장이 내년에 IOC 위원 정년(70세)에 도달하는 가운데 3선 성공 시 최대 5명에게 임기를 4년 연장해주는 예외 규정 신청을 노리는 이유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오른쪽)이 지난 10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를 맞이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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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회장은 올해 5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집행위원으로 복귀한 가운데 FIFA 집행부의 핵심 기구인 평의회 재진입을 시도해왔다.
정 회장이 2017년부터 2년간 의원으로 활동했던 FIFA 평의회의 경우 중동 지역의 석유재벌 AFC 회장들과도 교류할 수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수장인 정 회장으로서는 축구협회장이 기업가로서 해외 네트워크를 넓힐 수 있는 좋은 자리인 셈이다.
IOC 위원과 AFC 집행위원은 체육회장과 축구협회장 연임의 안전판으로 작용한다.
이기흥 회장은 IOC 위원 현직 프리미엄으로 스포츠공정위의 연임 제한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
국제기구 임원으로 활동할 경우 연임 승인 심사에서 정량·정성평가를 합쳐 기준점(60점)을 넘기는 데 충분한 점수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 회장 역시 AFC 집행위원이라는 이점 때문에 스포츠공정위 심사 통과가 유력하다.
그는 3선에 도전했던 4년 전 공정위로부터 100점 만점에 96점을 받아 승인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둘 다 출마하기만 하면 당선이 ‘떼어놓은 당상’이라고 할 정도로 연임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이 회장은 재임 기간 시도체육회장을 체육회 이사로 선임하고, 지역 체육회의 각종 민원을 해결해주는 방법 등을 동원해 바닥 표를 다져왔다.
종목별 대표자와 지역 체육 관계자들로 꾸려지는 선거인단 구성의 한계 탓에 현직 프리미엄을 가진 이 회장이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
정 회장 역시 현대 계열의 남녀 구단 4개를 보유하고 있는 등 탄탄한 지지 기반을 가지고 있어 대항마로 등장한 허정무(69) 전 축구대표팀 감독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체육기자 출신의 최동호 스포츠평론가는 1일 “이기흥 회장과 정몽규 회장은 연임 도전 이유가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 있다. 이 회장은 직무 정지를 당하고 수사를 받고 있어 3선 성공만이 사법 리스크를 피하는 바람막이가 될 수 있다. 일종의 ‘벼랑 끝 전술’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이어 “이 회장이 당선을 도와줬던 경기단체장 및 시도체육회장과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고, 그들로부터 주로 의견을 듣기 때문에 출마 포기를 생각할 수 없는 환경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몽규 회장에 대해선 “정 회장은 축구협회장을 일종의 현대가(家) 가업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기업가로서 FIFA 등 국제 무대에서 얻을 수 있는 유무형의 이익도 4선 도전에 집착하는 빼놓을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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