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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 (수)

"패션쇼 찢던 나, 뮤배처럼은 못하지만"...장윤주와 '아이참'이 부를 선구자는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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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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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앞서간 예술은 늘 후대에 재평가받는 법. 과연 뮤지컬 '아이참' 역시 그럴까.

3일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에서 창작 초연 뮤지컬 '아이참'(Eye Charm) 프레스콜이 열렸다. 이날은 국립정동극장 공연기획팀장 박진완, 크리에이티브테이블 석영 석재원 대표 임지민 연출, 황정은 작가, 배우 방진의, 장윤주, 이휘종, 이주순, 문진아, 이상아 등이 참석했다.

한국 최초의 미용사이자 최초로 쌍꺼풀 수술을 받은 여성, 일본으로 건너간 최초의 한류 배우였던 실존 인물 오엽주의 삶을 모티프로 한다. 극에서는 미용 기술자라는 테두리에 가두지 않고 신선한 충격을 선사하는 삶의 예술가로 설정, 현석주라는 캐릭터로 조명한다.

프로듀서인 석재원 대표는 "4년 전 오엽주라는 인물을 책을 통해 알게 됐다. 최초로 쌍꺼풀 수술을 한 사람이라는 한 줄에서 매력을 느꼈다"라며 "실제 인터뷰에서 오엽주가 조선 부인들을 어여쁘게 가꾸는 일이 자신의 신념이라고 말을 했다. 삶의 영웅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소개하고 싶었다"라고 창작 계기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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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은 작가 또한 "아무도 하지 않았을 때 제일 처음 쌍꺼풀을 만든 여성이라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다"라며 "그 시대에도 자신만의 멋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었을 텐데, 그들의 이야기로 풀어내면 어떨까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매력적인 소재였지만 참고할 수 있는 자료가 많지 않았다. 황정은 작가는 "인물에 대한 기록이 굉장히 적었는데 그에 대해 자세히 말해주는 구술자료가 있었다. 그걸 토대로 석주라는 인물을 더듬어갔다"라며 "오엽주라는 인물이 본인이 말하기보다 주위에서 어떤 사람이라고 말한 기록을 보고 추측해 갔다"라고 준비 과정을 밝혔다.

그렇기에 공연은 현석주가 주인공임에도 대사나 넘버가 많지 않다. 대부분은 주변인들에 의해 소개되거나, 그들을 통해 그가 어떤 인물인지 보여진다.

황 작가는 "주인공이 말을 많이 할수록 자신의 상황과 심리를 이야기하게 된다. 그것이 프로덕션에서 생각하는 석주의 방향성과 멀어지더라. 그래서 말을 줄이고 다른 어떤 것을 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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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프로듀서는 또한 "범상치 않고 개성이 돋보이는 인물이었다. 그에게 어떤 스토리를 주거나 아리아를 주면 감성적인 사람이 돼버리더라. 그렇게 하면 개성이 사라질 것 같았다"라고 덧붙였다.

인물에 대한 모티프에 더해 시대적 배경도 주목했다. 신문물이 무분별하게 들어오던 1920년대.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지점. 그렇기에 예술적 다양성 역시 폭발하던 시기.

박진완 팀장은 "근대를 돌아보면 새로운 발견을 많이 하게 된다. 전통과 현재, 서구와 전통, 신구가 격돌하면서 새로운 것들이 만들어진다. 억압받고 제약이 많은 시대지만 반대급부로 새로운 도전, 꿈, 낭만 같은 것들도 많았다"라고 소개했다.

무대 구성이나 미술, 연출적 표현 방식 또한 이러한 지점에 포커스를 뒀다. 임 연출은 특히 미술에 대해 "레트로 퓨저리즘이라는 콘셉트로 접근하고자 했다. 레트로가 현재와 과거를 통하고 현재와 미래가 통하는, 관통하는 뜻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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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공연장을 들어왔을 때 관객이 1920년대 정보를 모르고 와도 비포와 애프터가 느껴지도록 하고자 했다. 오엽주로 인해 색이 점점 비비드해지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라고 덧붙였다.

그렇기에 다소 난해하고 실험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공연을 관람한 관객들 역시 이 지점에서 다소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이에 석 프로듀서는 "실험적인 것을 의도한 것은 아니다"라며 "주인공 캐릭터를 평범하지 않게 설정하다 보니 그렇게 비치는 같다"라고 말했다.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건 결국 아름다움에 대한 질문. 그러나 하나의 메시지를 강조하거나 교훈적인 이야기로 표현되는 것은 경계했다.

황 작가는 "교훈적인 이야기가 되거나 아름다움이 무엇이라고 주입하는 이야기가 되지 않길 원했다"라며 "아름다움에 대한 정의를 누구나 자유롭게 내릴 수 있는 바탕을 까는 것이 중요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석 프로듀서는 '아이참'이라는 제목에 대해 "아이참이 쌍꺼풀 테이프다. 여성들이 최초로 자신을 꾸미는 행위이기도 하다. 또 매력적인 나, 매력적인 눈이라는 의미도 있다"라며 연관성을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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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 롤 현석주 역은 모델 겸 배우 장윤주, 뮤지컬 배우 방진의가 더블 캐스팅됐다. 특히 장윤주는 이번 작품으로 데뷔 27년 만에 첫 뮤지컬에 도전했다.

이유는 무대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그는 "모델로서 20년 넘게 패션쇼를 찢었던 사람으로서 무대가 그리웠다"라고 말했다.

이어 "매체 연기를 제대로 시작한 건 5년 정도 됐다고 보는데 자신감이 없었다. 무대에서 보이던 자신감은 사라지고 연기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 보니 막연히 무대에서 연기하면 좀 달라지려나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연극과 뮤지컬이 동시에 제안이 들어왔었는데 아이참의 경우는 지금껏 해온 작업들을 잘 녹여낼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라며 음악의 매력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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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뮤지컬의 리듬을 아직 잘 모르겠다. 깊이 파면서 하기보다 연습하면서 깨닫고 나만의 리듬을 찾아야 할 것 같다"며 "매 회차 다르게 해보려고 하고 있다"라고 준비 과정을 전했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성가대를 했었다는 장윤주는 "제일 재밌는 건 딱 한 가지다. 오랜만에 악보를 보면서 노래 부르는 것"이라고 반겼다.

이어 "합창의 아름다움을 알고 있다. 내가 뮤지컬 배우처럼 노래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다. 현석주가 다른 뮤지컬에 비해 솔로 독창이 많지도 않다. 그럼에도 음악이 너무 재밌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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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패션 모델계 선구자이기도 한 장윤주다. 주인공 현석주, 모티프가 된 오엽주와 닮은 점이 없지 않다. 이에 장윤주 역시 "그동안 나의 행보와도 닮은 부분이 있어서 작품을 하게 됐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여성이 주체가 되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페미니즘 얘기가 꼭 나오는 것 같다. 그러나 그렇게 보지 않았으면 한다"라고 당부했다.

이어 "현재도 우리가 보는 시야에서 앞서가는 분들이 계실 거다. 조명이 안 됐을 뿐. 오엽주라는 분도 마찬가지다"라며 "작품 준비하면서 아름다움에 대해 얘기를 많이 나눴다. 결국 내면과 외면이 다 중요하다. 그게 다 보여져야 그 아름다움이 전달될 수 있다고 본다"라고 작품이 지닌 의미를 강조했다.

방진의 역시 "아름다움은 내면과 외면 모두를 포함할 거다. 현석주는 건강한 인물이다. 마음이 건강해야 외면도 건강해진다"라고 전하며 관람을 당부했다.

한편 지난달 28일 개막한 '아이참'은 오는 29일까지 국립정동극장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사진= ⓒMHN스포츠 이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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