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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목동, 최원영 기자) 왕관의 무게, 기꺼이 견디려 한다.
한국 남자 쇼트트랙 간판스타 박지원(서울시청)은 14일 서울 양천구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24-2025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투어 4차 대회 남자 1500m 결승에서 2분14초738을 기록, 은메달을 수확했다.
박지원의 라이벌인 윌리엄 단지누(캐나다)가 2분14초313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스티븐 뒤부아(캐나다)가 뒤를 이었고 박지원이 세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레이스 후 비디오 판독 결과 뒤부아와 펠릭스 뤼셀(캐나다)이 실격 판정을 받으며 박지원이 3위에서 2위로 올라섰다. 메달이 은빛으로 바뀌었다.
단지누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펼쳐진 올 시즌 월드투어 1, 2차 대회서 1500m 금메달을 손에 넣었다. 중국 베이징서 치른 3차 대회에선 박지원이 금메달을 탈환하며 자존심을 회복했다. 이날 4차 대회 1500m 준결승에선 박지원이 1위(2분17초169), 단지누가 2위(2분17초242)로 결승에 진출했다. 그러나 결승에선 다시 단지누가 미소 지었다.
1500m 은메달을 목에 건 박지원은 이후 열린 남자 500m 준준결승서 마지막 바퀴 도중 인코스를 노리다 박장혁(스포츠토토)과 충돌해 탈락했다. 위험한 플레이로 옐로 카드를 받았다. 이후 이날의 마지막 경기였던 남자 5000m 계주 준결승에 장성우(고려대), 김태성(서울시청), 박장혁과 함께 나서 2조 1위(6분50초898)를 합작했다. 무난히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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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를 모두 마친 뒤 만난 박지원은 "솔직히 결과에 만족한다면 거짓말이다. 스포츠 선수는 항상 '1등'을 원한다. 1등에 오르지 못한 경기는 조금이라도 불만족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주어진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게 가장 중요하다. 아쉬움은 있어도 후회는 없다"고 소감을 밝혔다.
남자 1500m 왕좌를 놓고 단지누와 계속해서 실력을 겨루는 중이다. 박지원은 "이번 준결승서 내가 단지누를 한 차례 막아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분석한 것이 한 번 통한 듯하다"며 "단지누도 그 점을 학습해 결승에 들어왔다. 그래서 결승에선 내가 방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마치 경기장 안에서 체스 게임을 하는 느낌이다. 서로 머리를 많이 쓰면서 경기하기 때문에 레이스가 끝나면 오히려 머리가 더 아픈 듯하다"고 덧붙였다.
금빛으로 채운 숫자 '1'이 쓰여 있는 헬멧을 쓰고 경기에 나서는 중이다. 박지원은 2022-2023시즌과 2023-2024시즌 각각 월드컵 종합 랭킹 1위로 2년 연속 크리스털 글로브를 품었다. 올 시즌엔 14일까지 단지누가 812점으로 1위, 박지원이 526점으로 2위에 이름을 올렸다.
박지원은 "1차 대회 후 헬멧이 왠지 무겁게 느껴졌다. '과연 내가 이 헬멧을 쓸 자격이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2차 대회 전까지 원래 쓰던 헬멧을 착용하고 경기에 나서기도 했다. 그래도 이 무게를 이겨내야 진짜 챔피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아직도 헬멧의 무게감이 느껴지지만, 무겁지 않을 그날을 위해 열심히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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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은 서울 대회 마지막 날인 15일 남자 1000m, 남자 5000m 계주 등에서 메달을 노린다. 특히 계주 결승을 앞두고 동료들과 나눈 이야기가 있다. 그는 "3차 대회가 끝난 뒤 선수들끼리 '이제 (계주에서) 은메달은 제발 그만 따자. 은메달은 충분히 많다'고 말했다. '금메달을 목에 걸 때가 된 것 같다'는 대화를 나눴다"고 회상했다.
한국 남자대표팀은 올 시즌 1차 대회서 준결승 2조 3위를 기록, 파이널A가 아닌 파이널B 순위결정전에 배정됐다. 2차, 3차 대회선 각각 2위에 머물렀다. 캐나다와 중국이 정상에 올랐다. 지난 시즌 월드컵 6차 대회서도 한국은 2위에 그쳤다. 당시 캐나다가 우승했다. 남자 계주서 마지막으로 금메달을 기록한 것은 지난 시즌 독일 드레스덴서 치른 월드컵 5차 대회였다.
박지원은 "그래서 더 간절하다. (내년 2월 열리는) 하얼빈 아시안게임 전 마지막 경기에서 금메달로 마무리한다면, 선수들에게 이보다 좋은 비타민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최대한 집중하고 있다"며 각오를 다졌다. 그래서일까. 선수들은 이날 준결승서도 전력을 다했다. 박지원은 "최대한 이기고 싶었다. 승부욕이 강한 것은 어쩔 수가 없더라"며 웃었다.
남자 1000m에도 온 힘을 쏟으려 한다. 지난 11일 4차 대회를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서 우승하고 싶은 종목으로 꼽기도 했다. 박지원은 "미디어데이 때 1500m에서 금메달을 가져오겠다고 이야기할 걸 그랬나 싶다. 그렇게 말 안 해서 은메달을 딴 듯하다"며 웃은 뒤 "(1000m서) 내 말을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진=목동, 박지영 기자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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