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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론을박이 이뤄진 가운데 결국 트레이드 소식은 없었다. KIA가 조상우에 관심을 가진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딜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었다. 다만 조상우를 두고 몇몇 팀들이 오프시즌에 부딪힐 수 있다는 전망은 항상 있었다. 조상우는 2025년 시즌이 끝나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을 예정이었고, 키움에 조상우를 잡을 만한 여력이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그럴 바에는 FA 자격을 얻기 전 트레이드를 해 실리를 잡는 게 현명한 판단일 수도 있었다.
결국 그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KIA와 키움은 19일 나란히 보도자료를 내고 조상우 트레이드 소식을 알렸다. KIA는 조상우를 얻는 대신 2026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와 4라운드 지명권에 현금 10억 원을 키움에 준다. KIA는 확실한 불펜 카드를 얻었고, 근래 들어 트레이드로 지명권을 적극적으로 확보했던 키움은 그 기조를 이어 가며 2026년 이후의 밑그림을 계속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KIA는 이번 트레이드에 대해 “KIA 타이거즈가 키움 히어로즈와 19일 현금 10억원, 2026년 신인 1라운드, 4라운드 지명권을 내주고 투수 조상우(30)를 영입하는 트레이드를 실시했다”면서 “우투우타인 조상우는 대전고를 졸업하고 지난 2013년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히어로즈에 입단한 뒤 사회복무요원(2022~2023년)으로 군 대체복무를 마치고 올 시즌 복귀했다. 지난 2015년과 2019년 프리미어 12, 2020 도쿄 올림픽 국가대표로 활약하기도 했다. 프로 통산 9시즌 동안 343경기에 출장해 33승 25패 54홀드 88세이브, 평균자책점 3.11을 기록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KIA 관계자는 “현장과 불펜 보강 필요성에 대해 공감해 이번 트레이드를 추진했다. 조상우는 150㎞대의 빠른공과 예리한 슬라이더가 주무기이며, 스플리터, 체인지업, 커브 등 다양한 구종을 겸비하고 있는 검증된 투수이다. 그동안 KBO리그 및 국제대회에서 필승조로 활약한 만큼 향후 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키움도 “이번 트레이드로 구단은 2026년 상위 라운드 지명권을 확보함으로써 팀의 미래를 준비할 수 있게 됐다”면서 “이번 트레이드는 KIA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양 구단 단장은 골든글러브와 단장 회의에서 만나 트레이드에 대해 논의하며 합의점을 찾았다”고 배경을 소개했다.
이어 “키움은 최근 2년 동안 유망하고 재능 있는 젊은 선수들을 다수 확보하며, 팀의 미래를 위한 준비를 착실히 해나가고 있다. 구단은 이 선수들이 도전과 경쟁을 통해 팀의 핵심 전력으로 성장해 나가길 기대하고 있으며,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면서 “한편, 트레이드로 팀을 옮긴 조상우는 2013년 데뷔 이후 9시즌 동안 키움의 마운드를 책임져 온 선수로 KBO리그뿐만 아니라 각종 국제대회에서도 활약하며 국내 정상급 불펜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조상우가 KIA에서 새로운 커리어를 이어 나가길 기원한다”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 경쟁팀 전력 강화에 긴장… KIA는 왜 조상우 빅딜을 추진했나
2024년 시즌 우승을 차지한 KIA는 일단 내부 전력을 그대로 유지하는 게 오프시즌 가장 큰 관건이었다. 샐러리캡도 상당 부분 차 있는 상황에서 외부 FA에 신경을 쓸 수 있는 여건은 아니었다. 일단 내부 전력을 다 지키고, 외국인 라인업에 변화를 꾀해 전력을 유지하고 더 발전시켜 나간다는 방침이었다. 근래 들어 비교적 잘 진행되고 있는 육성에도 신경을 쓰며 두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 계획이 시작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KIA는 올해 팀 내에서 세 명의 FA 선수(장현식·임기영·서건창)가 나왔고, 그중 잔류가 가장 시급한 선수가 바로 장현식이었다. 2020년 트레이드로 KIA에 합류한 장현식은 이후 KIA 불펜의 핵심 선수로 활약했다. 2024년에도 75경기에서 75⅓이닝을 던지며 5승4패16홀드 평균자책점 3.94로 맹활약했다. KIA 불펜의 마당쇠였다. KIA 내부에서는 “밥만 먹이면 언제든지 나가 던진다. 그만큼 성실한 선수”라며 신뢰감이 굉장히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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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는 이 시점부터 불펜 보강을 위해 움직인 것으로 알려졌고, 이범호 감독과 심재학 단장의 논의는 결국 조상우로 번졌다. 게다가 타 팀의 전력 보강이 심상치 않자 2년 연속 우승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출혈을 다소 감수하더라도 보강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FA 시장에서는 대어들이 거의 다 빠져 나간 만큼 결국은 트레이드였다. KIA 관계자는 “올해 우리와 우승 경쟁을 했던 팀들은 플러스 알파를 더하며 전력을 보강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우리도 외국인 선수의 변화만으로는 우승 전력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는 판단을 했다. 그래서 이 부분은 감독님과 단장님이 계속 협의를 했고, 불펜진을 보강하자고 결론을 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시장에 나올 수 있는 선수를 고민한 끝에 조상우를 놓고 다시 키움과 대화를 나눴고, 최근 들어 급물살을 타며 결국 19일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그 과정에서 KIA도 여러 시뮬레이션을 하며 심혈을 기울였다. 우선 현금 10억 원은 큰 문제가 아니었고, 다만 키움이 지명권을 요구한 만큼 이에 대한 분석을 많이 했다는 후문이다.
KIA 관계자는 “만약 우리가 올해 우승을 못했다고 하면 이 트레이드는 하지 않았을 것”이러면서 “스카우트 파트에서 전체 10순위와 40순위에서 어떤 선수를 뽑을 수 있을지 계속 시뮬레이션을 해봤다”면서 즉흥적인 결정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팬분들은 미래에 대한 어떤 부분들에서 아쉬운 점이 분명히 있으실 수도 있다. 하지만 성적도 내야 하는 상황이다. 여러 가지를 많이 고민했다고 보면 될 것 같다”면서 쉽지 않았던 결정임을 시사했다.
트레이드는 성사됐고, 이제 남은 건 조상우의 활약이다. 조상우는 한때 자타가 공인하는 KBO리그 최고 마무리 투수 중 하나였다. 2019년에는 48경기에서 2승4패20세이브8홀드 평균자책점 2.66, 2020년에는 53경기에서 5승3패33세이브 평균자책점 2.15로 대활약했다. 시속 150㎞ 이상의 빠른 공을 앞세워 상대 타자를 윽박질렀다. 하지만 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백이 필요했고, 돌아온 올해는 예전만한 공을 던지지 못했다. 성적과 별개로 예전의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는 게 중론이다. 그만큼 기대치가 큰 선수이기 때문이다.
조상우는 2024년 시즌 44경기에서 39⅔이닝을 던지며 1패6세이브9홀드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했다. 훌륭해 보이는 성적이지만 구속 자체가 입대 전보다 다소 떨어졌고, 부상도 있었다. 시즌 중반 이후 갈수록 나아지는 성적을 보여주기는 했으나 피안타율 자체는 높았다. 여기에 부상이 겹치면서 시즌을 제대로 완주하지 못했다.
다만 예전의 공을 찾기만 한다면 분명 마무리로서도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수다. 현재 KIA는 정해영이라는 확실한 마무리 투수가 있지만, 장현식의 이적으로 셋업맨 한 자리가 비었다. 불펜 구색이 좋은 팀이기는 하나 이 공백이 어떤 결과로 번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있었다. 조상우가 이 자리만 채워준다고 하면 KIA로서는 나름대로 성공적인 트레이드가 될 수 있다.
조상우로서도 반등이 절실한 시점이다. 2025년 시즌을 정상적으로 마치면 FA 자격을 얻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조상우의 활약이 만족스럽다면 KIA가 비FA 다년 계약에 나설 수도 있고, 혹은 FA 시장에 나가 좋은 대우를 받는 것도 가능하다. 개인적인 꿈인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도 아직은 닫히지 않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KIA도 설사 조상우가 FA 자격을 얻어 이적한다고 하면 그 자체가 좋은 활약을 했기에 가능한 것이고, 그렇다면 보상 등급이 높아 받을 수 있는 보상 선수나 보상금을 고려하면 현재 투자가 나쁘지 않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결국 모든 건 조상우가 하기 나름에 달린 것이다.
반대로 키움은 지명권 확보를 계속 이어 간다. 근래 들어 선수를 이적시키며 지명권을 적극적으로 확보하고 있는 키움이다. 그 결과 2024년 신인드래프트와 2025년 신인드래프트에서 각각 총 14명씩을 지명했다. 2026년 신인드래프트에서도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는 키움은 이번에도 지명권 두 장을 확보하면서 실리를 챙겼다. 스카우트에 총력을 다하는 키움이 특히 10순위 지명권으로 충분히 좋은 선수를 챙겨올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10억 원이라는 금액도 적은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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