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손흥민이 코너킥을 직접 골로 연결하는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하며 소속팀 토트넘(잉글랜드)울 리그컵(카라바오컵) 준결승에 올려놓았다.

토트넘은 20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의 2024-2025 카라바오컵 8강전에서 4-3 진땀승을 거뒀다.

직전 라운드에서 프리미어리그 4연패 달성했던 맨체스터 시티를 물리미쳐 큰 고비를 넘은 토트넘은 전통의 강호 맨유까지 누르면서 4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준결승엔 토트넘 외에 뉴캐슬 유나이티드, 리버풀, 아스널이 올랐으며 추첨을 통해 대진이 결정됐다. 토트넘은 리버풀과 격돌하고, 뉴캐슬과 아스널이 붙는다.

토트넘은 1월6일 홈에서 리버풀을 만난다. 2월3일 원정 경기를 치른다. 리그컵은 준결승만 홈앤드어웨이로 열린다.

이날 승리로 토트넘은 2007-2008시즌 리그컵(당시 칼링컵) 우승 이후 17년 만의 챔피언 탈환에 힘을 냈다. 토트넘은 프리미어리그에서 빅클럽으로 불릴 만큼 성장했고, 6만명을 수용하는 최신식 대형 구장도 갖췄으나 공식 대회 우승이 적어 항상 논란이 되고 있다. 손흥민도 "이번 시즌엔 우승을 한 번 하고 싶다"며 트로피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치는 중이다. 이제 두 계단만 더 오르면 공식대회 정상 등극이 가능하게 됐다.

'캡틴' 손흥민은 4-2-3-1 전술로 나선 토트넘의 왼쪽 날개로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뛰면서 후반 43분 결승골을 책임지며 팀 승리에 큰 힘을 보탰다.



토트넘은 프레이저 포스터(골키퍼), 제드 스펜스, 아치 그레이, 라두 드라구신, 페드로 포로, 이브 비수마, 파페 마타르 사르, 손흥민, 제임스 매디슨, 데얀 쿨루세브스키, 도미니크 솔란케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다.

맨유는 알타이 바인드르(골키퍼), 리산드로 마르티네스, 빅토르 린델뢰프, 레니 요로, 디오고 달로, 마누엘 우가르테, 크리스티안 에릭센, 누사이르 마즈라위, 브루누 페르난데스, 안토니, 라스무스 회이룬을 투입했으며 3-4-2-1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직전 경기였던 프리미어리그 사우샘프턴전에서 1골 2도움을 전반전 45분간 기록하고는 후반 시작하자마자 교체아웃되며 체력을 비축한 손흥민은 전반전부터 팀 공격의 핵심 역할을 맡았다.

전반 13분 페널티지역 왼쪽 부근에서 시도한 오른발 슈팅이 크로스바를 살짝 넘어 아쉬움을 드러낸 손흥민은 후반 15분 솔란케 선제 득점의 발판 역할을 했다.



맨유 진영 페널티지역 왼쪽 앞에서 얻어낸 프리킥 상황에서 볼을 이어받은 손흥민이 뒤쪽으로 볼을 흘렸다. 이후 오른발이 강한 페드로 포로가 통렬한 오른발 중거리 슛을 시도했다.

포로의 발끝을 떠난 볼을 원정팀 골키퍼 바인드르가 쳐낸 뒤 흘러나오자 전방으로 쇄도한 솔란케가 골 지역 오른쪽 부근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골을 넣었다.

지난달 포르투갈 출신 후벵 아모림 감독을 영입하며 분위기를 바꾼 맨유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전반 22분 달로의 왼쪽 측면 크로스를 과거 토트넘에서 활약했던 에릭센이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왼발 슈팅으로 연결했다. 골대 앞으로 나아간 토트넘의 수비수 이브 비수마의 육탄 방어에 막혀 땅을 쳤다.

실점 위기를 넘긴 토트넘은 다시 공세를 강화하며 맞불 작전으로 나섰다. 전반 26분 페널티지역 왼쪽 부근에서 쿨루세브스키가 때린 왼발 슈팅이 바인드르에 역시 막히면서 추가 득점에 실패했다.



전반을 1-0으로 마친 토트넘은 후반 초반 2골을 더 넣으며 완승을 거두는 듯 했다.

후반 2분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매디슨이 집어넣은 컷백 패스가 맨유 선수 발을 맞고 흐르자 쿨루세브스키가 왼발로 차 넣어 2-0을 만들었다. 매디슨에게 볼을 넣은 공격수가 바로 손흥민으로, 다시 한 번 득점포의 기점 역할을 했다.

토트넘은 3-0까지 달아났다. 후반 9분 스펜스의 긴 패스를 솔란케가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잡은 뒤 맨유 선수 둘을 제치고 오른발 슛을 날려 원정팀 골망을 출렁였다.

하지만 토트넘은 골키퍼의 잇단 실수에 발목을 잡혔다.

토트넘은 후반 18분 빌드업을 할 때 골키퍼 포스터의 패스가 상대 공격수의 압박에 차단당했다. 페르난데스가 골지역 왼쪽에서 반대편에 있던 죠수아 지르크지에게 추격골을 내줘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추가 실점도 골키퍼의 안일한 플레이가 빌미가 됐다.

후반 25분 백패스를 받은 포스터에게 연결되자 역시 교체로 들어간 아마드 디알로가 쇄도하며 태클을 시도했다. 포스터가 급하게 차낸 볼이 디알로의 발에 맞고 굴절되며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순식간에 3-2로 쫓기는 신세가 된 토트넘은 위태로운 상황에서 손흥민의 환상적인 득점포가 터지며 한숨을 돌리고 승기를 잡았다. 토트넘 홋스퍼 6만 관중도 일제히 일어나 감탄한 엄청난 골이었다.

후반 43분 손흥민의 오른발 코너킥이 그대로 빨려들어간 것이다. 그야말로 환상적인 골이었다. 맨유는 문전 혼전 중 토트넘 선수들이 수비 방해했다며 항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맨유 수비수 조니 에반스가 후반 추가시간 코너킥 찬스에서 만회골을 넣었으나 승리는 토트넘의 것이 됐다. 손흥민의 코너킥은 결승포가 됐다.

축구통계매체 풋몹에 따르면 손흥민의 코너킥 골은 들어갈 확률이 0.01%에 불과한, 기대득점(xG) 0.01의 엄청난 골이었다.

손흥민은 이번 득점으로 이번 시즌 7호골(정규리그 5골 포함)을 터뜨렸다.

경기가 끝난 뒤 소파스코어는 손흥민에게 팀 내 네 번째로 높은 평점 7.2를 줬고, 풋몹은 팀 내 세 번째인 평점 7.9를 매겼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