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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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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사령탑 잡음·잇단 패배 굴욕… 체육계는 ‘비리 소용돌이’ 속으로 [2024 한국스포츠 희로애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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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성원 저버린 협회들

축구협, 절차 어기며 홍명보 선임

아시안컵 고배… 성난 여론에 기름

문체부 “절차 지켜 다시 선임” 주문

정몽규 회장 4선 도전 ‘야욕’ 눈총

안세영 폭로에 배드민턴協 도마

김택규 회장 횡령·갑질 등 탄로나

체육회 관련 비리 제보도 쏟아져

‘직무정지’ 이기흥, 3선 출마 강행

2024년 한국 축구는 팬들에게 기쁨보다 분노를 안겨준 해였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 카타르 아시안컵과 2024 파리 올림픽 등 함께 웃을 기회가 있었지만 한국 축구는 큰 기대와 응원에 찬물을 끼얹었다.

연초에는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이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멤버로 팀을 꾸려 2023 아시안컵에 나섰다. 한국은 아시아 수비수 최초로 발롱도르 후보에 오른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를 비롯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을 차지했던 손흥민(토트넘), 또 축구천재로 기대를 모았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을 비롯해 수많은 유럽파를 앞세워 대회 정상을 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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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국은 4강에서 탈락했다. 조별에선에서 대표팀 발목을 잡았던 요르단에게 다시 한 번 지면서다. 원팀도 흔들렸다. 손흥민은 이강인과 물리적 충돌을 일으켜 손가락이 부러졌다. ‘성적만 내면 그만’이라며 해외에 체류하며 재택근무를 고집했던 클린스만 전 감독도 결국 경질됐다. 클린스만 전 감독은 아시안컵이 끝난 뒤 열린 마지막 회의도 온라인으로 참여했고, 경질도 재택근무 중 통보받았다.

시작에 불과했다. 대표팀 사령탑을 구하지도 못했던 한국 축구대표팀은 임시 체제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을 치렀다. 파리 올림픽을 준비하던 황선홍 23세 이하(U-23) 대표팀 전 감독이 임시로 A대표팀을 맡게 됐다. 올림픽 준비에 집중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에도 당시 정해성 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 위원장은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책임지겠다”고 강조했다. 결국 U-23 대표팀은 2024 파리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지 못하는 충격적인 결과를 받아들었다. 한국 축구가 올림픽에 나가지 못한 건 1984년 로스앤젤레스(LA) 월드컵 이후 40년 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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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 사령탑 자리는 2014 남아공 월드컵 실패 원흉이던 홍명보 전 울산 HD 감독에게 돌아갔다. 울산을 이끌던 홍 감독은 대표팀 사령탑 하마평에 “울산을 떠날 일 없다”고 약속했지만 제안을 받고 곧바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수많은 외국 명장이 한국축구대표팀 자리를 위해 열정을 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선택이었다. 문제는 이후 드러났다. 감독 선임 권한이 없던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이사가 홍 감독에게 특혜를 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 모든 걸 관리하고 책임져야 할 정몽규 축구협회장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불려가 사과하면서도 “여기서 멈추는 건 모든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며 4선 도전에 나섰다. 홍 감독 역시 “축구대표팀을 강하게 만들기 위해 나는 나를 버렸다”며 “끝까지 봉사하겠다”고 말했다. 홍 감독 연봉은 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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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뿐 아니라 한국 체육계의 병폐는 여러 곳에서 드러났다. 대한배드민턴협회는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딴 안세영(삼성생명) 한마디에 쑥대밭이 됐다. 안세영이 우승 직후 기쁨보다 협회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풀어내면서 온갖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배드민턴협회는 스폰서십 30%를 페이백 형태로 돌려받아 이를 임의로 처리했다. 김택규 배드민턴협회장 갑질도 문제가 됐다. 여기에 지도자에게 선수는 복종해야 한다는 규정이나 정해진 물품만 사용해 국제대회에 나서야 하는 등 각종 불합리한 제도 등도 도마 위에 올랐다.

대한체육회도 마찬가지였다. 기획재정부는 국가대표선수촌 시설 관리 용역 계약 추진 과정에서 대한체육회에 문제가 있었다며 이를 문화체육관광부에 전달했다. 상황을 파악한 문체부는 이를 검찰에 넘겼다. 이를 시작으로 체육회에 대한 국민적 불신은 늘었고 관련 비리 제보 역시 쏟아지기 시작했다.

문체부는 2024 파리 올림픽 이후 유인촌 장관 지시에 따라 조사단을 꾸려 체육계 문제를 훑어봤다. 문체부는 축구협회가 자격증이 없는 지도자를 국가대표 코치에 앉히는 등 각종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홍 감독 선임 절차를 다시 밟으라고 지시했다. 김택규 배드민턴협회장에게 스폰서십 페이백은 횡령과 배임으로 처벌받을 수 있는 사안이라며 이를 수사의뢰한 상태다. 대한체육회는 국무조정실 공직복무점검단 조사를 받았다. 점검단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등 8명에 대해 부정채용, 금품수수,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수사를 의뢰했다. 문체부는 이 회장 직무를 정지시켰고, 감사원은 특별감사에 나섰다. 이런 체육계 병폐의 핵심에 있었던 정몽규 축구협회장과 이기흥 체육회장은 논란을 무릅쓰고 각각 4선과 3선 도전에 나서 빈축을 사고 있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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