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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커피 한 잔을 내려 졸음을 정열시키고 있을 때 한통의 문자가 왔다. "국장님! 세월 참 빠르네요. 올 한 해 감사했습니다."
아주 짧은 메시지였지만 올해 얼마나 빠르게 시간이 흘렀는지를 방증시켰다. 연락을 해 온 A와 지난 4월 중순 벚꽃이 꽃비처럼 내리던 골프장에서 올해 최고의 라운드가 된 것 같다고 한 말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빠른 8개월의 시간이 지나감에 씁쓸함도 감출 수 없었다.
문득 많은 골퍼에게 묻고 싶다. 올해 1년 동안 다녀온 골프장 중에서 제일 좋았던 골프장은 어느 곳인지, 반면에 제일 안 좋았던 골프장은 또 어디인지를 말이다. 필자는 매년 항상 한 해 동안 좋았던 골프장과 안 좋았던 골프장을 스스로 선정하는 버릇이 있다. A에게 올해 최고 좋았던 골프장이 그 봄날 라운드 했던 골프장이었냐고 묻고 싶었지만 강요와 원했던 답이 아닐까봐서 참았다.
필자는 올해 다녀온 골프장 중에서 가장 좋았던 곳을 뽑으라면 단연코 경북 경주시 감포읍에 있는 감포 골프장이다. 이름도 낯설고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곳이어서 사실 그리 관심조차 없었다. 그러다 올해 봄 골프관련 지인 박세하 대표가 감포골프장을 추천했다. 거리가 멀어 언젠가 기회가 되면 가보겠다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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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우연치 않게 가수 장민호가 경주 공연을 갔다가 잠깐 시간이 돼서 감포 골프장을 가 봤는데 "너무 좋았다. 외국에 온 줄 알았다"고 해 내 마음속에 저장하기로 했다. 그리고는 가을에 울산과 경주에 사는 지인 부부 모임이 있어 감포CC를 예약했다.
아직 수도권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 큰 기대 없이 골프장으로 갔다. 코스에 나가 동해바다 앞에 펼쳐지는 홀과 홀 사이로 파도를 보는 순간 왜 풍경에 압도되는지를 알 것 같았다. 첫 홀부터 시선을 떼지 못하고 국내에도 이런 숨어있는 '풍경 맛집'이 있음에 감탄했다.
18홀 내내 피톤치드 가득한 소나무를 배경으로 부서지는 하얀 포말을 감상하며 라운드 했던 잔상이 마치 영화 속의 영상처럼 머릿속에서 찰랑 거렸다. 그리고 왜 좋았을까를 생각해 봤다. 수도권처럼 화려하고 빼어난 디자인과 시설, 서비스가 최상인 곳도 아니다. 돌아와 생각해보니 내 마음을 가장 많이 흔들어 놓은 것은 자연 그대로의 '순수함' 때문이었다.
감포CC를 다녀 온 이후 한 동안 무엇에 홀린 듯 웃음과 벅차오르는 행복이 느껴졌다. 요슈타인 가이더가 말한 "행복이란 하늘이 푸르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것만큼이나 단순하지 않을까?"라는 말이 떠올랐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린 너무 시간에 쫒기고 지나치게 상술에 포위돼 있다. 다시 말해 있는 그대로의 순수와 자연감을 잃고 산다. 감포CC의 '바람(風),색(色),향기(香氣), 포말(泡沫)'이 골프장을 아름답게 그리고 나를 행복하게 해준 요소이었던 것을 이번 여행을 통해서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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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인간은 여행을 떠나 지금의 내 삶과 비교하고 부딪쳐 봐야 한다. 그냥 머물면 고인 물은 썩고, 쇠는 녹슬어 쓸모가 없게 된다. 인생도 그 자리에 머물면 우물 안 개구리가 되고 또 행복한지를 느낄 수 없다. 그래서 인간은 늘 떠나고자 했고 떠나서 새로 정착하는 이도, 또 다시 돌아와 더 열심히 사는 부류로 갈라져 지금의 인류를 진화시켰다. 그것이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이고 한국, 일본, 중국, 미국이 됐다.
올해 나에게 좋았던 골프장과 나빴던 골프장을 생각해 보는 것도 내 골프를 재밌게 즐기는 방법 중의 하나이다. 왜 좋았는지 그리고 왜 나빴는지를 생각하면 내겐 골프의 즐거움이, 골프장은 변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굳이 올해 가장 안 좋았던 골프장을 기억한다면 '5:5의 잔디와 맨땅의 코스', '기후 탓만 하는 직원과 임원', '캐디와 프런트의 기계적인 말투와 행동' 등 정말 생각하고 싶지 않은 B골프장이다.
좋았던 골프장, 나빴던 골프장을 하나씩 선정해 그 이유와 함께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골프장에겐 엄청난 변화를 통해 '나비효과'가 될 것이다. 그리고 개인에게는 이것이 쌓이다보면 인생 골프의 '베스트'와 '워스트'의 좋은 추억과 자료가 되지 않을까 싶다.
글, 이종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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