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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2 (목)

[매경GOLF 김기정 편집장이 만난 사람] “골프 잘 치는 사람이 사업도 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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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할 때는 ‘F’성향 레슨 명장 고덕호 프로
골프 레슨에서 가장 중요 포인트는 ‘공감 능력’
“스크린골프를 갔는데 자기 공을 꺼내 친다면, 스크린을 좀 아는 분입니다.”

지난 연말 서울 중구 충무로에 있는 골프존파크 충무로 솔라고점. 골프존 닉네임 ‘분당 고덕호’ 프로와 ‘대구 이용희 프로’의 대결이 한창이다. 이날 고덕호 프로는 골프존 전국 랭킹 1위를 차지한 이용희 프로를 초청, 자신의 유튜브 방송을 녹화하고 있었다.

이 프로는 “스크린에서 골프를 칠 때 100m 안에서 웨지를 쳐보면 필드보다 덜 나간다. 연습장 볼이 개인 볼보다 가볍기 때문이다. 100m 안에서 웨지샷은 개인 볼을 쓰는 게 좋다”라고 설명했다.

스크린에 파3, 160m 코스가 나왔다. 고 프로가 5번 채와 6번 채 사이에서 고민을 하자 이 프로가 나섰다. “파3에서 아이언으로 티샷을 하더라도 드라이버 모드로 놓고 치면 스핀량이 줄어 더 멀리 갑니다. 앞에 해저드나 벙커가 있을 때 도움이 됩니다.”

고덕호 프로는 스크린골프에 익숙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모르는 건 모른다’고 말하는 스타일이다.

고 프로는 1월 말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리는 ‘PGA쇼’에 참석, 골프와 관련한 다양한 수업을 들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잘 가르치기 위해서는 더 많이 배워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다음은 고덕호 프로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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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4남 2녀 막내아들이었다. 부모님이 공부하라는 강요가 없었다. 운동을 많이 하게 됐다. 초등학교 때는 축구부, 야구부 활동을 했다. 1월생이라 소위 ‘빠른’이다. 어렸을 때 한 살 많은 아이들과 경쟁하려니 힘들었다. 중2 때 야구를 그만뒀다. 아버지가 골프광이라 골프를 해보라고 하더라. 6개월 배웠는데 재미가 없었다. 군대 제대하고 미국 유학을 갔다. 순수하게 학비를 벌기 위해 골프를 시작했다. 학교 골프팀에서 학비를 지원해줬다. 1년 반 열심히 연습해 74타를 치고 사우스플로리다대학(USF) 골프팀에 들어갔다.

투어 프로 도전은 안 했나. 처음에는 골프가 너무 쉬웠다. 투어 프로까지 쉽게 갈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한계가 있더라. 부상도 있고 해서 골프를 그만두게 됐다. 결혼하고 미국에 정착해 살려다 보니 의류 장사도 했다. 하지만 골프가 내 천직이다 싶어 다시 골프채를 잡았다. 제자를 키우면서 지금은 대리만족한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대리만족’ 순간은. 내가 못 간 PGA투어를 배상문 선수가 진출했을 때 너무 기뻤다. 제자 중에 박준원 프로가 매경오픈에서 우승했을 때 ‘대리만족’의 정점을 찍었다.

매경오픈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고 하더라. 미국서 활동하면서 매경오픈에 출전했었다. 94년인지, 95년에 미국 아마추어 대회 우승자 자격으로 출전했다. 결과적으로는 ‘망신’을 당했다. 플로리다 평지에서만 치다가 한국의 산악 코스가 생소했다. 홀에 그린이 2개 있는 것도 낯설었다. 그린과 그린 사이로만 치게 되더라. 매경오픈서 “다음은 미주 아마추어 대표, 고덕호”라는 멘트가 지금도 기억난다. 그때 얼마나 심장이 떨렸는지 지금도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남서울에 가면 아직도 언더파가 잘 안 나온다.

골프 스윙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무엇인가. 팔로만 클럽을 휘두르기보다는 팔과 몸을 잘 연결하고 몸을 잘 써야 한다. 그래야 일관성 있는 스윙을 유지할 수 있다. 디테일한 작은 움직임에 신경 쓰기보다는 그립, 자세, 정렬 등 기본기를 잘 익히고 어깨, 골반 등 큰 근육을 잘 움직이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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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골프를 시작하는 사람을 위한 조언은. 프로처럼 완벽한 스윙을 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본인의 체형에 맞는 스윙을 잘 익혀야 한다. 처음 6개월에서 1년 정도만 레슨을 통해 스윙을 잘 익히면 앞으로 수십 년 편하게 골프를 즐길 수 있다.

반대로 골프 레슨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상대방의 입장에서 설명해야 하는 ‘공감 능력’이다. 선수들에게 하는 조언, 상급자에게 하는 조언이 초보자들은 이해가 안 된다. 머리로는 이해가 돼도 몸이 안 따른다. 눈높이를 잘 맞춰야 한다.

레슨 프로들에게는 무엇을 가르치나. 프로들에게 교육 세미나를 할 때도 항상 강조하는 것은 본인이 원하는 스윙을 가르치기보다는 학생 개개인에게 필요한 스윙을 가르쳐 줘야 한다는 점이다. 사람마다 체형이나 유연성 등 한계가 있기 때문에 프로 본인이 알고 있는 이상적인 스윙을 강요하기보다는 학생이 편하게 일관성 있게 할 수 있는 스윙을 가르쳐 주는 것이 중요하다.

MBTI에서 공감 능력이 뛰어난 ‘F’가 골프도 잘 가르칠 것 같다. 나의 레슨 철학은 ‘이해하는 골프’다. 주입식 레슨보다는 학생의 입장에서 가장 알아듣기 쉽게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려고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지금은 선수 지도보다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아카데미를 운영한다. 또 티칭 프로를 양성해 일반인에게 양질의 골프 레슨을 제공하려고 한다. 한국에는 제대로 된 레슨기관이 많지 않다. 좋은 티칭 프로를 양성하는 게 목표다. GO PGA 아카데미를 압구정동 극동스포츠와 수원 스타필드 내 콩코드스포츠센터에서 운영 중이다. 스포츠센터 소유주는 따로 있고 원장으로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스포츠센터 사업에는 관심이 없나. 연습장을 소유까지 하면 아무래도 돈을 버는 데 집중하게 된다. 내가 하고 싶은 건 프리하게 방송활동이나 레슨을 하는 것이다. 스포츠센터 운영과는 영역이 다르다. 사업에는 큰 욕심이 없다. 사업을 하면 돈을 좇게 된다. 골프가 직업이지만 골프는 좋아서 하는 것이다. 골프가 일이 되면 인생의 큰 즐거움이 없어질 것 같다. 그래도 고덕호가 한국에 들어와 한국 골프가 많이 업그레이드됐다는 얘기를 들을 때 자부심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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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는 자주 나가나. 1년에 100라운드 이상 골프를 친다. 친구들, 또는 친한 후배들과도 내 돈 내고 친다. 거마비도 없다. 물론 필드 레슨은 당연히 돈을 받는다.

함께 골프를 치는 지인들은 누구인가. 태광, 남서울 등 클럽의 챔피언들이다. 이들은 세미 프로 정도의 실력이다. 함께 쳐보면 내가 월등히 잘 친다는 생각이 안 든다.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한다. 지인들과의 라운드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다. 지인들과 골프를 치는 게 휴식이고 낙이다. 6일 일을 하니 매일 골프를 치는 셈이다.

클럽 챔피언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그들이 골프를 잘 치는 이유는 무엇인가. 클럽 챔피언들은 물론 노력을 많이 했다. ‘골프 싱글을 치려면 집을 팔고, 가정에 불화가 생기고 언더파를 치면 사업이 망한다’는 말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편협한 시각이다. 골프 잘 치는 사람들 보면 머리가 좋다. 순간순간 판단이 정확하다. 재기가 있다. 사업도 잘한다. 무데뽀로 골프를 덤비는 사람이 가사 탕진한다. 골프를 잘 치는 사람은 위기관리 능력이 뛰어나고 멘털도 강하다. 시간 관리와 사업 수위 조절도 잘한다.

팬들은 고덕호 프로의 사생활도 관심사다. 사람들은 방송 이미지를 보고 나를 만난다. 팬들을 만나면 “프로님 같은 남편 만나고 싶다. 자상하고 따뜻한 사람 만나고 싶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사생활에선 자상하기보다는 고집도 있고, 직설적이다. 얘기하고 나서 후회할 때도 많다. 방송에서 보이는 이미지가 100% 나는 아닌 것 같아서 반성하고 있다.

직업과 사생활이 구분된 것 같다. 정작 잘해야 할 사람은 식구들인데 바뀌었다. 자식들에게 엄한 아버지다. 가부장적인 아버지에게 배운 것 같다. 아버지가 가부장적인 함경도 분이다. 밖에서는 자상하고 인품이 좋았지만 집에서는 훈장 선생님 같았다. 나도 고치려고 노력한다. 이 얘기는 꼭 써달라.(웃음)

레슨 프로로서 가장 보람된 경험은. 당연히 제자들의 우승 순간이었다. 특히 생애 첫 우승자들을 많이 배출 해낸 점이 보람이다. 이미 우승 경험이 있던 선수가 슬럼프를 겪다 다시 우승하는 것보다 첫 우승을 일궈내는 것이 백배는 더 어렵다. 그런 면에서 서희경, 홍란, 맹동섭, 이태희, 박준원, 고진영 등 투어 무대에서 첫 승리를 일궈내고 스타로 발돋움한 선수들이 무수히 많았다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다.

골프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 골프의 기본 정신에 충실하자는 것이다. 골프의 기본 정신은 ‘As you find it, as it lies’다. 골프볼이 놓여 있는 라이 그대로 쳐야 한다는 것이다. 골프장 잔디 컨디션이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다. 그것에 대해 불평하거나 볼을 옮기기보다는 그대로 치는 거다. 디봇이 많을 수 있고, 공의 라이가 안 좋을 수 있다. 골프는 룰과 에티켓이 붙어 다닌다. 도저히 볼을 칠 수 없는 상황이 있다. 돌 위, 나무 뒤에, 깊은 러프에 빠졌을 때는 한 벌타를 먹고 옮겨서 치면 된다. 이런 골프 규칙을 잘 지키면서 쳐야 골프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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