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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5 (일)

"인천 야구에 '근성' 심고파" 야인생활 12년→낯선 현장…'악바리' 박정태의 출사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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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참여한 추신수와 박정태 당시 롯데 코치. 스포츠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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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태 SSG 2군 감독. 사진제공=SSG 랜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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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신인 시절 박정태. 스포츠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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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SSG(랜더스) 구단의 생각과 내 야구 철학이 통하는 면이 있다. 근성 있는 모습에 좋은 점수를 주신 것 같다."

독특한 타격폼, 밝은 미소, 이를 악문채 전쟁터마냥 야구에 임하는 자세, 31경기 연속 안타(단일 시즌 KBO 최고 기록)의 주인공.

그 가슴엔 언제나 '롯데'가 있었다. 거인 아닌 박정태, 부산갈매기 아닌 연안부두라니 아직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박정태 스스로도 마찬가지다. SSG 랜더스는 을사년 새해를 앞두고 박정태 전 해설위원을 퓨처스(2군) 사령탑으로 선임한다고 밝혔다.

평생 부산에서 야구를 했고, 코치와 해설위원으로도 부산을 벗어나본 적 없는 그다. 같은 항구도시 말고는 공통점도 없어보이는 SSG와 어떻게 연이 닿은 걸까.

박정태 SSG 퓨처스 감독은 "2023~2024년에 SSG 2군에 강연을 나간 적이 있다. 프로의 마음가짐이나 내 야구 철학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아마 구단 수뇌부에서 그걸 관심있게 지켜보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장 집 구하는 것부터 문제다. 인천에 아는 사람도 별로 없고, 지리도 잘 모른다"라며 웃었다.

2012년 롯데 타격코치 이후 해설위원을 제외하면 프로야구 현장을 오랫동안 떠나 있었다. 그동안 어떤 일을 하며 지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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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시절 박정태. 스포츠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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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도 했지만, KBO 육성위원도 하고, 아마야구 현장을 꾸준히 지켜봤다. 또 유소년 야구 관련된 일을 많이 했다.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고, 개인적으로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아마 어린 선수들과의 소통 부분에서 점수를 높게 받은 것 같다."

구단 수뇌부와 특별한 인연이 없다. '김재현 SSG 단장의 러브콜을 받으신 건가'라는 말에 "퓨처스 사령탑 선임을 앞두고 굉장히 복잡하고 어려운 절차를 거쳤다. 시간도 많이 걸렸다. 정말 보통 일이 아니구나 생각했다"라고 운을 뗐다,

"김재현 단장님과는 선수 시절에도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고. 은퇴 이후로는 만난 적이 거의 없다"며 손을 내저었다. 이어 "마지막에 (김재섭)대표님, (김재현)단장님 앞에서 최종 면접을 볼때 정말 오랜만에 본 거다. 그런데 너무 공식적인 자리니까, 많이 어색하고 난처했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더욱 퓨처스 사령탑이란 중책을 맡게 된 책임감이 무겁다. SSG 구단은 그만큼 어려운 선택을 내렸다. 이제 박정태가 보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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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시절 박정태. 스포츠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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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솔하게 아는 그대로 말씀드린게 좋은 점수를 받은 것 같다. SSG에서 내 역할은 2군에서 좋은 선수들을 키워내는 것이다. 지금도 좋은 재능을 지닌 선수들이 정말 많더라. 구단이 지금 중요한 분기점에 서있지 않나. 생각이 내 야구 철학과 통하는 부분이 있다. 특히 그라운드에서 근성 있는 플레이를 보여주길 원하시는 것 같다. 선수들과 하나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현역 시절 밝은 미소와 공수에서 탁월한 실력을 지녔지만, 그보다 이를 악물고 뛰는 근성이 더욱 돋보였던 그다. 오죽하면 별명이 '악바리', '탱크'다. 왕조 시절 인천 야구와도 통하는 바가 없지 않다.

"이숭용 1군 감독님께도 전화를 드렸다. 2군은 1군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고, 김재현 단장님과 이숭용 감독님은 회사로 따지면 내 상사 아닌가. 팀이 강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

SSG는 2022년 '와이어 투 와이어(시즌 초반부터 끝까지 1위를 유지하는 것)'로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거머쥐었지만, 이후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에 왕좌를 내줬다.

지난해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레전드 추신수를 구단주 보좌역으로 선임하며 지속가능한 강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추신수와 박정태는 조카와 외삼촌 관계다. 추신수가 야구에 입문한 계기이자 롤모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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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태 SSG 퓨처스 감독은 추신수의 외삼촌이다. 추신수는 그를 보며 야구선수의 꿈을 키웠다. 이제 한 팀에서 같은 곳을 바라보게 됐다. 스포츠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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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추신수 삼촌' 꼬리표를 떼는게 우선이다. 박정태는 조심스러운 속내와 더불어 정성스러운 마음가짐을 거듭 강조했다.

"선임 전까진 (추)신수와는 야구 이야기도 안했다. 결과적으로 삼촌 아닌 야구인으로 인정받은 모습을 보여준 것 같아 기쁘다. 뒤늦게 마음 편히 전화를 했는데, '보좌님'이라고 부르니 깜짝 놀라더라. '우리팀' 이야기를 할때는 신수 또한 내 윗사람이다. 그래도 신수와 함께 일한다 생각하니 가슴 벅차고 기쁘다. 이런 기회가 올거란 생각도 못했다."

그래도 천생 야구인이다. 너털웃음 속에 야구 현장에 돌아온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아직도 실감이 안난다. 축하전화 받고, 새해인사 하면서 조금씩 현실이구나 생각이 드는 것 같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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