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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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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최형우의 후배 사랑 “해외 훈련, 내가 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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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일본 오키나와에 차릴 ‘미니 캠프’에 한화 후배 투수들과 동행하는 류현진. [사진 한화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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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류현진(37)이 2025년 새해에도 일본 오키나와에 ‘미니 캠프’를 차린다. ‘개인’ 훈련이지만 ‘나 홀로’ 훈련은 아니다. 이번에도 소속팀 한화의 후배 투수들이 동행한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한 2013년부터 매년 1월이면 오키나와에서 개인 훈련을 진행했다. 연말인 12월에 서울의 54K스포츠 야구전문센터에서 몸을 만들고, 해가 바뀌면 따뜻한 오키나와로 이동해 훈련의 효율성을 높였다. 코로나19로 출입국이 어렵던 시기에만 장소를 제주로 바꿨다. 스프링캠프 출국 전 2~3주 오키나와에 머물면서 컨디셔닝·웨이트 트레이닝·캐치볼 등 기초 훈련에 집중하는 게 그의 루틴이다.

그때마다 류현진은 한화의 후배 투수 2~3명씩을 데리고 갔다. 후배들의 왕복 항공권은 물론, 현지 체류비와 훈련비를 류현진이 개인 돈으로 지불했다. 사적인 인연이 있든 없든 가리지 않았다. 이태양·김민우·김기중·남지민 등 한화의 주축 투수들이 과거 류현진의 미니 캠프를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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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와 마찬가지로 체류비와 훈련비 전액은 류현진이 부담한다. [사진 이태양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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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이 한화로 복귀하고 맞이하는 첫 비시즌인 2025년 1월에도 ‘전통’은 이어진다. 이번에는 ‘고정 파트너’인 장민재(34) 외에, 장지수(24)와 황준서(19)가 류현진과 함께 떠난다. 그 덕분에 비활동기간인 1월을 다른 누구보다 알차게 보낼 수 있다.

장민재는 류현진과 거의 매년 미니 캠프를 함께한 그야말로 ‘붙박이 멤버’다. 류현진이 MLB에서 뛰는 동안, 한화의 후배 투수들을 추천해 기회를 함께 나누게 한 주역이다. 류현진을 만나본 적 없던 후배들도 장민재 소개로 값진 시간을 보냈다. 장민재 본인도 미니 캠프의 수혜자다. 2016년에는 오키나와에서 류현진에게 배운 커브 그립을 시즌 내내 쏠쏠히 써먹었다.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

장민재는 “현진이 형이 훈련 도중 옆에서 ‘이거 이렇게 한 번 해봐’라고 툭툭 한 마디씩 던질 때가 있는데, 그게 우리 같은 후배들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며 “피칭과 직접 관련 있는 전문적 조언보다는 운동하는 습관, 기본적인 몸 관리와 등판 준비, 야구를 대하는 자세 등에 관해 얘기를 많이 해준다”고 했다.

뛰어난 선배는 그저 곁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후배의 훌륭한 교과서가 된다. 한국 야구 최고 투수인 류현진도 그렇다. 2020년 미니 캠프에 동행했던 전 한화 투수 김진영은 당시 “그때 경험은 그냥 ‘내게 도움이 됐다’의 차원을 넘어섰다”며 “그렇게 뛰어난 선수와 그렇게 좋은 환경에서 그렇게 중요한 시기에 함께 운동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고 좋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번에 동행하는 후배 투수들도 같은 마음으로 오키나와행을 준비한다. 특히 왼손 투수 황준서는 한화가 올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지명한 특급 유망주다. 고교야구 최고 투수라서 구단과 팬의 기대가 컸다. 하지만 프로 데뷔 시즌인 올해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롤러코스터를 타듯 상승과 하강을 반복한 한 해를 보냈다. 남다른 각오로 두 번째 시즌을 준비하는 황준서에게 류현진은 천군만마 같은 존재다. 류현진 같은 대선배 곁에서 훈련의 집중도를 높이고 노하우를 흡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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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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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돈을 들여 후배들의 개인 훈련을 돕는 선배는 류현진 말고 또 있다. 올해 한국시리즈 우승팀 KIA 타이거즈의 베테랑 외야수 최형우(41)다. 최형우는 새해 첫 달 개인 훈련을 위해 괌으로 향한다. 괌은 최형우가 삼성 라이온즈 시절부터 선호했던 개인 훈련지. 팀 후배인 외야수 최원준과 이우성이 최형우와 함께 떠난다. KIA에서 뛰다 지난해 삼성으로 이적한 내야수 류지혁도 합류한다. 후배 셋의 체류비와 훈련비는 모두 최형우가 낸다.

최형우는 불혹을 넘긴 올 시즌에도 중심타자로 활약하며 KIA의 통합 우승에 힘을 보탰다. 역대 최고령(40세 11개월 27일)으로 지명타자 부문 골든글러브도 수상했다. 철저한 몸 관리로 부상 없이 롱런하는 최형우는 후배들의 귀감이다. 그런데도 그는 “내가 개인적으로 운동하러 가는데 후배들이 오히려 도움을 주는 거다. 내가 (후배들을 위해) 돈을 내는 건 당연하다”고 몸을 낮췄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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