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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오랜 기간 자리가 비어 SSG 팬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던 퓨처스팀(2군) 감독으로 박정태(55) 전 롯데 코치가 낙점됐다. 두 달 동안 구단 내부에서도 우여곡절이 많았던 가운데, 장고 끝의 선택이 어떤 결과로 돌아올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SSG는 31일 퓨처스팀(2군) 코칭스태프를 확정해 발표했다. 이숭용 감독 체제를 재신임하기로 한 SSG는 경헌호 투수코치를 영입하고 2024년 퓨처스팀 감독으로 활약했던 손시헌 감독을 1군 코칭스태프에 합류시키는 등 1군 코칭스태프는 이미 조각을 완료할 상황이었다. 2군도 이명기 나경민 코치를 새로 영입하는 등 코칭스태프를 꾸준히 갖춰나갔다. 그런데 정작 2군을 이끌 감독이 선임되지 않아 의아함을 자아냈다.
사실 구단의 당초 계획대로 흘러갔다면 이렇게 오래 절차가 진행되지도 않았을 사안이었다. 하지만 그 계획이 여러 여건에 엎어지고 좌초하면서 두 달 넘게 선임 절차가 이어진 것이다. 외부에서 보는 이들도 답담함을 느낄 수밖에 없을 정도의 시간이었다. 시작은 손시헌 퓨처스팀 감독의 1군행이었다. 올해 퓨처스팀을 이끌며 나름대로 좋은 평가를 받았던 손시헌 2군 감독은 이숭용 1군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이숭용 감독이 수비 강화를 위해 직접 요청했고, 시즌이 끝난 뒤 얼마 되지 않아 1군 코칭스태프 합류가 확정됐다. SSG는 그 시점부터 손 감독을 대체할 인사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후보는 여러 명이 있었다. 박정태 신임 퓨처스팀 감독 또한 후보 중 하나였지만 사실 유력한 후보는 아니었다. 오히려 가장 유력한 후보는 따로 있었다. 수도권 A구단의 코치, 그리고 지방 B구단의 코치가 신임 퓨처스팀 감독으로 물망에 올랐다. 이들은 해당 팀에서 나름대로의 역량을 인정받은 코치들이었고, 상대적으로 젊은 축에 속해 다른 구단에서도 탐을 내는 지도자들이었다.
계약 기간이 남아 있기는 했지만 현재 보직보다는 퓨처스팀 감독이 더 높은 자리였고, 보통 ‘영전’을 위한 이적이면 원 소속 구단도 대승적인 차원에서 풀어주는 경우가 많다. 이에 SSG는 특정 지도자와 선임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루머도 파다하게 퍼졌다.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였다. 여기서 끝났다면 아마도 11월에 모든 절차가 마무리됐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암초를 만났다. 한 관계자는 “실행위원회(KBO 단장들이 실무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계약 기간이 남아있는 코치들은 빼가지 않는 쪽으로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무산 배경을 추측했다. 결국 SSG는 이 분위기를 무시할 수 없었고, 두 지도자의 가능성도 자연히 사라졌다.
이 와중에 김재섭 대표이사가 새로 취임했고, 구단 업무를 꼼꼼하게 챙기는 김 대표이사는 선임 1·2순위 후보와 계약이 모두 무산된 만큼 퓨처스팀 감독 선임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게 옳다고 봤다. 외국인 감독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고, 총괄 코치 체제로의 전환도 검토했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이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 실제 근래 들어 외국인 코치들을 대거 영입해 2군을 구성하기도 했고, 총괄 코치 체제도 시험해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컸다는 게 구단 내부의 평가였다.
한편으로 육성을 책임져야 하는 2군 감독은 선수 지도 경험이 풍부한 인사가 맡아야 한다는 의견도 고개를 들었다. 한동안 답보 상태가 이어지다 수면 위로 떠오른 인사가 바로 박정태 신임 감독이었다. 박정태 감독도 당초 퓨처스팀 감독 후보 중 하나로는 있었으나 최우선 순번도 아니었고, 유력 후보도 아니었다. 구단 내부에서는 선임의 여러 가지 부담스러운 요소가 있었던 까닭이다. 내부에서도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와 최초 단계에서 공론화까지 가지는 못한 인사였다.
우선 음주 운전 경력이 있었다는 게 구단으로서는 가장 큰 부담이었다. 보도된 대로 차를 빼다가 음주에 적발된 부분은 있었고, 그 뒤 실랑이도 피해자와 원만하게 합의해 지금은 개인적으로 만날 정도로 큰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도로교통법상 엄밀한 음주 운전이었다. 그 사실이 가장 중요했다. 또한 롯데 색이 너무 강하다는 것 또한 실무자들로서는 부담스러웠다는 후문이다. SSG와 롯데는 유통업계에서 매일 전쟁을 벌이고 있는 라이벌이다. 박정태 감독은 그 롯데에서도 손에 꼽히는 라이벌이고, 지도자 생활도 롯데에서 했으며 최근 아마추어 야구 지도자 경력과 재능 기부 또한 부산·경남 지역에 치중되어 있었다. 말 그대로 SSG와는 별다른 인연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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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군을 오가며 지도자 경력이 나름대로 풍부하기는 했지만, 프로 지도자 경력의 공백 기간이 너무 길다는 것 또한 부담이었다. 음주 사건 이후 프로에서는 지도자 경력이 끊겼다. 이런 종합적인 이유로 선임 작업 초기에는 후순위로 밀렸던 것이다. 몇 년 전부터 퓨처스팀 감독 후보로 올라왔지만 계속해서 고배를 마셨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가지고 있는 능력을 떠나 주위 배경이 너무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선임 과정이 길어지고 최우선 순위 대상자들이 결국 무산되면서 박정태 감독에 대한 정교한 검증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박정태 감독은 최근 2년간 퓨처스팀에서 교육을 한 적이 있다. 1년에 한 차례씩 교육을 하며 프로 선수가 사회적으로 책임을 다하지 못할 때 자신처럼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불어넣었다. 이 교육에 대한 성과가 평가가 괜찮았다는 점을 관계자들은 기억하고 있었다.
구단은 박정태 감독의 경력과 평판을 더 면밀하게 조사했고, 이 과정에서 퓨처스팀 감독 선임 과정이 더 길어졌다. 다만 조사 과정에서 좋은 면도 발견되면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우선 과거 롯데에서 2군 감독을 해본 경험이 있고, 1·2군을 오가며 코치 생활을 했다. 미국에서도 싱글A 코치로 2년간 경험을 했는데 육성에 대한 관심이 많은 지도자임은 분명했다. 2009년부터는 초·중·고 아마추어 야구 선수들을 대상으로 팀을 직접 운영하기도 했다. 아마추어와 프로를 모두 경험한 경력이 있었고, 팀의 육성 방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경험 있는 지도자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현역 시절 근성 있는 모습으로 ‘악바리’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박정태 감독은 지도자로서도 그런 열정을 가지고 있고 선수들과 소통에 능하다는 것도 확인했다. 박정태 감독이 롯데 2군에서 지도자 생활을 할 때 이를 곁에서 지켜봤던 관계자들까지 모두 인터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 경력 단절도 고려했지만 레인보우 카운트 야구단 창단, 중·고등학교 클럽 야구단 창단을 주도했고, 2024년에는 부산 MBC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야구계를 떠나지 않고 꾸준하게 활동했다는 점도 있었다. 결국 박정태 감독을 최종 낙점하기에 이르렀다.
다만 마지막까지도 구단을 머리 아프게 한 일이 있었으니 바로 추신수 구단주 특별보좌역 및 육성 총괄의 취임이었다. 박정태 신임 퓨처스팀 감독은 추신수 보좌역의 외삼촌이다. ‘혈연’으로 박정태 감독을 선임했다는 의혹이 나올 게 뻔했다. 사실 이는 추신수 보좌역의 선임도 늦어지고, 퓨처스팀 감독의 선임도 늦어지는 과정에서 겹친 악재였다. 퓨처스팀 감독 선임은 11월에 끝났어야 했고, 추신수 보좌역의 공식 취임도 12월 초에는 끝났어야 했는데 각기 다른 사정으로 늦어지면서 발표 시점이 겹친 것이다. 구단 관계자들도 “다시 엎어야 하나”는 큰 고민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퓨처스팀 또한 1월 2일 시무가 잡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발표를 더 늦출 수는 없었다.
구단에서는 추신수 보좌역의 입김이라는 의혹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퓨처스팀 감독은 김재섭 대표이사와 김재현 단장이 인선 작업을 책임졌던 사안이라고 설명한다. 구단 관계자는 “추신수 보좌역이 구단주 보좌역과 육성총괄 선임 대상자였기 때문에 2군 감독 인선 작업에 관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시간대도 그렇다”면서 “구단도 추신수의 외삼촌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조심스러운 것이 있었다. 하지만 오해 소지를 만들지 않기 위해 명확한 선임 절차와 공정한 평가를 거쳐 선임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떠도는 이야기처럼 추신수의 힘이 그렇게 강력했다면, 이미 작년이나 재작년에 박정태 감독의 선임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항변도 나온다.
한편 박정태 퓨처스 감독은 "기회를 주신 구단에 깊이 감사드린다. 빠른 시간 내에 선수별 장단점을 파악해 맞춤형 선수 성장을 도울 수 있도록 하겠다. 유망주들이 기본기와 승부욕은 물론 상황에 맞는 야구를 펼칠 수 있는 지혜도 겸비할 수 있도록 퓨처스 코치 및 프런트와 함께 육성에 힘을 보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SSG는 선진 육성 시스템 경험을 겸비한 코치를 발굴하고 전문성과 소통능력을 바탕으로 유망주들의 잠재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역량에 중점을 두고 퓨처스 코칭스태프를 구성했다.
2025시즌 퓨처스 코치진에는 박정태 감독을 비롯해 류택현 투수코치, 이영욱 불펜코치, 이명기 타격코치, 와타나베 마사토 수비코치, 나경민 작전/주루코치, 스즈키 후미히로 배터리코치로 구성됐다. 잔류군은 정진식 총괄코치, 배영수 투수코치, 이윤재 야수코치, 윤요섭 재활코치가 각 파트를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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