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FA를 선언한 김하성.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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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은 김하성(30)에게 메이저리그 경력의 전환점이다. 지난 4년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의 생활을 마감하고 새로운 출발을 준비한다. ‘한국인 야수’가 메이저리그에서 5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건 추신수(16시즌)와 최지만(8시즌)에 이어 김하성이 세 번째다. 주전으로서 꾸준하게 경기에 출장한 김하성은 통산 경기 수가 540경기로, 이미 추신수(1652경기) 다음으로 많다, 최지만은 525경기를 뛰었다.
즉, 이번 겨울은 김하성의 메이저리그 장기 활약(롱런)을 위한 디딤돌이 될 전망이다. 앞선 KBO리그 출신 야수들은 메이저리그 경력을 짧게 끝낸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김하성은 계약 규모에 따라 메이저리그 경력이 KBO리그 경력(7시즌)을 추월할 수도 있다.
‘김하성이 포함된’ 메이저리그 자유계약(FA) 시장은 이전보다 빠르게 돌아가는 중이다. 작년에는 해가 넘어가도 미계약자들이 넘쳐났다. 각종 매체에서 선수 계약에 관한 내용보다 ‘시장이 느리게 돌아가는 이유’를 분석하기 바빴다. 그런데, 올해는 구단들이 속전속결이다. 다음 시즌 계획을 일찌감치 구체화하고 있다. 그러면서 대형 계약들도 빨리 탄생했다. 후안 소토(뉴욕 양키스→뉴욕 메츠)의 15년 7억6500만 달러(약 1조1299억) 계약을 비롯해, 1억달러(1477억) 이상 계약이 5건이나 나왔다. 작년에는 선수들이 결국 시간과의 싸움에 굴복하면서 대형 계약 자체가 적었다.
전체적인 흐름과 달리 김하성의 계약은 시간이 필요한 모습이다. 구단들의 셈법과 김하성의 상황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양측 입장에 이견이 있으면 시간이 걸리는 건 어쩔 수 없다.
원래 이번 자유계약 시장은 김하성에게 적기였다. 내야수를 보강해야 할 팀들은 많았는데, 뛰어난 내야수는 부족했다. 2루수와 3루수, 유격수로서 수준급의 수비를 자랑하는 김하성은 많은 팀에게 어울리는 선수였다. 실제로, 작년 1월 ‘시비에스(CBS)스포츠’가 발표한 ‘미리 보는 2025 자유계약 선수 순위’에서 김하성은 전체 6위였다. ‘엠엘비(MLB)닷컴’ 필진 앤서니 카스트로빈스도 다음 겨울 ‘포지션별 최고의 자유계약 선수’를 선정하면서, 유틸리티 부문에 김하성을 소개했다. 대형 계약을 기대하는 건 당연한 분위기였다.
이 분위기는 부상 때문에 급변했다. 그동안 심각한 부상을 당한 적이 없었던 김하성은 작년 8월 오른쪽 어깨 부상으로 쓰러졌다. 심지어 수술(관절와순)까지 받으면서 가장 중요한 시기에 가치를 높이지 못했다. 그리고 이 부상이 김하성의 계약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하성은 이른 복귀를 장담했다. 개막전 합류는 힘들지만, 4월 말 혹은 5월 초에 돌아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최소한의 경기만 결장하면서 계약 차질을 막겠다는 의도다. 이에 에이전시 ‘보라스 코퍼레이션’도 김하성이 헐값(discount)에 계약할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구단들은 변수가 발생한 김하성에게 큰 계약을 안겨주는 걸 고민하고 있다. 복귀일도 미정일 뿐만 아니라, 수술 후 여파가 없는지도 미지수다. 특히 기존의 강한 송구를 그대로 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강점인 수비에서 물음표가 생긴 이상 구단들은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구단들은 계약으로 인한 위험성(risk)을 줄이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김하성은 여전히 단년 계약보다는 장기 계약을 바라고 있다. 계약이 합의에 이르기 위해서는 접점을 찾아야 하는데, 서로가 추구하는 부분이 평행선이다. 그러면 구단들은 김하성의 재활 과정을 가급적 오래 지켜보려고 할 것이다. 김하성도 순조로운 재활 과정으로 자신의 몸 상태를 증명해야 한다. 김하성의 계약이 다소 늦어지는 배경이다.
윌리 아다메스와 글레이버 토레스 등이 행선지를 찾으면서 다음 화살표는 김하성을 가리키고 있다. 내야수를 원하는 팀들도 남아 있기 때문에 마냥 비관적이진 않다. 이번 겨울 자존심을 회복한 스콧 보라스의 협상력도 믿어봐야 한다.
기약이 없다고 해서, 다음이 없는 건 아니다. 김하성이 지난 4년간 보여준 노력은 메이저리그도 인정하고 있다. 시간은 아직 충분하다.
이창섭 SPOTV 메이저리그 해설위원 pbbl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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