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IA와 롯데의 경기. 6회초 1사 1, 2루 서건창이 1타점 적시타를 친 후 기뻐하고 있다. 부산=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4.9.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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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한 경기 한 경기 굉장히 소중하다."
서건창(36)은 지난 시즌을 앞두고 LG 트윈스에 방출을 요청했다. 당시 2차례나 FA 신청을 미루고 반등을 노렸지만, 2023년 44경기 타율 0.200(110타수 22안타)에 그쳤다. 서건창이 조금 더 자신에게 기회가 있는 팀으로 옮기고자 했을 때 손을 내민 팀이 KIA 타이거즈였다. KIA는 연봉 5000만원, 인센티브 7000만원 등 총액 1억2000만원짜리 계약을 안겼다.
KIA가 서건창을 영입한 이유는 분명했다. 서건창이 베테랑 2루수 김선빈(36)과 함께 팀 내 젊은 내야수들을 성장할 수 있도록 돕길 바랐다. 백업으로 한 발 뒤로 물러나 있더라도 벤치에서 그동안 프로 생활의 경험을 어린 후배들에게 나누길 바랐다.
서건창은 KIA 덕분에 그라운드를 더 누빌 수 있었다. 시즌 초반 서건창이 백업으로 불규칙한 출전 기회 속에 시즌 첫 안타가 나오지 않을 때는 이범호 감독부터 코치들까지 "파이팅"을 외치며 묵묵히 힘을 실어줬다. 서건창은 지난해 3월 31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시즌 첫 안타를 시작으로 3안타를 몰아쳤다. 뒤늦게 터진 서건창의 첫 안타에 KIA 동료들은 자기 일처럼 축하하며 기뻐했다.
서건창은 이적 첫 안타를 기록한 뒤 "그냥 지나가면 매번 파이팅을 불어넣어 주신다. 그 이상도 아니다. 그 마음을 나도 잘 알고 있고, 감독님과 코치님들 다 파이팅해 주시고, 그냥 그런 마음이 느껴졌다. 파이팅 한마디, 그 세 글자에 다 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냥 하던 대로 하려고 하고 있다. 너무 잘하려고도 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했다"며 KIA 선수단에 감사를 표했다.
통합 우승을 차지한 KIA의 좋은 분위기 속에 서건창도 승승장구했다. 지난해 94경기에서 타율 0.310(203타수 63안타), 26타점, 40득점, OPS 0.820을 기록했다. 백업이라 규정 타석을 채우진 못했지만, 키움 히어로즈 시절인 2019년 이후 5년 만에 시즌 타율 3할을 넘기며 부활을 알렸다. 알토란 같은 활약으로 팀의 우승에 일조했으니 서건창은 4수 끝에 아끼고 아꼈던 FA 신청서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서건창은 FA 시장이 열리고 2개월여가 흐른 지금 여전히 미계약자로 남아 있다. KIA에서 같이 FA 권리를 행사한 투수 장현식(30·LG 트윈스 이적)과 임기영(32)이 차례로 계약에 성공한 가운데 서건창만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장현식은 LG와 4년 52억원에 계약하며 팀을 떠났고, 임기영은 3년 15억원을 받고 KIA에 잔류했다.
21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3회초 삼성 류지혁 내야 땅볼 때 KIA 유격수 박찬호 송구가 뒤로 빠지자 1루수 서건창이 놀라고 있다. 광주=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4.10.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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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학 KIA 단장은 서건창의 에이전트와 올겨울 여러 차례 만나 대화를 나눴다. 해당 에이전트는 서건창과 임기영을 동시에 대리하고 있어 심 단장과 거의 비시즌 내내 대화를 이어 갔다. 심 단장이 외국인 선수 계약을 위해 미국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에 참석했을 때 서건창의 에이전트도 현장을 찾아 계약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그만큼 협상 기회는 많았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계약서에 사인하지 못한 것은 구단과 선수 사이에 이견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결혼한 서건창이 신혼여행을 떠나는 바람에 협상이 미뤄지기도 했지만, 일찍 매듭을 지으려면 그럴 수 있는 기회는 많았다.
서건창이 지금 시점에서 몸값을 올리려면 다른 구단의 경쟁이 붙어야 한다. 서건창은 FA C등급이라 보상 규모가 작지만, 지금까지 외부 영입 움직임은 없었다. 30대 후반에 접어든 나이와 2루수로 부족한 수비, 1루수로 부족한 타격 등이 걸림돌로 꼽히고 있다. 올해 서건창의 타격 지표 자체는 좋았지만, 냉정히 주전은 아니었다. 2021년을 끝으로 서건창은 1군에서 100경기, 250타수를 넘긴 시즌이 단 한번도 없었다. 그러니 KIA로선 아무리 대우를 해줘도 큰 규모의 계약을 안기긴 어렵다.
서건창은 넥센 히어로즈 시절인 2014년 201안타로 KBO 역대 최초 200안타 역사를 쓰며 그해 MVP를 차지했다. 빼어난 안타 생산 능력은 올해도 보여줬지만, 주전급 선수의 계약을 기대하기는 무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이제 서건창의 판단에 달려 있다. 서건창이 KIA와 이른 시일 안에 타협점을 찾을지, 아니면 스프링캠프까지 조금 더 멀리 보고 다른 구단에서 변수가 생기길 기다릴지 궁금해진다.
5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화-KIA전. 10회말 1사 2루 서건창이 끝내기 안타를 친 후 환호하고 있다. 광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4.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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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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