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식 감독의 베트남, 태국 꺾고 미쓰비시컵 우승
결승 1·2차전 합계 5-3… 泰 3연패 저지
김 감독 부임 8개월 만에 동남아 정상
6년 만에 ‘쌀딩크’ 박항서 신화 재현
초반 우려 씻고 주가 올라 연장 계약설
‘4강행 실패’ 인니 신태용 감독은 경질
베트남(국제축구연맹 랭킹 114위)은 5일 태국 방콕 라차망칼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쓰비시컵 결승 2차전 원정경기에서 태국(97위)에 3-2로 승리했다. 지난 3일 베트남 푸토 스타디움에서 가진 홈 1차전에서 태국을 2-1로 물리친 베트남은 합계 5-3으로 우승을 확정했다. 태국은 대회 3연패이자 통산 8차례 우승에 도전했던 ‘동남아의 맹주’다. 베트남은 이런 강호이자 최고 라이벌인 태국을 잡으면서 박 전 감독 시절 이후 6년 만이자 통산 세 번째 우승을 차지했기에 기쁨은 배가 됐다.
빛난 ‘형님 리더십’ 김상식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가운데)이 5일 태국 방콕 라차망칼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쓰비시컵 결승 2차전 원정경기에서 태국에 승리해 우승을 확정한 뒤 환호하는 선수들 사이에서 트로피를 번쩍 들어 올리고 있다. 방콕=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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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경기는 우승팀을 가리는 마지막 대결답게 치열했다. 베트남은 전반 8분 팜뚜언하이 왼발 슛으로 앞서나갔다. 태국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전반 28분 벤 데이비스 득점으로 동점을 만든 태국은 후반 19분 역전골을 넣었다. 이때 베트남 선수 부상으로 수비가 걷어내 공 소유권을 얻은 태국 선수들이 이를 다시 돌려주지 않고 득점을 올린 탓에 비매너 논란에 휩싸였다. 베트남은 항의했지만 소용없었다. 이후 베트남은 후반 30분 태국 위라텝 뽐판이 퇴장당하며 수적 우위를 점했고 후반 37분 동점골에 이어 경기 종료 직전 역전골까지 터지며 승리를 확정했다.
김 감독은 지난해 5월 베트남 지휘봉을 잡은 뒤 8개월 만에 나선 첫 미쓰비시컵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특히 김 감독은 태국 이시이 마사타다 감독과 사령탑 한일전에서 이기며 주가를 높였다. 김 감독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도전이 기다리고 있고, 우린 그 도전을 맞이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번 우승으로 베트남에서는 김 감독을 향해 보냈던 우려가 찬사로 뒤바뀌었다. 전북 현대를 이끌던 김 감독은 성적 부진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뒤 베트남을 지휘했다. 김 감독은 베트남을 이끌고 9월 러시아와 친선전에서 0-3으로 졌고, 태국에 1-2로 패한 데다가 10월 열린 인도전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우려를 샀다. 하지만 최원권 수석코치와 남궁도 코치, 이운재 골키퍼 코치로 사단을 꾸린 ‘김상식호’는 2024 미쓰비시컵에서 마법을 부렸다. 베트남이 이 대회에서 무패를 기록한 것도, 태국을 상대로 모두 승리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내년 3월까지 팀을 맡기로 했던 김 감독에게 벌써 연장계약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 과정에서 김 감독은 박 전 감독과 베트남 축구 전성기를 이끌었던 노장 대신 새 얼굴 찾기에 집중했다. 김 감독은 브라질 귀화선수 응우옌쑤언손을 발탁했고, 그는 이번 대회에서 7골을 몰아치며 득점왕에 올랐다. 중앙 미드필더 돈안 응옥딴도 대표팀 중앙 핵심 자원으로 자리 잡으며 우승에 이바지했다. 김 감독은 문화 적응을 위해서도 노력했다. 특유의 ‘형님 리더십’과 유머감각으로 선수들과 소통하며 선수들에게 의지를 불어넣었다. 또 팀을 존중하는 마음에 베트남어로 국가를 불러 현지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 감독은 우승을 확정한 순간 선수들과 함께 트위스트춤으로 감격을 표현하기도 했다.
VN익스프레스 등 베트남 현지매체들은 “김 감독이 필립 트루시에 전임 사령탑 악몽에서 베트남을 깨웠다”며 “베트남은 이 대회 조별리그부터 결승까지 단 한 경기도 패하지 않고 우승을 차지했고, 특히 태국의 비매너 골에도 재역전을 이끌어내는 강한 정신력도 발휘했다”고 평가했다. 팜민찐 베트남 총리 역시 “베트남 스포츠 역사에 자랑스러운 순간”이라며 “새해를 맞아 국민에게 의미 있는 선물이 됐다”고 기뻐했다.
이런 김 감독에게는 ‘제2의 쌀딩크’라는 별명이 붙었다. 박 전 감독의 별명이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지휘한 거스 히딩크 감독에 빗댄 ‘쌀딩크’였다. 2017년부터 2023년까지 베트남 대표팀을 성공적으로 이끈 박 전 감독의 뒤를 잇는다는 의미가 담긴 별명이다. 두 사령탑 모두 지도자로서 내리막길을 걷다가 베트남 지휘봉을 잡고서 반전 드라마를 썼다는 공통점도 있다.
한편 인도네시아 축구 대표팀을 이끌던 신태용(55) 감독은 6일 6년 만에 경질됐다. 미쓰비시컵에서 인도네시아가 4강 진출에 실패한 것이 신 감독 경질에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인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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